[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화제성은 높으나 결실로 이어지진 않는다. '아수라'의 깊어가는 고민이 BIFF에서 드러났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의 야외무대 인사가 8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열렸다. 김성수 감독, 배우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 주지훈이 참석했다.
톱스타들이 실종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이들의 등장은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올해 BIFF 행사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려들었다.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아수라' 팀을 맞이했다. 평소 흥이 많은 것으로 잘 알려진 곽도원은 "'아수라'에서는 김차인 검사 역을 맡았는데, '무한도전'에서는 시청자 역을 맡았다. 뜨겁게 환영해주셔서 고맙다"라고 열기에 화답했다.
달아오른 분위기는 솔직한 속내 털이로 이어졌다. 정만식은 '아수라'가 극과 극의 평을 받고 있는 것을 언급했다. 그는 "영화를 찍을 때 (액션신 덕에) 상처가 생기고 다쳤다. 근데 찍고 나서도 두드려 맞고 있다"라며 영화 관련 댓글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악인은 악인스럽게 그려야 한다. 여태껏 보여준 느와르와 '아수라'가 달라서 그게 헷갈리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다. 예쁘게 봐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를 듣고 있던 주지훈은 "이 영화 만든 우리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다. 결과물도 만족스럽다"라고 강조했다.
'아수라' 팀의 발언은 최근 영화가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비트' '태양은 없다'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이 출연한다.
화려한 라인업과 악인들의 지옥도라는 콘셉트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아수라' 팀이 영화 홍보차 출연한 MBC '무한도전'에서 몸을 사라지 않고 활약을 펼치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또한 개봉 후에도 고어물 뺨치는 잔인한 수위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화제성이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는 모양새다. 개봉 2주차임인 '아수라'는 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239만9,942명을 기록했다. 이 기세라면 손익분기점 350만 명을 넘는 것 역시 아슬아슬해 보인다. 게다가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 '맨 인 더 다크' 등 외화 공세에 밀려 박스오피스 3위로 밀려났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우성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아수라'에 기대한 건 '베테랑'이나 '내부자들' 같은 시원시원한 전개였다. 하지만 '아수라'는 권선징악 등 익숙한 전개를 따르고 있지 않다. 이는 관객에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 관객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정우성이 "최근 폭력성 논란의 중심에 선 '아수라'"라고 농담한 것에는 뼈가 들어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수라'가 미덕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탈피하고, 악인들에 포커스를 맞춰 끝까지 몰아치는 뚝심은 여타 느와르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여기에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 주지훈 등 다섯 악인들의 조합은 보는 재미가 있다. 모든 배우들이 '아수라'에서 그야말로 인생 연기를 펼쳤다. 실제로 곽도원은 "배우가 현장에서 가장 행복할 때는 배우들끼리 연기를 주고 받으면서 감정교류가 됐을 때다. 그때는 정말 짜릿하다. '아수라'에는 그런 장면들이 많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높은 기대감이 독이 된 '아수라'. 장점이 많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은 배우들마저 속앓이를 하게 만들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던 걸까 아니면 시기를 잘못 탄 비운의 명작인 걸까.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