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쇼핑왕 루이’가 사랑받는 이유, 바로 ‘치유’에 있었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연출 이상엽/극본 오지영)가 마침내 동시간대 시청률 단독 1위에 올랐다. 10월 27일 방송된 11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하 동일 기준) 10.5% 시청률을 기록했다. 수목극 왕좌를 굳건히 지키던 SBS ‘질투의 화신’을 0.3% 포인트 차이로 제치며, 수목극 왕좌 주인공이 바뀌었다. ‘쇼핑왕 루이’와 ‘질투의 화신’이 공동 1위를 차지한지 한 회만의 일이다.
진부한 소재, 상대적으로 스타 파워가 약해 보였던 출연진. 방영 시작 전 ‘쇼핑왕 루이’는 수목극 최약체로 꼽혔다. 실제로 첫 회 방송 역시 동시간대 3위를 기록했고, 객관적 시청률 지표도 5.6%로 저조했다. 첫 선을 보인 이후에도 이 상황이 반전되리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다만 배우들의 통통 튀는 연기에 대한 호평은 쏟아졌다.
그렇다면 ‘쇼핑왕 루이’는 어떻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수목극 왕좌에 올랐을까? 이유를 따지자면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만화적인 CG와 표현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유치하지 않게 만드는 연출, 미워할 인물이 한 명도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제 옷을 입은 듯이 캐릭터에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일으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 중 ‘쇼핑왕 루이’에 빠진 이들이 가장 찬사를 보내는 부분은 바로 더 없이 사랑스러운 스토리 전개다. 교통사고, 기억상실, 재벌 3세 등 소재 상의 진부함도 ‘쇼핑왕 루이’가 그리는 ‘청정 로맨스’ 앞에서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타이틀롤이자 극의 주인공인 루이(서인국 분)는 할머니의 과보호 속에서 오냐오냐 자란 재벌 3세다. 하지만 철이 없을 뿐 기존 드라마에서 많이 그려졌던 까칠하고 오만방자한 재벌가 도련님은 아니다. 받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아온지라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들을 부리지만, 천성이 착하고 고복실(남지현 분)을 만난 후 조금씩 성장해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기 시작했다. 루이와 고복실이 함께 있을 때는 따뜻한 기운이 주변을 감싼다.
물론, 극의 갈등구조를 형성하는 악역은 있다. 백선구(김규철 분)-백마리(임세미 분) 부녀가 극 중 악역 포지션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일을 벌이면서도 허술하고, 남에게 못할 짓을 해놓고서는 마음 쓰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악역인데 참 어설프구나 싶다. 그래서 ‘쇼핑왕 루이’에서 벌어지는 악행들은 딱 극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정도만 이뤄지고,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악행은 없다. ‘쇼핑왕 루이’의 답답함이라고 해봤자, 루이가 고복남(류의현 분)을 쫓으면서 누나인 고복실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정도랄까.
‘쇼핑왕 루이’가 보여주는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선하다. 그리고 극이 그리는 이야기들도 어린 시절 많이 봤던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루이가 궁전 같은 집에서 메이드와 집사의 수발을 받으며 한정판·신상품 쇼핑을 취미 삼아 지내던 화려한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복실과 루이가 함께 마주보며 밥을 먹고, 오늘 보낸 하루 이야기를 나누며 잠이 들고, 우리 주변에서도 볼 법한 소소한 일들이 오히려 이 드라마에서는 예쁜 동화처럼 그려진다. ‘청정’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마냥 선한 주인공들의 힘이다. 그리고 이 선한 기운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고복실은 늦은 오후 집 앞 길목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복실~”이라고 외치며 퇴근하는 자신을 반겨주는 루이를 마주했다. ‘쇼핑왕 루이’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딱 그런 기분 아니었을까. 지친 하루의 끝에 드라마를 보며 마음 편하게 웃고, 루이와 고복실이 웃는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기분. 극이 전하는 이런 ‘치유’가 ‘쇼핑왕 루이’를 보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