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엄태화(36) 감독이 소년의 감성을 입은 강동원에 얽힌 비하인드를 밝혔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다.
특히나 '가려진 시간' 충무로 유망주 엄태화 감독과 흥행보증수표 강동원이 만난 작품이다. 앞서 '숲'(2012) '잉투기(2013)' 등으로 주목받은 그는 상업영화 데뷔작에서 강동원과 협업했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에 등장한 감성 판타지다.
치밀한 취재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는 여타 영화와는 달리, 판타지인 '가려진 시간'은 순전히 엄태화 감독의 상상력에 의지해야 했다. 정작 그는 그런 점이 좋았다고. 엄태화 감독은 "전작 '잉투기'는 많은 인터뷰를 거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실제로 있던 사건이다 보니 가짜처럼 보이면 안 되겠다는 강박이 있었다. 반면 판타지는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거다. 상상력을 뻗칠 수 있는 방향이 더 많았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성민이 처한 상황은 어렵게 다가왔다. 뒤틀린 시간 속에 갇힌 소년이란 설정은 유례를 찾기가 힘들었다.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었기에, 현실성을 부여할 캐릭터의 심리나 행동 구축이 난제였다.
엄태화 감독은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 연기 톤을 잡을 때도 어려웠던 이유다. 정신 분석학적으로 접근도 해봤지만, 마땅히 정확한 건 없었다. 그나마 전쟁을 겪은 사람의 트라우마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라며 한때 붙잡고 있었던 고민을 드러냈다.
또 하나 고심했던 부분이 있었다. 뒤틀린 시간 속에서 빠져나온 성민과 수린의 재회다. 이미 성민은 시간 속에서 성인이 됐다. 하지만 수린은 여전히 10대 소녀다. '가려진 시간'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도 믿어주는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다. 하지만 우정과 첫사랑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모습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엄태화 감독은 "캐스팅 자체가 강동원의 비주얼에 기댄 지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소년과 어른 남자의 얼굴을 모두 가진 강동원은 성민 역에 적임자였다. 위협적이지 않고, 순수성이 남아있는 그의 얼굴은 위화감이 들 수 있는 지점도 희석시킨다.
또한 엄태화 감독은 수린과 성민의 관계성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설정을 했다. "수린과 커서 돌아온 성민이 같이 있을 때 여러가지 이미지가 나타난다. 둘다 아이처럼 보이는 순간과, 어른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었으면 했다. 말하자면 어른 같은 소녀와 아이 같은 남자의 케미스트리다."
때문에 수린과 어른이 된 성민 사이에는 여러 가지 톤이 존재한다. 엄태화 감독은 "내가 '오케이'라고 해도 '여기서 아이같이 한 번 더 찍으면 어떨까요'라고 하더라"며, 적극적으로 임해준 강동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우리 영화는 소녀의 상상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성인 남자와 소녀의 사랑은 아니다. 성민은 멈춰진 세계에서 몸은 컸지만 정신은 자라지 않은, 사회화가 되지 못한 남자다. 실종됐을 때가 초등학생이었으니, 돌아왔을 때는 중학생 정도의 정신연령이라 보시면 될 것 같다. 믿음이란 테마에 집중하고 싶었던 게 내 의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