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엄지원, 공효진은 ‘미씽’의 신의 한 수였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제작 다이스필름) 이언희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엄지원, 공효진 캐스팅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딸 다은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의 이름과 나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단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5일간의 추적을 그린다.
“공효진을 계속 좋아했다”는 이언희 감독은 “공효진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10년 전에도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하면서 공효진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공효진은 그냥 다른 게 아니라 친근함이 있으면서도 특별함이 있다. 그걸 갖춘 배우가 많지 않다. 공블리인데 공효진이 엄마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싶더라. 드라마 ‘고맙습니다’와 영화 ‘고령화가족’에서도 아이 엄마 역할을 했는데 공블리보다는 기억을 못하더라. 그 예를 들면서 ‘미씽’에서도 다른 공효진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효진이 캐스팅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보다 한매라는 인물 자체가 되게 옛날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까봐 걱정이 많이 됐다. 잘못하면 80년대 유행하던 호스티스 영화같아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여자의 수난사를 그리면서 기구함으로 울리는 영화가 될까봐. 그런데 공효진이 한매 역할을 맡으면서 모던한 연기를 통해 영화 분위기도 그에 맞춰졌다”고 공효진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씽’에서 공효진은 중국인 보모 역을 맡았다. 유창한 중국말과 어눌한 한국말, 모두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중국말 대사를 되게 걱정했다”는 이언희 감독은 “대사를 하면 웃을까봐 공효진도 나도 걱정하고 스태프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공효진이 언어적인 재능이 있더라. 중국어를 뜻을 알고 대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듣고 외우는데 그게 진짜 같았다. 난 언어적 재능이 없어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부럽더라. 무언가를 잘 따라하는 재능이 있다는 건 배우에겐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씽’은 한매가 비밀의 키를 쥔 인물이다. 상대적으로 분량은 적지만 지선보다 한매가 주인공으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비주얼이나 이야기로도 한매가 더 보여줄 것이 많은 캐릭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 지선의 애환과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울분 그리고 모성애를 평범하지 않게 입체적으로 그려낸 엄지원이다.
이언희 감독은 “지선이 주인공인데 비밀은 한매에게 있으니까 과연 캐스팅이 쉽겠느냐 걱정했다. 분명 비교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만약 배역에 욕심을 낸다면 한매 역을 하고 싶을 텐데 말이다”며 “지선 캐스팅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이 엄지원이다. 엄지원의 이름을 제일 처음 말했었는데, 정말 기쁘게도 공효진과 거의 동시에 엄지원이 지선 역에 캐스팅됐다. 옳은 판단이었구나 싶다. 사실 지선도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물론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편집하다보니 정말 더 어렵더라”고 엄지원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이언희 감독은 “엄지원이 책임감을 갖고 연기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 한매는 연기적으로 배우 입장에서 재밌는 면도 있는데 지선 같은 경우는 잘못하면 비호감이란 이야길 들을 수 있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완성 후에도 사실 조금은 비호감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애매한 게 엄지원을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면 오히려 지선 캐릭터의 주체적인 면이 사라지더라”며 “대체 왜일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지선 캐릭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선 같은 이시대의 여성을 보는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미씽’에서 지선은 아이와 보모가 사라지자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이혼한 상황에서 양육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이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의사인 전남편과 다이아반지를 낀 전 시모에겐 친절하면서도 말이다. 지선의 변호사 또한 지선을 두고 “피곤한 여자”라고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지선은 스스로 아이와 한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언희 감독은 “여성들은 흔하게 겪는 상황이다. 영화처럼 그렇게 극적이진 않더라도 비슷한 경험은 해봤을 것이다. 여자라서 무시당하는 현실이 영화 속에 표현이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여성의 경우 습관적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게 되더라. 영화를 보는 시선 차이도 그 때문에 컸다”고 말했다.
“남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여성 관객이 원하기 때문이란 핑계를 대는데, 그거 자체가 우리에게 교육된 것이고 훈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관객의 경우 남자가 주인공이어도 감정을 이입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남성이 디폴트니까 여성 관객은 그렇게라도 준비가 돼 있는데, 남성은 여자가 주인공인 순간 ‘여자 이야기’로 보더라.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학습 훈련이 이토록 다르단 걸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특히 더 많이 깨달았다. 물론 좋은 여성 영화들이 나왔을 때 흥행이 저조한 경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숫자로 그렇게 증명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 학습과 훈련의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생각해봐라. 여성 관객은 ‘내부자들’의 경우 이병헌 조승우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보는데, 남자 관객들은 과연 그 역할을 여자가 했을 때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드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인 줄 몰랐다”는 이언희 감독은 “아무래도 대학교 조교 생활도 하긴 했었지만, 교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했었다. 사회생활을 세게 해본 적이 없어서 과거에 영화를 찍으면서는 내가 어릴 때 감독으로 데뷔해서 그 문제라고 생각했다. 여성 문제라곤 생각 안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나이와 성별, 사회적 시선 등이 모두 뒤섞인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작년 11월부터 촬영 준비모드였다. 그러던 중 작년부터 페미니즘이 이슈가 됐다. 촬영 끝나고 그 사실을 알아서 놀랐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페미니즘과 관련한 서적도 많이 팔리고 그래서 이젠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됐단 생각이다. 나 또한 그 부분에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이언희 감독이었다.
‘미씽’은 여성 투톱 영화이지만, 그 이전에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다. 남성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지점이 많은 영화가 바로 ‘미씽’이다. 이언희 감독은 “시사회 이후 남성 관객의 반응도 좋아서 기뻤다. 솔직히 진짜 걱정했는데, 아이가 있는 남자들의 반응이 특히 좋더라. 기대 안 했던 부분이었는데 말이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시작 할 때부터 한매와 지선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데, 한편에선 둘이 대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성애가 있는 여자와 없는 여자를 대립시키려 하더라. 가장 큰 문제였다. 왜 이렇게까지 힘든 문제인 거죠? 이게 다 살기 힘들어서 그런 건데.(웃음)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이심전심과 역지사지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건데, 이 영화가 그렇게 어렵고 싸울 일인가 싶더라.”
한편 ‘미씽: 사라진 여자’는 지난달 30일 개봉해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