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천하의 김윤석도 연기하며 당황할 때가 있더라.
배우 김윤석은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 인터뷰를 갖고 풍선 프러포즈 연기에 난감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현재의 수현(김윤석)이 30년 전 자신인 과거의 수현(변요한)을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윤석, 변요한이 2인1역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수현을 연기했으며, 채서진이 1,000대1 경쟁률을 뚫고 연아 역에 캐스팅됐다.
변요한과 2인1역으로 현재의 중년남자 수현을 연기해야 했던 김윤석은 “변요한이 내 뒷모습을 몰래 보기도 하고 담배 피우는 손동작도 봤다는데, 사실 나도 변요한을 훔쳐보긴 했다. 변요한 버릇 중 머리를 쓸어 올리거나 흔드는 버릇,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걸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윤석은 “변요한이 집중을 안 하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감정과 에너지를 유지하더라. 자꾸 어딜 다녀오고 그런 걸 봤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전화 통화를 하면서 돌아다니면서 이야기하지 싶었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서로 비슷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김윤석은 “대신 무엇보다 일치하게 보여주기로 합의를 본 건 수현의 트라우마였다. 이 인물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변요한에게 공유하자고 했다 영화를 보면 수현이 담배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수현은 내성적이고, 자기가 받은 상처를 들키기 싫어하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그 상처를 줄까봐 두려워하는 인물이라고 홍지영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외톨이로 컸잖나. 그러다보니 결국은 담배에 집착하게 된다. 그게 변요한부터 나까지 이야기가 진행될 때 유지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윤석은 “어떻게 보면 수현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말하는 건, 담배만 끊으라는 게 아니라 과거 아픔을 버리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왜 그 아픔을 안고 사는지, 언제까지 그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날 건지 말이다”며 “ 때문에 수현은 첫사랑인 연아(채서진)가 청혼을 했는데도 두려워한다. 본인이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을까봐 말이다”고 극 중 수현의 안타까운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김윤석은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이는 영화에 그대로 반영돼, 왜 수현이 그토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지에 대한 명분이 됐다. 또한 과거의 수현과 현재의 수현만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이 됐다.
김윤석은 “홍지영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변요한의 이마에 상처가 있으니 나도 같이 흉터 분장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흉터에 대한 비하인드를 추가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홍지영 감독이 좋다고 하더라. 상처만 똑같은 걸로는 임팩트가 약하니까 사연이 있어야했다. 그래서 추가된 이야기가 수현이 과거 폭력 아버지한테 맞고 살았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이마 흉터는 분명 재떨이로 맞았을 거라고 말이다”고 밝혔다.
변요한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장면도 있다. 변요한은 수현이 연아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에서 풍선을 들고 말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는 30년 후의 수현에게도 이어졌다.
이에 김윤석은 “홍지영 감독이 내게도 풍선을 들라고 하더라. 차라리 꽃다발은 안 되겠냐고 했더니 굳이 풍선을 들고 서 있으라고 하더라. 난 변요한이 먼저 풍선을 들고 프러포즈를 한 줄도 몰랐다. 그러더니 내가 강동원도 아닌데 나보고 얼굴을 가리고 서 있다가 보여 달라더라. 아주 식은땀이 났다. 연기에 집중해서 극복했지만 참 힘들더라”고 민망함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30년 후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김윤석은 “처음에 수현이 알약을 받았을 땐 생을 정리해야만 하는 시기라 죽기 전에 연아를 한번만 보고 싶다는 소박한 이유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젊은 수현과 만나 얽히고설키면서 과거를 조금만 비틀어도 현실이 어마어마하게 변하는 걸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윤석은 “실제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난 그냥 하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다. 그저 그 때의 날 만난다면 ‘파이팅!’이라고 한번 외치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라며 “솔직히 과거를 잘못 건드리면 현재로 돌아왔을 때 배우가 아니라 새우잡이 배에 타고 있을 수도 있고 밭에서 일하고 있을 수도 있잖나”라고 말해 다시금 폭소를 유발했다.
한편 전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인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전세계 최초로 영화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지난 14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