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팝인터뷰②]'배우' 박병은에게 듣는 낚시학개론

입력 2016-12-15 06: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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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서 이어짐)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사람 좋아하고, 막걸리 좋아하고, 세상 좋아하고, 낚시 좋아하고, 자연 좋아해요” 배우 박병은은 실제 성격이 궁금하다는 말에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사진=서보형 기자
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암살’, ‘사냥’,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등 최근 작품들을 통해 인상 깊은 악역 연기를 보여준 박병은. 실제로 만나본 그는 작품 속에서 봐왔던 얼굴과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결 부드럽고 다정한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마친 후 취미생활을 즐기며 휴식기를 보냈다는 그는 담담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바닷가, 산 같은 곳을 좋아했어요. 혼자 다닐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하고 돌아다닐 때도 있고요. 어릴 적부터 혼자 낚시를 다니곤 했는데, 지방 가서 낚시하다가 목욕탕에 가면 동네 할아버지들이 놀라곤 했어요. 얼굴 하얗고 머리도 기른 애가 혼자 낚시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니까 이상한 소문도 났었죠. ‘위험한 사람이다, 나쁜 마음을 먹고 내려온 거 아니냐’ 그런 소문 돌았었다고, 나중에 동네 사람들이랑 막걸리 마시다가 들었어요”(웃음)

박병은은 작품을 하지 않을 때 자신의 일상을 낚시, 노숙, 지방, 막걸리 등으로 표현했다. 지방으로 훌쩍 떠나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 한 잔 마시거나 낚시하기를 즐긴다는 것.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시골동네 정자에서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 앉아 어울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말을 전하자 박병은은 웃으며 그런 생활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그런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 연락하고 지내는 분도 계시고요. 남들은 어떻게 젊은 사람이 노인들하고 저러고 있을까 그러는데, 저한테는 생활이었어요”

“제가 누군지 잘 못 알아보세요. 제가 드라마보다 영화를 많이 해서, 지방에서 영화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안 물어보세요. 그래서 나중에 친해지면 제가 영화 DVD를 보내드리기도 했죠”

사진=서보형 기자
사진=서보형 기자

그와 동시에 박병은은 자신이 할 줄 아는 거의 유일한 ‘잡기’라고 표현한 낚시의 매력을 설파하기도 했다. 연기보다 낚시를 더 오래 해왔다는 그는 낚시 이야기가 나오자 할 이야기가 넘쳐나는 듯 말을 멈추지 못했다.

“낚시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생각도 정리하고, 골치 아픈 일들도 고민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낚시를 오래 하다 보면, 그냥 낚시 생각만 해요. ‘왜 이렇게 안 잡히지? 고기를 어떻게 잡아야 하지? 이따가 뭐 먹지?’ 이런 생각들이요. 머리 아픈 걸 그 시간만큼은 잊을 수 있어요. 왜 그 좋은 물가에 가서 나쁜 생각, 어지러운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는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낚시가 좋아요. 낚시는 초등학생 때부터 했던 건데, 그런데도 낚시를 간다고 하면 전날부터 설레서 잠을 잘 못자요. 그게 인생에서 얼마나 좋은 거냐면,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뭐 하나에 설렌다는 게 힘들잖아요. 전날 설레서 잠을 못잘 정도로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게 좋고,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여러 사람들과 3~6개월 아등바등 지내잖아요. 그런데 낚시가면 정말 혼자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도 좋아요”

“낚시는 저한테 친구죠. 평생 함께 한 오랜 친구. 아직도 설레는 오랜 친구요. 예전에는 아버지가 차에 태워 데려가주시고 떡밥도 끼워주셨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제가 아버지가 했던 걸 똑같이 하더라고요. 제가 차로 모시고, 제가 떡밥을 끼워드리고…. 좋기도 한데 짠한 것도 있어요. 낚시라는 게 더 그런 기분을 들게 해요. 물가에서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계신 모습 보면…. 낚시는 가족, 친구죠”

박병은이 작품을 끝내고 가장 먼저 찾은 것 역시 낚시였다. 작품을 하며 온 에너지를 쏟아 부었고, 그 에너지를 낚시를 하며 다시 충전했다.

“저는 작품이 끝나면 빨리 털어내려고 노력해요. 아무래도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맡은 역할이 ‘해결사’다 보니까 그냥 박병은으로 살아갈 때는 마음이 불편한 게 있어요. 사람을 해하고 죽이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 연구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생각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좋았던 것이든 나쁜 것이든 빨리 털려고 해요. 앞으로 배우 생활을 계속할 건데, 그런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바다 가서 낚시 하면서 다 털었어요. 농어 한 마리에 털고, 우럭 한 마리에 털고”(웃음)

사진=서보형 기자
사진=서보형 기자

한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를 빨리 떠나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박병은. 하지만 말처럼 늘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몇 개월을 그 캐릭터로 살았는데, 한 순간에 떨쳐내기 당연히 어려울 터. 특히 ‘암살’의 카와구치는 보내기 가장 아쉬웠던 인물이었다.

“제가 정말 공을 들인 캐릭터예요. 오디션도 감독님한테 세 번 정도 보고, 그 역할을 하고 싶어 했던 유명 배우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유명한 배우들도 하고 싶어 하는 배역인데 내가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같이 합시다’라고 했을 때는 기분이 너무 짜릿했어요. 고3때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많이 애착이 갔고, 보내기 아쉽고, 끝나고도 계속 생각이 났어요”

“관객 수 천만 명이 넘다니, 최고였죠. 제 인생 최고의 한 부분이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한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최동훈 감독님처럼 천재와 작업을 했다는 것도 즐거웠고요. 지금도 가끔 감독님하고 통화하는데, 언제 낚시 한 번 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제 배우 박병은의 모습은 영화 ‘원라인’에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진구, 임시완, 이동휘, 김선영, 안세하 등 최근 핫한 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은 ‘원라인’. 박병은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상업영화 주연을 맡게 됐고,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연출을 맡은 양경모 감독님이 ‘그 역할은 병은 선배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더라고요. 만나봤는데 놀라웠죠. 제가 십여 년 전에 찍은 단편까지 다 봤더라고요. 처음부터 연출자에 대한 확실한 믿음으로 시작한 영화였고, 입봉작이었는데도 현장에서 배우들과 잘 호흡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이 정도로 나를 믿어줄 수 있는 감독이면 한 번 뛰어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었어요.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것 같아요. 배우들이 다 자기 개성을 살려서 캐릭터를 만든 영화예요”

“촬영 전에 다른 배우들하고 밥, 술 먹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어요. 괜히 제가 현장에서 제일 선배라고 무게 잡고 있거나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친한 형처럼 장난도 치고 했죠. 처음으로 제일 선배다 보니까 신경이 쓰였던 건 사실인데, 같이 한 후배들이 다 성격이 좋고 착해서 현장 분위기는 좋게 잘 끝났어요. 괴팍한 친구들이 있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을 텐데, 그런 거 없이 재미있게 잘 찍고 좋게 마무리 했어요”

사진=서보형 기자
사진=서보형 기자

다수 작품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또, 첫 상업영화 주연작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로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병은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현 시점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표현했다. 황무지에서 돌을 고르고, 비료를 뿌리고, 씨를 심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박병은은 “이제야 연기를 아는 것 같고,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조금 아는 것 같아요. 겸손한 게 아니라 만날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진짜 ‘나는 이제 시작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자. 연기나 잘하자’ 그런 마음이에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바람 역시 거창하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은 이래요. 저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 ‘연기 잘해,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배역을 잘 소화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꿈꾸는 배우의 이상향이에요. 개인적으로 코미디도 좋아하고, 작품 안에서 지독하게 아픈 사랑도 해보고 싶어요. 연기적으로 욕심이 많아요. 그런데 욕심도 너무 많이 부리면 탈이 나니까, 차근차근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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