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여교사' 흙수저 계약직 김하늘의 질투에 주목하라

입력 2016-12-22 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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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이소담 기자]‘여교사’는 과연 어떤 식의 문제작으로 남게 될까.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제작 외유내강)가 지난 21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여성판 ‘은교’라 여겨질 정도로 남학생 제자를 사이에 둔 두 여교사의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졌던 영화 ‘여교사’.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질투 그 이상의 계급 문제를 담고 있는 ‘여교사’였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빼앗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등학교 화학 교사인 효주는 정교사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여의치 않다. 출산 휴가를 떠난 다른 정교사를 대신해 담임까지 맡게 된 효주. 해야 할 일은 많지만 계약직인 효주에게 남의 업무를 떠맡는 것은 당연시 된다. 올해는 사정이 있어 담임을 맡지 못한다고 말을 꺼내 보지만,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효주의 말은 그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글을 쓴답시고 자신의 집에서 백수로 놀고먹는 남자친구에게도 지치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사라져갈 때 쯤 한 남학생이 효주의 눈에 들어온다. 무용 특기생인 재하는 야간자율학습 대신 홀로 체육관에서 연습을 하고, 효주는 그런 재하를 눈여겨본다.

하지만 정교사가 되겠다는 효주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일이 벌어진다. 교사 경험도 없는 이사장의 딸 혜영이 화학 담당 정교사로 학교에 부임한 것. 여기에 혜영은 대학교 조교였던 효주를 본 적 있다며 살갑게 다가온다. ‘선배님’이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효주는 그런 혜영이 너무나도 싫으면서 속으론 질투가 난다. 그 때부터 파국의 서막이 오른다.

재하를 찾아 체육관에 들른 효주는 우연히 혜영과 재하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빌미로 혜영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혜영은 한번만 봐달라고 빌지만 효주는 둘 사이를 떼 놓기 위해 재하에게 접근한다. ‘여교사’는 효주와 혜영의 파국을 위해 재하라는 남학생을 기폭장치로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혜영과 재하, 성인인 선생님과 미성년자 남학생의 베드신을 그려내고 효주와 재하의 키스신과 정사를 암시하는 장면 또한 등장한다. 그러나 ‘여교사’는 이러한 성적인 요소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먹고 살기 위해, 생존을 위해 뭔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여교사'는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강조한 김태용 감독의 말처럼, ‘여교사’는 계약직 교사 효주의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질투와 열등감이란 감정으로 담아낸다.

효주가 혜영의 치마 속 몰카를 찍은 남학생을 징계위원회에 넘기려다 ‘선생도 아닌 게’라는 말과 욕설을 듣는 장면은 학생마저 선생을 정직원과 계약직으로 구분해 차별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사장 딸인 혜영에겐 아첨을 늘어놓는 남자 선생들이 ‘정교사가 이런 일까지 해야겠어?’라며 효주에게 수행평가 채점을 떠넘기는 신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넘을 수 없는 계급의 경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여교사’는 말하고 있다. 아무리 자존감을 버리고 열등감을 버리려 해도 쉽지 않은 건, 날 때부터 금수저와 흙수저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효주는 자존감을 지키려 혜영을 질투하며 약점을 잡고 흔들지만, 결국 자신은 정교사가 되더라도 혜영 같은 해맑은 성격과 재력, 배경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효주는 혜영이 드러내놓고 과시할 수 없는 재하에게 더욱 집착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질투와 경멸의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삼각관계 대신, 왜 효주가 혜영을 미워하고 질투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떠올린다면 ‘여교사’는 그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시대적 프레임에 갇힌 영화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효주의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과잉 없이 설득력 있게 풀어낸 김하늘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편 ‘여교사’는 국내 최연소 칸영화제 입성과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거인' 김태용 감독 차기작으로 '베테랑' '베를린' 외유내강이 제작을 맡았다. 2017년 1월4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96분. 19세미만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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