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대종상영화제를 아프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인가?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개최됐다. '내부자들'이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병헌)을 비롯해 감독상(우민호), 기획상(김원국), 시나리오상(우민호)까지 5관왕을 차지했다. '덕혜옹주'는 여우주연상(손예진)과 여우조연상(라미란), 음악상(최용락, 조성우), 의상상(권유진, 임승희) 4관왕, ‘곡성’은 신인여우상(김환희), 편집상(김선민), 녹음상(김신용, 박용기), 조명상(김창호), 촬영상(홍경표) 5관왕을 수상했다. 올해 유일한 1,000만 영화인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감독 연상호)과 압도적 연출과 김민희, 김태리의 열연이 빛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 올해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제53회 대종상영화제에 출품하지 않아 후보에서 제외됐다. 출품작만을 심사하는 대종상의 특성상, 출품 포기는 달리 보면 보이콧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품뿐만이 아니다. 올해 제53회 대종상영화제에 참석한 후보자는 이병헌, 이엘, 김환희 등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불참했다. 남우주연상 후보였던 이병헌은 주연상 후보 중에선 유일하게 참석, 트로피를 챙겼다. 이견이 없는 수상이라지만, 홀로 참석한 이병헌의 마음은 무거웠다고.
앞서 지상파인 KBS 중계가 불발된 제53회 대종상영화제는 종합편성채널과 생중계를 타진했지만 이 또한 어렵게 됐다. 이에 올해는 케이블채널 K-STAR와 온라인 생중계로 대신했다.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청룡영화상이 SBS서 생중계되며 권위와 화제성 모두를 챙긴 것과 달리, 대종상영화제는 내홍과 공정성 논란으로 인해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켰다. 53번째란 유구한 역사에도 먹칠을 하게 됐다.
졸속진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후보자들이 대부분 불참하자 시상자와 MC 김병찬, 공서영, 이태임은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여 동안 예정됐던 제53회 대종상영화제는 수상소감 없이 진행되다 보니 예정보다 1부가 일찍 끝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남은 방송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의미 없는 말장난과 시간끌기가 이어졌다. '곡성'으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어린 나이에도 참석으로 힘을 보탠 김환희가 희생양이 됐다. '곡성' 홍경표 감독이 촬영상을 수상하자 대리수상자로 김환희를 불러냈다. MC들은 시간끌기용 질문을 마구잡이로 던졌다. 김환희는 5관왕 '곡성'의 대리수상을 도맡아 "이 상은 잘 전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야만 했다. 다른 시상식들은 시간이 모자라 대상 수상자의 수상소감도 짧게 해야만 하는 경우였다면, 제53회 대종상영화제는 시간이 남아도는 촌극이 빚어졌다. 때때로 카메라는 주인공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바닥을 비췄다. MC 김병찬은 무대에서 이미 한차례 시나리오상 수상소감을 했던 우민호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다시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이 오늘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시상식 막바지, 대종상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싸늘한 대중과 비판의 칼날을 세운 언론에게도 이래선 안 된다고 매달렸다. 그러나 대종상영화제를 아프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인가?
1990년 빨치산을 다룬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부군' 무관, 1991년 미군을 비판한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 작품상 후보 제외, 1996년 정부 지원금으로 탄생한 '애니깽'의 작품상과 수상 싹쓸이 사태, 1998년 대종상영화제 개최 무산, 2000년 심사위원 금품수수, 2009년 미개봉작 '하늘과 바다' 작품상 및 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 후보,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15관왕 등 공정성 논란만 해도 그 역사가 대단하다.
대중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원로영화인들의 밥그릇 싸움에 대종상영화제는 이미 권위와 공정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는 것을. 쇄신을 다짐했지만 오래도록 서서히 썩어버린 뿌리를 다시 되살리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긴 시간 썩어왔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는 것은 한순간이다. 과연 대종상영화제는 스스로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과연 해답은 무엇인지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