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영화감독은 연출자이기 전에 스토리텔러다. 뛰어난 연출만큼이나 중요한 건 재미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다. 그런 점에서 조의석(40) 감독은 '마스터'를 기점으로 관객의 신뢰를 확실히 얻었다. 'Made by 조의석'의 코리안 판타지, 벌써 600만 명이 봤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 오락액션 영화다. 희대의 사기범과 그의 브레인, 그리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의 이야기다. '감시자들'(2013) 조의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금융 사기꾼 진현필 역 이병헌,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 역 강동원, 타고난 브레인 박장군 역에 김우빈이 나섰다. 여기에 엄지원, 오달수, 진경 등이 출연한다.
개봉 전부터 '마스터'는 '1000만 프로젝트'로 불렸다. 이병헌과 강동원, 김우빈 그리고 '감시자들'의 감독의 조합이라니. 속된 말로 망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조 감독은 "난 검증을 받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전작 '감시자들'은 원작을 각색해서 찍은 거다. 반면 '마스터'는 내가 오리지널을 썼다. 거기에 스타 배우들이 합류했고 필리핀 로케이션까지 있었다. 행복했지만, 부담감도 많았다. 촬영 중간에 '이거 잘 안 되면 나는 뭐 하지. 농사를 지을까'라고 푸념을 하기도 했다. 근데 옆에 있던 PD가 '농사는 쉬운 줄 아느냐'라고 하더라.(웃음)"
그의 걱정과는 달리 '마스터'의 실마리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풀렸다.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던 이병헌은 'YES'란 답을 내놨고, 원칙주의자 김재명은 스타성이 뛰어난 강동원을 만나 결이 살아났다. 여기에 김우빈이 깔아놓은 판위에서 뛰어노는 재간둥이 박장군 역으로 합류했다. 선수들만 모인 꿈의 캐스팅, '감시자들'로 보여준 조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신뢰감이 비결이다. 특히나 '연기 괴물' 이병헌과의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이병헌은 늘 같이 하고 싶은 배우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생각한 시나리오와 직접 본 대본이 달랐다고 하더라. 진현필 역을 르포처럼 접근하길 바랐단 것 같다. 더 세고 리얼한 느낌이랄까. 근데 그게 아니란 걸 알고 나니 대화가 좀 편해지더라. 사실상 난 테스트를 당한 셈이었다. '넌 이 작품을 찍을 수 있을만한 감독이니?' 이거지.(웃음)"
잘 알려진 것처럼 진현필의 모티브는 조희팔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라미드 사기 사건의 용의자다.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조 감독은 한동안 피라미드의 계보를 파기도 했다고. 사실 진현필을 매력적인 악역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마음에 걸려 형사가 그를 통쾌하게 잡는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
조 감독은 "그래도 단순히 진현필을 잡는 내용보단 그 뒤에 있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에 도전하는 이의 성공신화를 그리고 싶었다. 조성경 의상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코리안 판타지'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극 중 김재명이 "썩은 머리는 다 잘라내자"라고 외치는 이유다.
그의 말처럼 '마스터'는 진현필이 구축한 피라미드 조직 원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정관계 세력을 향한 집요한 추격전이자 응징이다. 강직함에 저돌성까지 갖춘 형사 김재명과, 수지타산에 맞춰 계산기를 두드리는 지독한 현실주의자 박장군이 필요한 이유다.
"아무래도 '마스터'는 세 주인공들 위주로 보시게 될 거다. 여러번 보실 분들은 1차는 김재명, 2차는 박장군 이런 식으로 몰입해서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 나도 편집을 하면서 볼 때마다 누구에게 이입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확 달라지더라. 당연한 소리지만 되도록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