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차태현, 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여고생 교복을 입은 걸까.
4일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제작 AD406)가 개봉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뜻밖의 능력을 갖게 된 남자 이형(차태현)이 여고생, 모태솔로 식탐 대마왕 선생님, 이혼 위기의 형사, 치매 할머니까지 몸을 갈아타며 엉뚱 소녀 스컬리(김유정)와 함께 말 못할 이들의 사랑을 이어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형 역을 맡은 차태현이 극 중 갈아타게 되는 몸은 총 넷이다. 특히 여고생 말희(김윤혜)의 몸에 들어갔을 때가 압권이다. 해당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다둥이 아빠' 차태현이 여고생 교복을 직접 착용했기 때문. 그는 교복 치마를 입고 쩍 벌린 자세에 팔자걸음을 걸으며 관객에게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사실 이는 자칫하면 무리수 혹은 비호감으로 남을만한 설정이다. 하지만 '국민호감' 차태현이 하면 다르다. 그는 42세의 나이에도 거침없이 망가지며 연애 열등생 말희의 큐피드를 자처했다. 이에 대해 차태현은 "창피하기도 했지만, 뻔뻔하게 촬영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옆에는 18세 김유정이 말희의 친구이자 4차원 여고생 스컬리 역으로 함께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차태현의 장기인 휴먼 코미디다. 여고생 뿐만 아니라 이혼 위기의 열혈 형사, 배불뚝이 모태솔로 선생님, 치매 할머니 등 다양한 인물로 빙의한 차태현은 개성 만점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인물들의 사연을 코믹한 상황에 실어 관객에게 전달한다.
극 중 이형이 빙의한 인물들은 연령과 성별이 다르지만, 처한 상황은 보편적 정서가 바탕에 깔려있다. 처음 하는 사랑이기에 서툴고, 사랑이 식어버려 서운하고, 전하지 못한 사랑이 있어 마음 아픈 이들의 사연은 누구나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다. 연출자 주지홍 감독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영화를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 이유다.
국내에서 이런 힐링 코미디를 찰떡같이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 특히나 남자배우의 경우 범죄물이나 느와르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차태현이 걸어온 길은 다르다. 그는 '슬로우 비디오'(2014) '헬로우 고스트'(2010) '과속 스캔들'(2008) 등을 거쳐, 휴먼 코미디란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게 됐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그의 전작과 결이 비슷하다. 하지만 지겹지는 않다. 유재하의 가사처럼 사람들이 다시 못 올 지난날을 꾸밈없이 영원히 간직하길 바라는 이형의 고군분투는 관객에게 웃음은 물론, 한층 진한 감동을 전한다. 자신의 장기가 가장 빛을 발하는 때를 아는 배우 차태현, 그의 유쾌한 변신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