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①]"늙은男-어린女 로리타 대신 여성용 치정멜로 '여교사'"

입력 2017-01-07 13: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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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교사' 김태용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여교사' 김태용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여교사’ 김태용 감독이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제작 외유내강) 김태용 감독은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영화가 오픈되기 전에는 소재 자체가 선정적이고 파격적이어서 오해 받는 지점도 있었는데 공개 후엔 영화의 핵과 본질에 대해서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고 안도했다.

이어 김태용 감독은 “이 영화 자체가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화두, 이야깃거리를 던지는 식이다. 여성 캐릭터부터 계급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감독 입장에선 재밌다. 약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했다”고 말했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빼앗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태용 감독은 ‘여교사’를 통해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단다. 그가 계급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본인의 실제 삶 때문이었다. 김태용 감독은 “전작 ‘거인’이 실제 내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0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육원에서 지냈다. 그때의 나를 ‘거인’에서 최우식이 연기 했다. 생존 때문에 10대를 포기했고,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 신부님이 되려고 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살았다. 그러던 중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나란 사람이 누군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영화판에서는 아직 생존을 위해 뭘 포기했는지 모르겠다”는 김태용 감독은 “아직 내가 데뷔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 것까진 모르겠다. 지금 내가 만나는 영화는 인간적이고 되게 객관적인 것 아닌가 싶다. 큰 영화를 해보지 않아서 그런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효주와 혜영, 계약직과 정규직 여성 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도 있었다. 김태용 감독은 ‘거인’ 이후 첫 상업영화를 통해 계급 갈등을 녹여냈다. 여타 상업영화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다.

영화 '여교사' 김태용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여교사' 김태용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김태용 감독은 “‘거인’ 끝나고 나서 대본이 많이 들어왔다. 젊은 감독이 잘할 수 있는 로코가 많았다. 그런 것보다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데뷔한 지도 얼마 안됐고 그땐 서른도 안됐으니까 조급하게 장르영화에 대한 욕심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여유 있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제작사 외유내강에서는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순히 여성캐릭터가 아니라 직업인 여성으로 사회에서 받는 처우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용 감독은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사건의 핵심에는 자존감이 있는 것 같다. 집단에서 자존감을 잃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거나 충동을 느끼는 거라고 봤다. 그래서 지금 영화가 다뤄야 할 화두는 자존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또, 치정멜로라는 장르 자체가 여성 관객을 위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최근 치정극은 늙은 남자와 어린 여자의 로리타 코드가 대부분이다. 여성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작품이 없더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태용 감독은 “사실 남성 관객은 치정멜로나 이런 장르 영화를 극장에서 잘 안 본다. IPTV로 보면 다행이지. 개봉 전에 누가 ‘여교사 토렌트 떴나요?’라는 질문을 올렸더라. 그래서 잡으러 갈 뻔 했다”고 웃으며 “치정멜로란 장르는 감정이 중요한 장르이고 여성 관객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여자가 주체가 되는, 남자가 도구가 되는 전복된 사회, 뉴 밀레니엄 시대의 이야기라고 포장하겠다. 하하. 또 내 안에 무의식적으로 여성이 주체가 돼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듯 하다”고 전했다.

백수이면서 글을 쓴다는 핑계로 효주의 집에 빌붙어 사는 남자친구 역에 이희준을 캐스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여성이 주도하는 ‘여교사’의 스토리에서 찌질한 이희준의 열연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에 김태용 감독은 “아마도 효주 남친이 이희준이란 배우의 옷을 입어서 더 찌질하게 느껴진 걸 수도 있다. 이희준이 그 캐릭터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더라. ‘최악의 하루’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했고 ‘해무’도 그렇고”라며 “사실 그런 찌질한 남성 캐릭터가 한국적인 코드인줄 알았다. 그런데 하와이영화제에서 ‘여교사’ 상영을 했는데 이희준만 나오면 관객들이 웃고 뒤로 넘어가더라. 이게 보편화된 세계 남성 트렌드인가 싶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이희준이란 배우가 가진 공감대와 능력이 아닌가 싶다.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너무 좋아해서 이희준이란 배우랑 죽기 전에 한번만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나오자마자 제작사에 부탁했다. 이희준이 제작사 외유내강의 ‘부당거래’에 출연한 인연이 있어서 캐스팅할 수 있었다”며 “정말 영광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김태용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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