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데뷔 21년차 김하늘의 변신이 아름답다.
배우 김하늘은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제작 외유내강) 데뷔 21년차를 맞아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996년 ‘스톰’ 전속모델로 데뷔한 김하늘은 데뷔 21년차를 맞이한 것에 대해 “변화를 주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위험한 것 같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선택할 때도 그 전엔 멜로 연기만 했기에 코믹한 연기를 하자 청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포영화에 출연하면 장르를 넓히고 도전한 거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하면 부담스러운 것 같다”고 연기변신 의도가 있었냐는 질문에 딱 잘라 답했다.
김하늘은 “세월이 흐르고 연기생활을 오래 하고 연기폭도 넓어졌다. 아마 ‘여교사’가 몇 년 전에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면 나도 선택 못했을 것이다. 차근차근 쌓이면서 지금 시기에 이 캐릭터를 내가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욕심이 있을 때 선택을 하는 편이다. 연기변신 욕심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식으로 작품을 선택한 적 없었는데, ‘여교사’는 내게 도전이 맞다”는 김하늘은 “사실 도전이란 단어를 싫어한다. 부담스러워서. 그런데 ‘여교사’ 효주는 내게 도전이었다. 내가 표현하지 않았던 캐릭터라서 내게도 낯설었다. 20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공포, 스릴러도 했지만 대부분 사랑 안에서 연기를 했다. 사랑을 주고받는 로맨스 연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효주는 사랑을 못 받고 외면당하는 느낌이었다. ‘블라인드’ 같은 스릴러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하늘은 “‘여교사’는 대본 자체가 자존심 상했다. 항상 예쁘고 사랑스럽고 ‘당신을 좋아합니다’ 그런 말을 작품 안에서 듣고 연기했는데, ‘당신은 악마같아’ ‘난 널 사랑하지 않았어’라는 대사를 들을 때 모욕감이 느껴졌다. 감정이 이입됐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 사랑을 표현하면 설레고 그런 감정이 나오는데, ‘여교사’는 가슴에 박히는 대사들이 모욕적이었다. 찍을 때도 그랬지만, 봤을 때도 속상하고 그 이상의 감정이 올라오면서 화가 나더라. 내게는 그런 효주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연기 고충을 전하기도.
‘여교사’가 공개되자 김하늘의 인생연기란 극찬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스럽거나 청순했던 김하늘은 ‘여교사’에선 푸석푸석하고 메마른 얼굴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김하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낯설면서도 공감이 되는 효주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건 김하늘의 공이 컸다.
김하늘은 “사실 너무 좋았던 게, 지금까지 해온 영화 중 리뷰 기사가 제일 많이 나왔다”고 웃으며 “당연히 리뷰 같은 건 궁금해서 찾아본다. 이번 ‘여교사’는 너무 많았다. 좋은 이야기도 많았고, 좋지 않게 본 이도 있었겠지만, 그 관심 안에 있었던 게 너무 좋았다. 그 안에 내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게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더라”고 설렘을 드러냈다. 여우주연상 수상에 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자 김하늘은 “그건 내 영역이 아닌 느낌이다”며 “상을 받았을 때 보상 같은 느낌보다는, 이미 촬영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너무 많은 응원을 받아서 그때 보상을 다 받았다. 상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 ‘여교사’ 또한 수상까지 생각하기엔..”이라고 말을 흐렸다. 앞서 김하늘은 KBS 2TV 드라마 ‘공항가는 길’로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하늘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여교사’를 보면서도 찍은 지 꽤 돼서 나도 언론시사회 때 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시간이 흐르고 내 연기를 보니 나의 다른 모습이 낯설고 그게 재미있었다. 카타르시스도 느껴졌다. 나를 좋아해준 분들이 너무나 다른 색깔의 연기를 봤을 때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응원을 받았을 때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자신감이 생기니까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캐릭터와 장르를 넓게 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작품이 내게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앞으로도 꾸준히 변화하고 성장하는 배우 김하늘이 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한편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빼앗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최연소 칸영화제 입성과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거인' 김태용 감독 차기작으로 '베테랑' '베를린' 외유내강이 제작을 맡았다. 4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