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오종혁은 캐릭터 욕심이 많은 배우다. 그간 해온 배역들을 살펴보면 군인, 시인, 경호원, 도둑, 장애를 지닌 소년 등 지속해서 변신을 꾀했다. 그런 그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코미디'다. 모자라기 때문에 채워 넣고 싶은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코미디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대학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오종혁을 만났다. 작품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며 '힘들까, 어려울까' 재기보다는 마음에 꽂히는 요소가 눈에 들어오면 일단 손들고 달려드는 그의 열정을 무엇이 막을 수 있을까.
작년 오종혁은 4개의 작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그날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연극 '벙커 트릴로지'를 동시에 소화했다. 물론 지방 공연 투어가 길어지면서 스케줄이 겹치는 상황이 된 것이지만 본인 스스로도 "두 번 다시는 이렇게 욕심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로회복제를 매일 달고 살면서 극한의 노력으로 컨디션을 유지해 무대에 올랐던 그는 자신의 체력의 한계보다는 다른 배우들에게 끼치는 민폐를 먼저 생각했다. 오종혁은 "내 욕심껏 하고픈 작품에 다 들어갔는데, 연습할 때 다른 배우들에게 폐가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연습에서 진도를 팍팍 나가는데, 스스로 불안감도 느꼈다. 잘못하면 어느 작품이든 죄송할 것 같았다. 나보다 훌륭한 선배들도 작품 하나에 몰두하는데 내가 뭐라고.. 이번 기회를 계기로 다음부터는 하고 싶은 작품도 참아가면서, 한 작품마다 더 집중해 표현의 깊이감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층 성숙해진 자세를 보였다.
오종혁이 최근 무대에 서고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눈물 흘리는 역할이 많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는 시인 백석으로 분해 자야와의 애달픈 사랑을 시리도록 아름답게 그려냈다. 전쟁의 참상을 그려낸 연극 '벙커 트릴로지'에서는 동료를 잃는 애끊는 아픔을 눈물로 토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하루에 한 번은 꼭 울고 있을 것 같은 그에게 눈물이 많은 편인지 묻자 그는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무대 위에서 흘리는 눈물은 스토리 상황에 몰입해 흐르는 것이라 잘 우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고 답했다.
배우 중에는 캐릭터를 고스란히 흡수해 배우 자체가 그 캐릭터로 보여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우의 존재감에 캐릭터를 덧씌워 개성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오종혁은 어떤 스타일의 배우인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어렵다..."는 말과 함께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 그가 내놓은 답은 "역할마다 다르다"는 것. 오종혁은 "딱 잘라서 어떤 타입인지 구별할 수는 없다. 어떤 배역은 아무것도 안 해도 그 역할로 보여지는 것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상황 자체가 오종혁이 아니라 캐릭터로 보인다고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반대로 죽어라 해도 연기하는 것 같다고 평가를 받을 때가 있다. 현재로써는 후자 같은 상황이 더 많다"고 말했다.
'가장 소화하기 힘들었던 캐릭터'로 장진 감독이 연출한 연극 '서툰사람들'의 장덕배 역을 꼽은 오종혁은 "웃기는데 소질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개그맨 출신 이정수 등이 같은 캐스팅으로 출연했기에 더욱 '웃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그는 "내가 무대 위에서 스스로가 자꾸 오종혁으로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코미디인데 관객이 웃지 않았고, 심지어 감동적이라며 우시는 관객도 계셨다. 혼란이 왔다. 웃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덕배를 씌울려고 안간힘을 썼다.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나는 사람 자체가 안 웃긴다. 관객을 집중시켜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빵 터뜨려야 하는데,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하면서 웃겨야 할 타이밍을 놓친다"면서 "더불어 말투 때문인지 나와 대화를 나누면 진지해진다"며 자신을 자책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종혁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다면 하고 싶은 장르는 '코미디'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으로도 코미디 장르를 도전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전에 김상혁과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다. '안녕하세요~ 클릭비의 오종혁 입니다'하고,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는 장면만 나왔다. 6시간 정도 녹화했는데, 정말 한 마디도 못하고 앉아서 웃다가 왔다. 그 후로 매니저가 예능 프로그램 섭외를 안 해주더라"며 웃픈 이야기를 전했다. 오종혁이 지향하는 코미디는 공감을 전제로 다 함께 웃는 것이다. 그는 "'코미디'는 정말 잘해보고 싶은 분야다. 다른 배우들도 '아직 너는 코미디 아니야'라고 말하고, 나도 알고 있다. 지금부터 노력한다고 해도 유머 센스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슬랩스틱 같은 것 말고, 그냥 내가 말하면 안쓰러우면서도 웃기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꼭 다시 도전할 것이다"라는 포부와 함께' 코미디'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