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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연극 '인간', '인류 재판' 통해 인간의 존재 가치 논하다

입력 2017-02-05 06: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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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인간 자신들 손으로 멸망을 고한 인류. 과연 이대로 사라져야 마땅한가, 아니면 종족 번식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야 하는가."

작년 12월 17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인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동명 희곡을 무대로 올린 작품이다.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새하얀 공간, 쳇바퀴처럼 생긴 미지의 소품, 그리고 여기저기 놓인 사이버틱한 은색 박스들. 공연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이질적인 공간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면 무대 구조 덕분에 마주하게 되는 맞은 편의 관객 모습은 어색함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관찰자 입장이 된 관객들의 입장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인류 최초로 남은 남자와 여자. 남자는 화장품 회사에서 동물실험 등을 진행한 남자 과학자 라울, 여자는 호랑이를 부리며 서커스를 진행한 조련사 사만다다. 두 사람은 서로가 누군지도, 이 공간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를 다툰다. 그 와중에 사만다는 리얼 관찰 버라이어티 촬영으로 착각하며 백치미를 드러내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결국, 두 사람이 접촉하면 물과 먹을 것 등의 음식을 제공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군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극의 핵심은 '인류 재판'부터 시작된다. 미지의 존재로부터 인간은 핵전쟁으로 인해 모두 파멸되었으며, 온 우주를 통틀어 살아남은 사람은 라울과 사만다 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과연 아이를 낳아 인류의 명맥을 이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주장한다.

라울은 냉정하게 인간의 잘못을 지적한다. 동물실험, 자살행위, 환경오염 등 인간이 해온 만행을 꼬집으며 "인간 말고는 잔인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인간이라는 종족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와 반대로 사만다는 인간이기에 반성하고 고쳐나갈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사실적 결과를 토대로 인류의 잘못됨을 지적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라울이었지만, 감정적 호소로 외치는 사만다의 의견을 결국 존중한다. 인간은 무죄를 선고받으며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는다.

인간이 계속해서 살아남아도 되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던 '인류 재판' 또한 인간이기에 열릴 수 있던 것. 작품은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에 대해 너무 무겁지 않게 드러낸다. 특히 인류 재판에서 멋대로 배심원이 된 관객들은 관찰자에서 자연스럽게 재판에 참여하는 입장으로 바뀌며 더욱 극에 몰입하게 된다.

2면 무대 연출은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라울과 사만다가 밖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 갇혔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더불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번쩍이는 LED 조명의 쳇바퀴는 사람을 동물로 취급한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무대를 현실과 동떨어지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무대 위쪽에 배치된 조각 스크린은 위에서 누군가 관찰하고 있다는 시선을 표현하는 바탕이 됐으나, 만화 같은 외계 생명체의 눈동자는 순간 흠칫하게 만들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인간'을 통해 첫 연극 도전한 가수 스테파니는 퍼포먼스 쇼맨십은 뛰어났으나, 아직 공연장을 채울 역량은 미흡해보였다. 발성 부족은 분노 표출 등 감정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대사를 읊을 때 끝을 올리는 버릇과 부정확한 발음은 상대 배우와 주고받으며 템포 빠르게 진행되는 2인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스테파니와 페어였던 배우 전병욱은 뛰어난 감정 조절로 극의 흐름을 쫀쫀하게 만들었다. 자신과 한 공간에 갇힌 영문모를 여자를 보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던 그는 음식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안쓰러운 모습도 드러냈다. 이어 재판을 개최할 때는 빈틈 없어 보이는 모습과 더불어, 결국 인간이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논쟁에 지쳐가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인류 재판'의 의미를 더욱 관객들에게 와 닿게 만들었다.

오는 3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인간'에는 라울 역에 배우 고명환·오용·박광현·전병욱, 사만다 역에는 안유진·김나미·스테파니가 출연한다.

(사진 제공=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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