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오정세는 어떻게 ‘조작된 도시’에 합류하게 됐을까.
배우 오정세는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제작 티피에스컴퍼니) 인터뷰를 갖고 승률 0% 국선변호사 민천상 역할에 캐스팅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까지 한 사연과 이후 머리를 밀고 8kg을 감량한 사연을 공개했다.
‘조작된 도시’는 단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사건 실체를 파헤치는 범죄 액션 영화다. 지창욱이 현실에선 백수이나 게임 상에선 리더로 군림하다 살인자로 몰리는 권유 역, 심은경이 대인기피증 초보 해커 여울 역, 안재홍이 특수효과 말단 스태프 데몰리션 역을 맡았으며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급으로 맹활약한 영화를 보니 어땠냐는 물음에 오정세는 “전체적으로는 재밌었다. 걱정도 기대도 많이 했다. 다행히 기대했던 좋은 느낌이 더 많았다. 배우들은 모두가 그렇겠지만, 내 캐릭터만 놓고 보면 항상 아쉬운 것들이 더 먼저 보인다. 그래도 치열하게 준비했던 역할이라서 뿌듯하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처음에 민천상 역할을 잡아가기까지 무(無)에서 시작해서 외형적인 부분과 심리상태를 하나하나 그려나갔다. 박광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왜소증 환자로 캐릭터를 잡았다. 외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장애나 결핍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영화 톤 앤 매너에 맞는 외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떠올리고 오케이를 했는데 이틀 있다가 다시 박광현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그렇게 찍으려면 CG 때문에 제작비가 두 배가 든다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린 악역 캐릭터가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 중 지나치게 머리숱이 없어서 병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어떨까 싶었다. 골룸보다는 머리숱이 많은 느낌이었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영화에 캐스팅이 늦게 돼서 가발을 맞추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감출 수 없는 반점이 얼굴에 크게 있으면 어떨까 싶어서 그렇게 설정했다.”
“처음에 민천상을 준비할 때 연민이 느껴지는 국선변호사에서 중반 이후로는 악역처럼 보이도록 포인트를 잡았다”는 오정세는 “얼굴에 흐릿하지만 크게 반점이 있는 걸로, 그 반점이 후반부엔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제안했다. 반점이 너무 진하면 연민보다는 비호감에 악한 느낌이 셀 것 같았다. 사실 난 캐릭터의 반전이 있었으면 했는데, 박광현 감독은 그냥 드러나도 상관없다고 했다. 내가 생각한 건 ‘능력이 이렇게 어마어마했어? 이런 방대한 데이터가 있어?’ 하는 느낌이랄까”라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짧은 시간 내 치열한 고민을 했던 오정세였다.
이어 오정세는 “민천상은 등을 곱추처럼 완전히 굽혀서 표현하는 것보다는 자세가 조금 구부정하게, 조금 불편한 듯 보이게 경계선을 설정했다. 처음엔 보조 장치 없이 등이 굽은 것처럼 보이게 연기하고 연습했는데 며칠 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몸에 무리가 오더라. 며칠 했는데도 이 정도면 끝까지 연기하려면 힘들 것 같더라. 힘들어서 물리치료도 받고, 나중엔 보조 장치를 부탁해서 부착했다. 조금 더 구부정하게 있으면 너무 곱추 같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 안 보일까봐 걱정했다. 이러한 설정들이 쌓이고 쌓이면 색다른 인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정세는 “원래 다른 역할로 캐스팅이 돼 있었다”며 “박광현 감독과 작업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 그러던 중 민천상이 매력적인데 내가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박광현 감독 의견도 있지만 제작사나 투자사 의견도 있잖나. 큰 대작에 나를 민천상 역으로 쓰기엔 조금 그렇다는 의견이었는데, 크랭크인 직전까지 민천상이 공석이었다. 그래서 박광현 감독이 결국 민천상 역할을 내게 맡겨줬다”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캐스팅을 위한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는 오정세는 “민천상 캐릭터 설정에 대해 박광현 감독에게 이야기를 했다. 자료를 이만큼 펼쳐놓고 ‘민천상은 이런 인물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여러 가지 예시를 들었다. 박광현 감독이 민천상은 정장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럼 난 허름하고 박시한 느낌, 그렇지만 원단은 최고급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대8 가르마도 박 감독이 히틀러를 생각하고 제안했다. 이마가 조금 더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마 쪽 머리를 더 깎았다. 지나치게 밀어버리면 인위적으로 머리를 밀었구나 싶을 수 있어서, 애매모호하게 달라 보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정세는 “살도 사실 지나치게 많이 빠져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크랭크인 2주 전에 캐스팅이 돼서 급하게 살을 뺐다. 10일간 물만 먹었다. 아무것도 안 먹으니까 8kg이 빠지더라. 그랬는데 생각보다 더 안 빠져 보이는 느낌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영화 스토리가 영화적인 것도 그렇고 인물도 그렇고 기존에 봐왔던 익숙함에서 벗어난 새로움에 대한 접점이 있었다. 악역도 1차원적인 악역이 아니라 예상되지 않는, 처음 보는 색다른 신선한 인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인물을 그릴 수 있는 영화들이 있잖나. ‘조작된 도시’에는 만화적인 인물이 더 매치가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욕심 났다”고 민천상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사연을 전했다.
한편 ‘조작된 도시’는 지난 9일 개봉해 2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