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드디어 홍길동의 역사가 새로이 시작된다. 호부호형에 서러워하던 서자가 아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선 혁명가의 등장이다. '역적' 윤균상, 가족애를 넘어 인류애를 장착했다.
21일 오후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8회가 방송됐다. 아버지 아모개(김상중)와 가족의 터전 익화리를 되찾겠다고 선언하는 홍길동(윤균상)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아모개의 일가들은 참봉부인 박씨(서이숙)의 음모에 휘말려 풍비박산이 난 상황. 홍길동마저 기억을 잃고 방황하다 한참만에 아버지와 익화리패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홍길동 일가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조선의 신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모개는 면천을 하려다 아내 금옥(신은정)을 떠나보냈고, 왕족 충원군(김정태)의 명을 거역해 무릎이 박살났다. 단지 신분이 미천하단 이유로 겪은 불행이다. 홍길동은 "세상엔 우리가 사람 꼴로 사는 걸 도저히 두고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이 모든 건 우리가 엎드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 말고 짐승으로 살 수는 없다. 충원군에게 본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나 역시 건달로 살 것이다. 그보다 더한 것도 될 수 있다"라고 선언했다. 아버지가 건달로 사는 게 싫어 '농사를 짓자'고 말하던 그다. 가족이 겪은 비극 앞에 무서운 것도 두려운 것도 없어진 홍길동의 심경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역적'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그리는 작품이다. 호부호형을 부르짖던 도인 홍길동이 아니다. 때문에 극 중 홍길동의 각성은 혁명가를 향한 첫걸음이다. 조선의 가장 낮은 계급인 씨종(대대로 내려가며 종노릇을 하는 사람)의 아들 홍길동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이는 신분제란 족쇄를 벗고자 발버둥 쳤던 아모개의 뜻을 따르는 길이기도 하다.
세상을 구원할 아기장수의 운명을 타고났으나 이를 거부하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홍길동. 하지만 사람보다 계급이 먼저이며, 여기에 가로막혀 인(仁)이 부재한 세상은 혁명을 향한 그의 의지를 일깨웠다. 가족애는 곧 억압의 시대를 살고 있는 민중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역적' 황진영 작가는 "세상을 품을 만한 사랑을 지닌 홍길동을 통해 사랑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인류애를 자각한 자가 곧 영웅이라는 것. 앞으로 윤균상이 그려낼 혁명가 홍길동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