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한석규의 뼈 있는 일침은 과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
누군가는 말했다. 여배우는 현장의 꽃이라고. 여배우 없는 촬영장은 삭막했다고. 그리고 홍일점인 여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촬영장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그렇게 여성 배우들은 배우이기 이전에 남성 스태프와 배우로 가득한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소비됐다. 예능프로그램에 여배우가 등장하면 애교를 강요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여배우는 까다롭다고 프레임을 씌운다.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에선 기싸움에 대한 질문이 당연한 듯 던져진다. 여성 감독이 디테일을 챙기면 세심하다거나 혹은 깐깐하다는 수식어가 붙지만, 남성인 봉준호 감독이 디테일에 신경을 쓰면 ‘봉테일’이 된다. 그렇게 충무로는 남성들로 채워졌다.
그 가운데 배우 한석규의 의미 있는 발언이 참으로 뜻 깊게 다가온다. 지난 3일 진행된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제작 큐로홀딩스) 네이버 무비토크 라이브에서 여배우 없는 작품에 출연한 소감을 밝히며 일침을 가한 것.
“여배우 없는 촬영은 처음이다”고 말문을 연 한석규. 대부분의 남성 배우들이 그랬듯, 남자끼리 있으니 분위기가 삭막했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질 줄 알았건만 한석규는 달랐다. 그는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 여배우들이 화날 일이다. 어떻게 여배우 없는 영화를 기획했냐. 나현 감독 책임이다”며 “보은 차원으로 나중에 여배우들만 나오는 영화를 찍어 달라”고 나현 감독을 질책하며 여성 배우들이 맘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극 중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면회를 왔으면 하는 여배우가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 다들 아내 혹은 이상형인 여배우를 언급할 때, 한석규는 고(故) 장진영을 언급했다.
“이런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 한석규는 “고(故) 장진영 씨가 (면회를)왔으면 좋겠다. 알다시피 많은 여배우들과 작품을 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사랑 이야기를 연기한다면 어떤 배우와 했으면 좋을까 생각한 게 장진영이었다. 장진영이 신인시절 CF에서 처음 만났다. 선후배를 떠나 모두 동료잖나. 그래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후배 배우를 떠올렸다.
수많은 여성 배우들이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보여줄 작품을 만나지 못해 속앓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가운데 여성의 입이 아닌 남성 배우의 입에서 여배우들의 입지와 작업 현실에 대한 일침이 나온 것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강수연, 전도연, 김민희.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칸, 베를린에서 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모두 여배우들이다. 그만큼 인정받고 있음에도 작품이 없어서, 혹은 투자를 받지 못해 관객을 만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여배우뿐만 아니라 관객도 화 내야 할 지금이다. 한석규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