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영화인에게 가장 재밌는 소재는 뭘까. 아마도 자신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창작의 고뇌, 진정한 연기를 향한 갈망, 배우 생활의 어려움 등. 그런데 관객도 그걸 궁금해할지는 의문이다. 대놓고 '아티스트'라 칭하는 이 영화가 걱정되는 이유다. 하지만 배우 류현경(33)은 "절대 그런 영화가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9일 개봉한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이하 '아티스트', 감독 김경원/제작 영화사 소요, 백그림) 어느 날 눈을 뜨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탄생한 지젤(류현경)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박정민)의 살짝 놀라운 비밀을 다룬다. 극 중 류현경은 덴마크 유학파 천재 화가 지젤 역을 맡았다.
작가주의가 많은 저예산 영화에 제목이 '아티스트'라니. 어쩐지 그들만의 리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풍긴다. 류현경은 "심지어 처음에는 제목이 '지젤'이었다. 발레영화인가 싶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바뀐 제목이 훨씬 마음에 든다. 극중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사실 우리 영화는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망설이시는 분들도 있을 줄 안다. 나도 걱정이 된다. 하지만 보러 왔다가 '그게 아니구나' 하셔도 좋지 않을까 한다.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싶다."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류현경. 미리 영화를 본 입장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티스트'는 표면적으로는 요절한 천재 화가의 이야기다. 하지만 속내는 예측불허 블랙코미디다. 경쾌한 리듬의 음악이 시종일관 흐르고 욕망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생고생은 곧 관객들의 웃음이 된다.
류현경은 "'아티스트'는 미술계나 화가의 이야기에 국한된 영화가 아니다. 넓게 보면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을 다룬다.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고 본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때문에 그는 '괴짜' 지젤을 현실감 있게 연기하는데 중점을 뒀다.
극 중 지젤은 예술가의 자의식 그 자체인 인물이다. 커피는 에스프레소, 음악은 클래식이어야 한다. 믹스커피나 뽕짝은 그의 인생에선 없는 단어다. 전생에도 현생에도 자신이 아티스트라 믿는다. 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선 예술병에 걸린 진상이다. 팍팍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사는 그가 세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벌어지는 일이 바로 '아티스트'의 주요 골자다. 즉,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비뚤어진 욕망을 그린다.
"어렵지 않았으면 했다.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갇혀있고 싶진 않았다. 완성본을 보니 전체적으론 그런 의도가 잘 살아났다. 물론 내 연기는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웃음) 나 역시 지젤과 비슷한 경험이 있다. 배우 역시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 아닌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순간을 잘 넘겨야 하는 것 같다. 부디 많은 분들이 '아티스트'를 보시길 바란다. 지젤의 이야기가 예술계에만 한정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실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