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어폴로지' 캐다나인의 시선으로 본 위안부, 역사의 비극

입력 2017-03-09 14: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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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폴로지' 포스터
영화 '어폴로지' 포스터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전쟁은 늘 살상과 인권 유린을 동반한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꽤 깊고 길게 상처를 남긴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 관심과 도움은 뒤따르지 않는 생존자들의 삶.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어폴로지'(배급 영화사 그램)는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삶을 캐나다 감독 티파니 슝이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정성을 담아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위안부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생존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8~90대의 나이가 됐다. '어폴로지'는 한국과 중국, 필리핀 3국에서 살고 있는 생존자들의 삶을 뒤쫓는다.

'어폴로지' 속 할머니들은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친다. 위안부 피해자란 사실이 언뜻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비극의 흔적은 여전히 이들에게 남아있다. 길원옥 할머니는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 선다. 92년부터 시작된 수요시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하는 건데, 그 당연한 게 여태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일본은 막말로 응수 중이다. '전쟁에는 성 노예가 필요하다'란 발언은 길원옥 할머니의 가슴을 두 번 아프게 했다. "사과는 안해도 막말은 하지 말아야지"란 말이 절로 나온다. 평생 그늘 속에서 아픔을 견디며 죽지 못해 살아온 삶이다. 미안하다고 해도 그 상처가 지워질까. 악몽 같은 세월이 없던 일이 될까. 단지 마음이 좀 풀어졌으면 싶을 뿐이다. 그것마저 쉽지 않다.

영화 '어폴로지' 스틸
영화 '어폴로지' 스틸

필리핀 아델라 할머니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란 사실을 가족에게 숨겼다. 남편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웠다. 심장에 깊이 박힌 과거는 오랫동안 아델라 할머니를 괴롭혔다. 혼자 오랫동안 품어온 이야기는 곪고 또 곪았다. 그 사이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죄책감은 평생 꼬리표처럼 할머니를 따라다닌다.

중국에 살고 있는 차오 할머니는 아직도 과거의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멀리 있을 엄마에게 통곡소리 들릴까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건 구타와 감금뿐이었다. "아이를 임신해도 목졸라 죽여야 했다"는 충격적인 진술이 이어진다. 가까스로 고향에 돌아온 그는 몸이 성치 않아 아이도 낳지 못하는 몸이 됐다.

전쟁은 멀쩡한 사람도 괴물로 만든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바라는 건 딱 두 가지다. 평범한 삶과 일본의 사과다. 하지만 일본 우익 단체들은 할머니들을 '매춘부'라 칭하며 모욕을 서슴지 않는다.

'어폴로지'는 캐나다인 티파니 슝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영화를 기획했다. 몇 년 간 할머니들과 동고동락했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본 할머니들의 일상은 담담해서 더욱 먹먹하다. 전쟁이 끝난지 벌써 70여 년이다. 10대 소녀였던 할머니들은 어느새 90대 노인이 됐다. 하지만 비극의 그림자는 여전히 그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악몽 같았던 시절에 대한 사과와 보상, 대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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