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석아" 한 마디면 누군가 덤프트럭에 치여서 죽고, 절대 악인 차민호의 살인 행각들이 지워진다. 모든 더러운 뒤처리를 도맡았던 남자는 감옥에 있는 김민석(성규 역)을 직접 목을 조르는 살인에도 동참한다. 하지만 결국 엄기준(차민호 역)을 배신한다.
'검은 모자, 덤프트럭, 나쁜 놈, 차민호 오른팔, 석이', 모두 지난 21일 종영한 SBS 월화 드라마 '피고인' 속 신인 배우 오승훈을 일컫는 칭호들이다. 대사는 거의 없었지만 차민호 엄기준의 악행이 더해갈수록 그의 존재감도 커졌다.
1991년 생으로 올해 27살이 된 오승훈은 '피고인'이 드라마 데뷔작이다. 지난해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 '렛미인'에서 6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오스카 역에 발탁됐고, 현재는 연극 '나쁜 자석'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떠오르는 기대주다.
원래 꿈은 농구선수였다. 오승훈은 지난 24일 막을 내린 tvN 농구 예능 '버저비터'에서 외모, 실력을 모두 갖춘 우승팀 Y팀 주장으로 활약했다. 현재도 농구 교실에서 개인 레슨을 한다는 오승훈은 "누구보다 농구를 사랑했기에 그래서 더 미련이 남았던 꿈"이라고 설명하며 "연기는 농구만큼 모든걸 쏟고 싶었던 꿈이었다"고 털어놨다.
'피고인'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었다. 하지만 오승훈은 처음부터 김석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엔 윤태수 역할 오디션을 봤다"고 밝혔다. 지성(박정우 역)의 처남인 윤태수는 친형처럼 따르던 매형을 누나와 조카를 죽였다는 죄목으로 마주하는 교도관이다.
"태수는 신인 배우로서 보여줄 게 많아 보였어요. 처음에는 매형과 잘 지내다가 나중에 세상 분노는 다 안고 있는 어두운 역할이잖아요. 너무 하고 싶어서 며칠 밤을 준비해 갔는데 감독님께서 태수 나이를 높게 잡아서 저는 시켜주고 싶어도 너무 어리다고 하셨어요. 저를 좋게 보셨는지 제 눈이 매섭고 뱀파이어 같다며 석이를 맡겨주셨어요.
그런데 역할을 받고 보니 제 얼굴이 무섭지 않아서 엄청 고민을 했어요. 감독님 조언대로 얼굴이 아닌 시선이나 보이스에 중점을 뒀죠. 검은 모자도 마찬가지예요. 무게감이나 눈빛이 잘 느껴져서 계속 썼는데 덕분에 나중에 모자를 벗고 법정에 섰을 때 석이의 감정 변화들이 더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악인 차민호는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살인을 지시할 뿐 아니라 직접 살인까지 저질렀다. 곁에는 늘 오른팔 김석이 있었다. 어릴 적 학대를 받고 비뚤어진 차민호는 그렇다 치더라도 김석은 왜 그렇게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는 걸까. 이에 오승훈은 "석이는 민호를 나를 거둬준 형 같은 존재였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저도 이해가 안 가서 대본 리딩 때 작가님께 석이의 충성심에 대해 여쭤봤어요. 민호는 석이 아버지의 은인이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주고 거둬준 형 같은 존재더라고요. 나중에는 없어졌지만 대본상에는 석이가 나쁜 일에 괴로워하는 신도 있었고, 민호와의 과거 인연이 담긴 회상 신도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석이는 이름도 없는 단역이었어요. 민호가 매번 나쁜 일을 할 때 누군가를 불러야 하는데 '야'라고 할 수 없으니 이름을 붙이게 된 거예요. 그런데 갈수록 석이가 하는 일이 많아졌어요(웃음). 나중에 배신까지 하게 되죠. 저로서는 많은 운이 따랐어요. 끝나고 작가님께 백번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왔습니다."
첫 작품, 첫 캐릭터로 주목받기는 쉽지 않다. 비록 분량도 대사도 많지 않았지만 지성과 엄기준 두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피고인'은 신인 오승훈에게 더욱 각별했던 감사한 작품이었다. '피고인'과 김석이라는 캐릭터는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제게 많은 가르침을 줬어요. 먼저 석이를 만나면서 '피고인'을 하게 됐고, 좋은 경험과 사람들, 행복한 결과물까지 얻었어요. 평생 잊지 못할 제 첫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경험이 있었다면 석이답게 역할을 잘 살릴 수 있었는데 아쉽고 미안해요. 그럼에도 많은 일을 하게 해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