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배운 자가 그릇된 신념을 가지면 더 무섭다고 했다. ‘보통사람’에서 장혁이 맡은 악역 규남 또한 그렇다.
나쁜 놈이 잘못된 신념을 갖는 건 무서운 일이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나쁜 놈이 배운 자일 경우다. 총칼을 휘두르고 폭행과 살인을 저지르는 것만이 무서운 게 아니다. 국가에 대한 어긋난 충성심과 신념으로 악행을 자행했던 이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존재한다. 그 예를 아주 잘 보여주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23일 개봉한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제작 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의 안기부 실장 규남이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배경은 88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의 봄이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군사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4.13호헌조치를 발표했다. 그리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사건으로 말미암아 6월 항쟁이 벌어진 해이기도 하다.
장혁이 연기한 규남은 서울대 법학과 재학 중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 타이틀을 달고 엘리트 검사로 승승장구 하다 남산으로 넘어와 안기부 실세가 된 인물이다. 국가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연예인 마약수사부터 살인사건 조작까지, 규남에겐 못 할 일이 없다.
국민의 관심을 정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규남이 택한 건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의 등장이다. 규남은 평범한 가장이자 성진이 검거한 수상한 용의자 태성(조달환)이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이란 증거를 모아 전달한다. 안기부의 은밀한 공작에 성진의 삶은 망가지고, 진실을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규남은 불온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서울대 재학 시절 스승이었던 교수의 강의 중에도 불쑥 찾아가 엄포를 놓는다. 거슬리는 이가 있으면 남산으로 끌고 가 고문한다. 국가의 안정을 위한다는 허울 좋은 그러나 어긋난 신념으로 말이다. 죄책감 따윈 느끼지 않는다. 그게 자신의 일이니까. 그래서 더 무섭다. 본인이 하는 일이 애국이라 믿고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악행을 저지르는 규남의 모습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앞서 규남과 비슷한 악역 캐릭터를 등장 시켜 1,000만 관객을 모은 작품이 있다. 바로 ‘변호인’(감독 양우석/제작 위더스필름)이다. 곽도원이 맡은 형사 차동영 경감은 자신의 생각이 곧 법이라 믿는 인물이다. 영화의 배경 또한 1980년대로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곽도원은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학생들을 고문하는 악랄한 모습으로 호평 받았다.
‘보통사람’ 악역 규남 또한 ‘변호인’ 차동영 만큼이나 관객의 분노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악역이라고 다 같은 악역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신념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취급 않는 악역 규남. 과연 관객은 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규남을 보며 현실의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