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김남길(37)이 오랜만에 감성적인 모습으로 돌아온다. 충무로 유망주 천우희와 호흡을 맞춘 '어느날'이다. 무르익은 그의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볼 수 있다.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제작 인벤트스톤)에 출연한 김남길의 인터뷰가 3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진행됐다. 영혼과 인간의 만남을 소재로 한 섬세한 판타지 드라마다. 극 중 김남길은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 역을 맡았다.
지난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남길은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 '모던 보이' '미인도'로 주목받았다. 이후 MBC '선덕여왕'(2009)에 출연하면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또한 드라마 '나쁜 남자'(2010), '상어'(2013)에선 깊이 있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판도라'(2016)로 흥행의 단맛을 보기도 했다.
'어느날'의 강수는 '나쁜 남자' '상어'와 흐름을 같이 한다. 오랜만에 보는 김남길의 감성 연기다. 코미디도 좋고 액션도 좋지만, 내면을 파고드는 섬세한 감정의 결 역시 그의 장기다. 이윤기 감독은 멜로 감성으로도 잘 알려진 연출자다. 하지만 '어느날'에서는 로맨스가 없다. "원래는 멜로도 좀 있었다. 시나리오 수정 과정에서 사라졌다.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치유를 하는 내용이 중심이 됐다. 본질적으로는 멜로보다는 이야기의 중심이 다른 쪽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찍으면서도 멜로스러운 장면을 그렇게 안 보이려고 노력했다."
김남길은 "멜로에 대한 기대치가 이윤기 감독에게 있기도 했었다"라고 했다. 그는"예전에 '무뢰한' 찍으면서 느낀 게 있다. 관객에게 빠른 템포와 기술적 영화에 눈이 익숙해졌다. 할리우드 영화도 그렇고"라며 "예전에 '해적'을 찍을 때 '8월의 크리스마스'가 재개봉을 했다. 화면에 아무것도 없는데 가만히 있더라. 그게 너무 좋더라. 갖고 있는 여운이나 여백의 미에 대해서 말을 하는데, 사람이 지나가면 감정의 마무리를 남길 수 있는 게 좋았다"라고 했다.
그의 전작 '무뢰한'도 비슷한 느낌이다. 김남길은 "'무뢰한'은 옛날 영화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대중들은 그런 영화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너무 길고 느리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라며 객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어느날'은 상업영화치고는 저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섬세한 감성의 결은 놓치지 않았다. 김남길은 "우리가 예산이 클 수도 있고 작다고도 할 수 있다. 독립영화판에서는 큰데 상업영화치고는 작다"라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한 번 촬영 나가면 그걸 다 찍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하자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다. 다른 작품에서도 프리 프로덕션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좀 더 풍부하게 찍고 싶었는데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정해진 날짜 안에서 찍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예전에는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다 다 달라야 한다는 강박증이 심했다. 식상하게 보이기 싫었다. '김남길은 다 똑같아'란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어느날 어떤 선배가 '한 사람이 여러 가지를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하더라.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이더라도 깊이있게 방향을 잡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의미였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20대 후반 때는 사람들이 '남자는 서른부터'라고 하더라. 내가 올해 서른 여덟이다. 근데 이젠 '남자는 마흔부터'라고 하더라. 자꾸 말이 바뀐다.(웃음) 아무튼 미래에 대한 기대치는 있다."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4월 5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