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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윤동주, 달을 쏘다' 청년 윤동주,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입력 2017-03-30 12: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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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눈물진 얼굴, 기립박수가 멈추질 않는다.

“세상을 향해 욕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거친 말들을 한 바탕 쏟아낼 용기가 없어서 아름다운 말 속에 숨어있었던 건지도 모르죠.” 윤동주 시인의 시는 아름답다. 그래서 그 뒤에 가려진 윤동주의 인생은 더 시리고 아프다.

시(詩)를 통해 영혼(靈魂)을 쏘아올린, 영원한 청년 윤동주가 작년에 이어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2012년 초연, 2013년과 2016년의 재연-삼연까지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윤동주, 달을 쏘다.' 특히 올해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작품은 윤동주 시인의 찬란히 빛나던 청년의 시절을 이야기한다. 1938년 일본이 한민족 전체를 전시총동원체제의 수렁으로 몰아넣던 그 불안한 시기에도 책을 가까이하며 친구들과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윤동주. 그는 한글로 수업한 죄로 체포되는 선생님, 강제 징집되어 전쟁터로 떠밀려 나가는 또래들을 보고 시를 쓰는 자신에 망설임을 품는다. 그런 윤동주의 마음을 잡아준 사람은 이선화(가상인물). 그녀는 윤동주에게 우리 말로 된 아름다운 시를 쓰라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윤동주는 과연 이런 시국에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지만,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것만큼 남은 사람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여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끝까지 펜을 놓지 않은 윤동주는 투옥 생활을 하며 일본의 생체실험 등으로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졌고, 1945년 2월 16일, 29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무대는 지독히도 친절하게 당시 상황을 담았다. 윤동주 시인의 모습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당시 일본의 상황과 더불어, 그로 인한 한국 학생들의 움직임까지 그려냈다. 일본 상황을 드러낸 '가미가제' '전쟁 전쟁' 넘버는 짜임새와 기세 좋은 군무, 그리고 기분 나쁠 정도로 화려하게 휘날리는 일장기로 분위기를 장악했다. 넘버 가사 또한 “청년들의 핍박만큼 연합군에 저주를, 아녀자의 고통만큼 서양놈에게 죽음을” 등 당시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담겨있었을 사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사실감을 더했다. 스토리는 물론, 무대, 의상, 음악의 가사까지 세세하게 표현한 강점기 시절의 이야기는 마음속 깊이 자리한, 애국심이라고 하기엔 거창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그 무언가를 자극한다.

시대적 상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극'임을 드러낸 장치는 바로 영상이다. 또렷한 색감으로 표현된 2D적 영상은 판타지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공간 비주얼을 선사한다. 권호성 연출이 프레스콜에서 이번 공연에서 달라진 점으로 영상을 꼽았듯, 진중한 이야기를 다루는 무대에서 표현된 판타지적 이미지는 윤동주 시인의 청년 시절을 꿈같고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윤동주, 달을 쏘다'의 무대는 풍성하다. 주요 배역 외의 단원들이 무대를 꽉 채우고, 세심한 연기를 펼쳐 극에 재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냥 무대의 복잡한 배경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설정에 충실한 연기를 이어간다. 초반에 흥을 돋우는 넘버 '경성 경성'의 즐거운 에너지는 관객석 구석구석을 지나 토월극장의 모든 관객을 경성으로 초대한다. 윤동주와 송몽규가 배를 타는 장면의 뒷편을 잘 살펴보면, 한 사람이 배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지 않다. 배 밑에서는 얼굴을 대조하고, 설명하고, 사인하고, 제대로 된 보딩 순서를 지나서야 갑판을 겨우 밟을 수 있다. 작은 연기까지 허투루 생각하지 않은 무대는 풍성함을 넘어 완벽에 가까워진다.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은 역시 윤동주 시인이다. 박영수와 온주완, 두 배우는 각자 다른 매력의 청년 윤동주로 분했다. '믿고 보는 윤동주' '윤동주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박영수가 끌어안은 윤동주 시인에는 고통과 절망이 묻어있다. 박영수의 흡입력 높은 목소리는 시를 읊으며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별 헤는 밤'을 오열하며 한 구절 한 구절 곱씹듯 읽어 내려간 정점의 장면. 몸 안의 에너지를 쏟아부어 완성된 윤동주 시인의 시는 아프고 또 아프다. 본래 윤동주 시인의 시가 촉촉이 젖어 들어가듯 아련한 감동을 선사했다면, 아픔과 절망이 섞여 토해져 나온 박영수의 '별 헤는 밤'은 윤동주가 인간으로서 겪어내야 했던 고통과 괴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강력한 한방으로 가슴을 쾅 두드린다.

처음 윤동주 시인을 만나게 된 온주완은 '인생 캐릭터'를 만난 듯하다. 온주완이 품은 윤동주 시인은 소년미 넘치고 마음이 순수한 사람으로 표현됐다. 기교 없이 정직하게 부딪혀오는 그의 목소리는 윤동주 시인의 고통과 괴로움을 날 것으로 느껴지게 해 더 마음 져미게 만든다. 시인으로서 칼 대신 펜으로 국민의 정신을 고취하려는 의지 또한 돋보였다. 온주완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온몸으로 윤동주의 시를 노래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의 마음 또한 바스러진다. "집에 가고 싶다"고 눈물로 토해낸 감옥에서의 한 마디는, 아름다운 윤동주의 시 구절 뒤에 그가 버텨내야 했던, 그러나 벗어날 수 없었던 지옥 같은 삶을 상기시키며 안타까움을 배가시켰다.

극 마지막,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동료들의 질문에 윤동주 시인은 답한다 "사람."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태초부터의 존재인 사람. 그것을 유지하는 것. 사람이 사람답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한국 땅에서 아름다운 우리 말로 담아낸 시를 쓰며 가까운 친구들과 한가로이 함께 늙어가는 것. 윤동주 시인이 바랬던 작은 소망은 그런 것이 아닐까.

윤동주 역 박영수·온주완, 송몽규 역 김도빈, 강처중 역 조풍래 등이 출연하는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는 오는 4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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