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무대에서 보이는 낯익은 얼굴이 있다. 조각상 뺨치는 완벽한 외모에 감미로운 목소리를 뽐낸다. 이제는 그가 아이돌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보다 배우 혹은 연예인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다. 공연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그는 배우 주종혁이다.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는 주종혁과 헤럴드POP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뮤지컬 ‘비스티’에서 에이스 김주노로 출연 중인 주종혁은 현실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2008년부터 뮤지컬을 시작해 어느덧 무대에 선지 9년이 된 그는 작품 하나, 캐릭터 하나를 맡아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성실한 배우다.
주종혁이 출연 중인 뮤지컬 ‘비스티’는 하정우와 윤계상이 출연했던 영화 ‘비스티 보이즈’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청담동 호스트바 ‘개츠비’를 배경으로 마담 이재현과 에이스 김주노, 그리고 선수 강민혁·알렉스·이승우의 이야기를 그린 ‘비스티’는 각자 인물들의 사연과 더불어 서로 간의 관계성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주종혁은 극에서 에이스 김주노를 맡고 있다. 김주노는 클럽의 에이스면서도 가슴 속에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는 로맨티시스트의 면모를 가진 캐릭터다.
뮤지컬 ‘비스티’는 2014년 '비스티 보이즈'로 초연을 거쳐, 2016년 '비스티'라는 이름으로 트라이아웃 공연 후 2017년 다시 돌아왔다. 주종혁은 초연과 트라이아웃 공연을 모두 거쳐 이번 작품에도 김주노 역으로 참여했다. 그는 다시 돌아온 ‘비스티’를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쳐 전과는 다른 ‘비스티’를 탄생시켰다.
“연출에게 ‘관객이 이 공연을 보고 나갈 때, 무슨 생각을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초연이 있는 극이라 어디까지 변화를 줘도 되는지 망설이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배우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합했고, 끈끈한 관계성을 부각시켰다. 예전 김주노가 자신의 첫사랑인 지원이만 찾다가 끝났다면, 지금은 클럽의 선수 아이들과도 유대감을 가진 캐릭터로 변했다.”
‘‘비스티’ 속 주종혁은 달콤하고 로맨틱하다. 클럽 선수가 된 후에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동생들에게도 따뜻하다. 차가운 클럽 개츠비 속 훈훈함을 담당하는 에이스는 지원이를 마담 몰래 만나는 장면에서 셔츠 단추를 열어젖힌다. 그 화려한 복근 공개에는 이유가 있었다.
“초연 때 지원이를 빛으로 표현했다. 조명을 지원이라 생각하고 마임을 했다. 가수 비처럼 춤도 줬다. 이번에도 ‘음음음’ 장면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그림자로 지원이를 등장시켰다. 그래도 전처럼 테이블에 누워서 하는 퍼포먼스는 못하겠더라. 나름대로 설정을 했다. 모두 퇴근 뒤 클럽에서 둘이 몰래 만나는 장면으로 설정하고, 사랑을 나누기 전 알콩달콩 한때를 보내는 스토리를 깔았다. 음악이 퍼포먼스를 염두하고 비트를 찍어놓은 음악이라 움직임 없이 노래만 하면 비어 보인다. 그래서 셔츠를 벗어서 넘버 감정을 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누아르를 표방했던 ‘비스티’는 남자들의 거친 세계를 나타내기 위해 대사 중 욕의 비율이 높다. 극 중 캐릭터의 대부분이 욕을 하는 가운데 주종혁은 욕을 하지 않는다. 대본은 아니다. 트리플 캐스팅으로 같은 김주노 역할을 맡은 다른 배우들은 욕을 섞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트라이아웃 공연을 하면서 ‘욕을 그렇게 많이 해야 되나’ 생각했다. 배우들에게도 ‘감정으로 하면 안 돼? 욕 좀 줄이면 안 되냐’고 말해 봤는데 줄지는 않았다. 내용상 생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욕으로 해결 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가끔 나도 뒤에서 모니터를 하다가 깜짝 놀란다. 마담 역의 김종구 형이 ‘왜 고상한 척이야 년놈들’ 하는데 나도 모르게 ‘아 진짜..’하게 되더라. 관객분들도 기분 나빠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강하다. 사실 건너건너 호스트한테 물어봤는데, 호스트들이 실제로 입이 거킬다고 하더라. 나도 선수 중 에이스니까 욕을 해야 하나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가슴에 사랑이 있고 아날로그 감성이 있는 아이니까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욕을 해도 상대에게 하는 욕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한탄 섞인 욕정도다. 우리 모두 바른말 고운 말을 쓰자(웃음).”
(사진 제공=네오프러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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