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김남길, 오지랖이 넓은 남자

입력 2017-04-03 06: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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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배우 김남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까칠하고 까다로운,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닐까.' 배우 김남길(37)을 만나기 전 예상한 첫인상은 대략 이랬다. ('해적'을 제외한다면)그간 그가 보여준 캐릭터의 결들은 어딘지 모르게 예민하고 날이 선 인상이었으니까.

결론적으로 그건 기우였다. 선입견은 만난 지 1초 만에 깨졌다. 김남길은 질문 하나를 던지면 1분에 대략 600타에 해당하는 속도로 10분 이상 말하는 친절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자기 이야기만 주야장천 늘어놓는 건 아니다. 그의 관심사는 자기 자신에 국한되지 않는다. 파트너인 천우희부터 시작해 동고동락한 영화 스태프들, 더 나아가 블록버스터만 편애하는 충무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 시국에까지 닿아있다. 세상 돌아가는 게 궁금해서 매일 신문을 읽는다고. 참 박식하고 속 깊은 수다쟁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는 NGO 대표이기도 하다.

# 어느날

오는 4월 5일 개봉하는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제작 인벤트 스톤)은 영혼과 인간의 만남을 소재로 한 섬세한 판타지 드라마다. 극 중 김남길은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 역을 맡았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감성 연기다. 드라마 '나쁜 남자'(2010), '상어'(2013)가 연상된다. '해적'에서 보여준 코믹함, '판도라' 속 보통 사람의 인생도 좋지만, 우수에 찬 눈빛은 김남길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이런 배역 위주로 들어오기도 했었다. 어릴 때는 배우로서 명확한 이미지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장첸이나 양조위, 장국영을 염두에 많이 뒀었다. 그들이 홍콩에서 우울과 고독의 대명사가 아닌가. 근데 그게 굳어지다 보니 몇 년째 그런 이미지로 고정되더라. 실제 성격은 '해적'과 더 가깝다. 주변 사람들이 '이건 김남길과 딱이야'라고 해서 캐스팅된 경우다.(웃음)"

영화 '어느날' 스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영화 '어느날' 스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어느날'의 강수를 대표하는 정서는 그리움이다. 아내가 죽은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남자다. 슬픔으로 곯아가는 속을 터놓지 못하고 방황한다. 김남길은 "나 역시 실제로는 삭이는 편이다. 혼자 울긴 하지만 많이 토해내진 못한다"며 "관객들이 강수를 보며 고민할 수 있길 바랐다. 예전에는 캐릭터마다 다 달라야 한다는 강박증이 심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가지를 표현하는 건 사실상 한계가 있다. 그래서 비슷한 결이라도 깊이 있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가 강수의 감정을 깊이 파고든 이유다.

# 이윤기 감독과 천우희

김남길은 '어느날'에서 천우희와 호흡을 맞췄다. '한공주'(2014)로 청룡영화제 트로피를 거머쥔 충무로 기대주다. 그는 첫 촬영 날 트레이닝복을 입고 온 천우희를 보고 동질감을 느꼈다. 김남길 역시 트레이닝복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어느날'은 이윤기 감독의 신작이다. '여자 정혜'(2005) '멋진 하루'(2008) '남과 여'(2016) 연출자다. 자연스럽게 김남길과 천우희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날'엔 두 사람의 멜로가 없다. 김남길은 "나 역시 처음엔 그런 지점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멜로 영화와는 차이점을 두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참여를 했다. 천우희와도 깊이 교감하려 노력했다.

"내 전작들의 파트너는 선배 혹은 동년배였다. 반면 천우희는 관객에게 어필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서 그런지 영화는 공동작업이란 걸 알더라. 늘 트레이닝복을 입고 올 만큼 털털하기도 하다. 그래서 친해지기가 편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강한 배우다. 돌발 상황에서도 잘 받아치더라. 유연한 면이 있다."

영화 '어느날' 스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영화 '어느날' 스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 스태프 같은 배우

인터뷰 내내 김남길은 영화는 스태프들과의 공동작업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출에도 관심이 많다. '어느날'도 이윤기 감독과 치열한 토론을 거쳐 완성했다. "예전에 내가 휴대폰 홍보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다. 근데 다들 자꾸 와서 한마디씩 거들더라. '너무 길지 않아요?'라고 하기도 하고. 그때는 외국 모델도 썼었기에 시간을 맞춰야 했다. 근데 자꾸 구석으로 몰리다 보니 멍해지더라. 촬영 감독님께 혼나기도 했다. 그때부터 연출자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이라 '빨리 찍어요!'라고 한 적도 있다. 이젠 아니다. 감독님도 고민이 있으시겠지. 다그치지 말고 기다려 주자'란 마음이다.(웃음)"

평소 김남길은 촬영장을 종횡무진하는 스타일이다. 자기감정을 잡느라 스태프들과 거리를 두는 배우들과는 정반대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180도 돌변한다고. 참 신기한 능력이다. 그는 "배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연기에 우선 집중을 하는 것이 맞다"라면서도 "난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가 촬영을 한다고 하면 '그래? 이제 할까?'라고 하는 편이다. 오지랖이 넓다"고 했다.

영화 '어느날' 스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영화 '어느날' 스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 오지랖 그의 오지랖은 촬영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 충무로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김남길의 전작 '판도라'는 천만은 따놓은 당상이라던 '마스터'(2016)와 경쟁했다. '어느날'은 월드스타 김윤진의 '시간 위의 집'과 경쟁한다. 김남길은 "잘 되는 건 하늘이 주는 기회인 것 같다. 흥행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운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남길은 천만 영화만이 목표가 된 최근 업계 분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물론 나도 천만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도 작은 영화라도 잘 만들면 다음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작비가 큰 작품이 수익을 내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작은 영화도 잘 되어야 한다.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관객의 선택의 폭도 넓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배우 김남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배우 김남길 / 오퍼스 픽쳐스 제공

# NGO 김남길은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Gilstory)의 대표이기도 하다. 보다 지속 가능 한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해 지난 2013년 설립한 단체다. 작가·화가·작곡가·사진작가·IT전문가·변호사·회계사·번역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공을 살려 활동 중이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실상은 간단하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관심이 많은 김남길의 오지랖이 발현된 결과다. 하지만 굳이 홍보를 하진 않는다. 보여주기용으로 오인받기 싫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엔 신문 사설을 많이 본다. 나도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했다. '역시 NGO 대표다운 발언이다'고 하자 "이거랑은 전혀 다른 단체다. 요즘 나도 먹고살기가 힘들다"며 쑥스러운 웃음이 돌아온다. 함께 걸어가는 길을 중시하는 김남길, 매력적인 배우이자 사회 구성원인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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