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배우에게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인다는 것은 찬사다. 그러나 한 캐릭터에 국한되어 버릴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이창용은 인물 흡수력이 높은 배우다.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자신 것으로 잘 만들어 낸다. 그는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자기 생각대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확실해야 연기도 편해지기 때문이란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 역할을 맡았을 때, 이창용은 ‘앨빈 그 자체로 보인다’는 평을 특히 많이 받았다. 그만큼 캐릭터를 잘 녹여냈고, 잘 녹아들었다. 그런데 다음 작품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다른 캐릭터인데 앨빈이 보인다는 것이다.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인다고 하면 기분은 좋다. 그런데 ‘쓰릴미’ 같은 경우, 같은 극장에서 다른 작품으로 바로 올라가니까 부담이 됐다. 원래 머리를 내리거나 펌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변화를 위해)가르마까지 탔다. ‘앨빈 같다는 말을 들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더라. 예전에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두 번째 시즌을 6개월 공연하고, 2개월 후에 바로 ‘맨 오브 라만차’ 산쵸 역할을 맡았다. 원래 후기를 잘 보는 편은 아닌데, 초반이라 궁금해서 보게 됐다. ‘앨빈이 보인다’는 말이 있었다. 되짚어보니 앨빈이 손으로 뭐를 만지고 하는 부분이 많은데, 산쵸도 비슷했다. 그 후부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번 ‘쓰릴미’ 때도 혹시 네이슨을 연기하는데 앨빈이 보인다고 하실까 봐, 연습 영상 모니터링을 꼼꼼히 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을 때라 앨빈이 보이더라. ‘아 어떡하지’ 생각하면서 집에 영상을 챙겨 들고 왔다. 어떤 부분에서 앨빈스러움이 나타나는지 체크해서 뺐다. 매번 인물로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창용을 스스로를 ‘수다쟁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수다는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목소리로 설득력 있게 말을 이어간다. 약 한 시간 동안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성격이 아닌 본래 성격은 어떨까.
“내 성격을 스스로 드러내자면, 즐겁고 수다스럽고 밝다. 안에 품어두는 것 없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편이다. SNS에서도 예전에는 주저리주저리 많이 했는데, 이제는 무서워서 자제하고 있다. 몰랐는데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같은 경우에는 녹화해서 다 남더라. 또 예전 사진을 지우려고 해도, 이미 캡처되어있어서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됐다. 트위터도 하다가 그만뒀는데, 내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해석이 되면서 말실수가 되어버리더라. 욕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쾌함을 직접 전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부모님도 SNS를 통해 내 근황을 보시는데, 말하지 말고 먹는 사진만 올리라고 하시더라(웃음).”
조심스럽게 SNS를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과 SNS에서 눈에 띄는 친분을 드러내는 배우가 있다.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배우 장승조다. 최근 이창용은 장승조가 출연 중인 뮤지컬 ‘더데빌’을 보러 가기도 했다.
“장승조 형은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다. 전에 대학원 다니면서 공연을 안 하던 시기에는 사람들과 연락을 잘 안 했다. 승조 형도 드라마를 하면서 공연을 쉬던 시기다. 내가 먼저 형에게 전화해서 뭐하자고 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형이 고맙게 먼저 연락해줬다. 최근에는 ‘트레이스 유’ 시절 사진을 올리면서 전화를 했더라. ‘너 왜 연락 안 하냐’고.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계속 보고 있었으니까, 별로 멀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연락한 지 한 달쯤 지났더라. 자주 연락하는 형들이 있는데, 카이 형, 홍광호 형, 승조 형이다. 특히 승조형은 ‘왜 연락 안 하느냐’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를 생각해 주는 형이라 더 늦기 전에 ‘더데빌’을 보러 갔다. 무대 위에 있는 승조형을 보고 싶었는데, 정말 반가웠고 좋았다.”
작품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이창용이 해보고 싶은 장르의 작품이 궁금했다.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는 코미디, 드라마가 아니라 심오하고 의미가 깊은, 혹은 가볍게 웃을 수 있는 같이 내용과 분위기가 주는 느낌에 따른 작품 선택을 물었다.
“예전에 뮤지컬 ‘어쌔신’(2009)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배우는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 이상의 어려운 작품이라도 불친절하지만 무언가 관객들에게 줘야 한다. 그런데 내가 두 달간의 연습 기간 동안 해결이 안 돼서 보여주게 되면 힘들게 된다. 아직은 내가 부족한지 친절하지 않은 작품보다는 관객에게 전달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 누군가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친절하지 않은 작품에 속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인들이 보고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배우로서 10년을 살아오며 이창용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왔다. 아직 해보고 싶은 역할이 남았을까 싶었는데,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직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내 노래 실력을 조금 더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사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토마스가 노래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앨빈은 드라마 위주의 잔잔한 노래들이다. 아직 부족한 것을 알기에 훈련도 하고 있다. 역할을 창조하는 것은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언제나 받는 숙제니까 장르에 구분 없이 다 해보고 싶다. 영화나 토크쇼도 그렇고 할 것이 많다.”
같은 씨제스 소속인 김준수가 군대 가기 전 V앱을 통해 '씨제스컬쳐SHOW 특급 라이브'라는 제목으로 뮤지컬 배우들이 모여 방송한 적이 있다. 당시 이창용은 다소곳하게 앉아 가끔 한 번씩 빵 터지는 멘트를 날리며 조용한 듯 강한 입담을 뽐냈다. 조금 더 할 수 있었음에도 자제력을 발휘한 이유는 보는 이를 위한 배려였다.
“V앱은 방송이다 보니 대본도 있었고, 배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준수 군대 가기 전 방송이어서 준수에 포커스를 뒀다. TV를 보면서 느끼는데, 대중들이 잘 모르는 사람이 나왔을 때 그 사람이 과하게 무언가를 하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것 같다.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 중이지만, 앞으로 조금씩 보여드릴 계획이다.”
‘쓰릴미’는 90분 공연이다. 오후 8시 기준으로 공연을 시작하면 대부분 9시 40분 전에는 막을 내린다. 뒷정리를 하고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분. 그런데 공연장에서 집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그 후로부터 1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11시경이다. 공연이 끝난 후 팬들과 만나는 일명 ‘퇴근길’이 그 이유다.
“퇴근길 문화가 많이 바뀌었더라. 작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때만 해도 3~40분 정도였는데, 지금은 1시간이 기본이다. ‘쓰릴미’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나는 퇴근길을 길게 하는 편은 아니다. 또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미리 공지를 하고 양해를 구한다. 그래도 멀리서 오신 분들을 그냥 보내드리기는 죄송해서 ‘대전 이상 손 들라’고 말하기도 한다(웃음). 일본에서 와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조금 재미있는 멘트로 짧게 진행하고 간다. 솔직히 다 못 해 드릴 때는 죄송하다.”
그날 공연을 본 관객 및 팬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가끔 오래 서 있어서 허리가 아프기도 한다는 이창용은 공연 쉬고 돌아오니 자신에게 성원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퇴근길에서 작품 얘기는 잘 안 하려고 한다. 늘 오시면 ‘공연 좋아요’ 위주다. 예전에는 ‘좋았다’고 말해주면 ‘아예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공연 1년 반 쉬고 ‘공연이 좋았다’는 소감을 들어보니, 어쨌든 한 분 한 분 다른 이야기인데, 너무 쉽게 그냥 받아드린 것 같다는 느낌에 반성도 했다. 2회 공연한 날은 힘들기도 하지만, 모든 분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고 한다. 100명까지는 아니어도 50명 이상은 기다려 주시는 것 같다. 싸인은 정말 많이 한다. 공연을 봐주시고 좋아서 기다려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전에는 빠르게 해드리고 자리를 벗어났다면 지금은 더 해드리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의 나는 ‘나만 연기를 잘하면 되지’라는 마음이 다였다. 그런데 요즘 특히 나를 진짜 사랑해 주고 좋아해주는 것을 많이 느끼는 시기라서,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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