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①에 이어)
지난 3월 29일에 열린 연극 '프라이드' 프레스콜 때만 해도 지이선 작가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않아도 될 날이 곧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나 여건이 개선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 예상외의 일들이 벌어졌고, '프라이드'는 아직 더 많은 이들이 봐야 할 연극이라는 확신을 하게 했다. 정동화 또한 이런 현실을 알고 있다.
"내가 '프라이드'에 출연하고 있지만, 소수자 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캠페인적 운동까지 펼치는 사람은 분명 아니다. 다만, 그들의 입장과 생각을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말을 하고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표현해서 듣는 이가 감동하면 소통이 이뤄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라이드'는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많은 이야기보다 한 번 보여드리는 것이 빠르다.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한 말보다 작품 한번 보는 것이 느끼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프라이드' 재연 당시 강필석·배수빈 두 필립과 합을 맞췄던 정동화는 이번에 네 명의 필립 배수빈·이명행·정상윤·성두섭을 만난다. 정동화에게 네 명의 필립을 만난 인상을 묻다가 오는 6월에 처음 무대에 함께 서는 정상윤 배우에 대해서는 소감을 들을 수 없겠다고 우려하자 "무대에는 함께 서지 않았는데 연습은 같이했다"면서 문제 없다고 말했다.
"(배)수빈이 형은 심장 박동수가 비슷하다. 그래서 템포가 잘 맞는다. 다른 좋은 점보다 주고받는 그 호흡들이 좋다. (성)두섭이랑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작품에서는 처음 만났다. 두섭이의 편안하고 온화한 느낌이 정말 필립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좋다. (이)명행이 형이랑은 좋은 의미로 ‘진짜’ 같다. 모든 배우가 그렇지만, 특히 명행이 형이랑 함께 할 때는 장면의 다이내믹, 주고받는 에너지가 큰 것들이 있을 때 오고가고가 좋다. 처음 명행이 형을 봤을 때는 굉장히 형님 같았는데, 무대에서는 친구 같은 느낌이 있다.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계속 함께 공연한 사람처럼 편하다. (정)상윤이 형은 눈만 봐도 웃긴다(웃음). 예전부터 오래 알고 있었기도 하고 그냥 6월이 너무 기대된다."
총 14명의 배우가 함께한 이번 '프라이드'는 꼭 '프라이드 어벤저스' 같은 느낌이다. 어느 때보다 많은 배우가 함께 한 만큼 연습실과 공연 중 에피소드가 궁금했다.
"연습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나다. 현재의 올리버 때 침대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다. 오랜만에 연습실에 왔더니 연출가가 '뛰어'라고 하셔서 침대에 날아 뛰어들었는데, 침대가 부서졌다. 만화에서 보면 흐믈렁 거리면서 주르륵 흘러 내려가는 느낌 있잖나. 내가 그렇게 침대에 뛰어들어서 스르륵 흘러내렸다(웃음). 이걸 실제로 봤다면 굉장히 재미있었을 텐데 말로 표현이 힘들다. 그런데 내가 침대를 부순 후로 단단하게 보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전해진 것이다."
정동화는 정말 재미있을 이야기도 굉장히 담담하게 이어갔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큰 모션이나 과장 없이 있었던 일 그대로, 마치 현장에 있던 사실을 복구하듯이 연습실에 이어 공연 에피소드도 전했다.
"(성)두섭이랑 했던 첫 공연 때다. 내가 갑자기 사투리를 뱉었다. 원래 사투리를 쓰지 않는데, 두섭이가 엔딩 장면에서 '뭐?'라고 물었다. 그래서 ‘당분간 힘들 수 있어. 너네 집에서 자도 돼?'하고 물었는데, 두섭이가 ‘아 그래서 뭐~’라고 했던 것 같다. 그에 대응해서 내가 ‘힘들 수 있당께~’라고 말해 버렸다(웃음). 두섭이도 못 참고 웃더라. 나도 왜 사투리를 썼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나왔다." '프라이드'는 대사가 많기로 유명하다. 바쁜 와중에 어떻게 대사를 외우고 있는지 묻자 정동화는 2년 전에 외웠던 대사를 많이 기억하고 있다면서 "다른 머리는 몰라도 암기력은 쓸만한 것 같다"고 답했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개연성은 차곡차곡 쌓이고, 친절하게 연결된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전달되고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 가운데 정동화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와 장면은 어느 부분일까.
"실비아의 마지막 대사를 좋아한다. '괜찮아요, 모두 다 괜찮아 질 거에요'라는 말이다. 우리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다. 3시간 동안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아하는 장면은 2막 5장의 엔딩 장면을 좋아한다. 보통 헤어짐은 어두운 인상인데, 우리는 밝을 때 끝이 난다. 그래서 좋아한다. 대낮에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한창일 때 끝나서 좋다."
'프라이드'는 작품이 가진 성격상 관객에게 깨달음을 선사한다. 최소 명확하지는 않아도 느낌적인 감각으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다. 더군다나 몇 번씩 대본을 읽고, 무대에 서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라면 작품을 통해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리버를 연기하면서 정동화에게 어떤 장르로든 시각적 변화가 있었는지 물으니 솔직하고 곧은 답변이 돌아왔다.
"특별히 시각적 변화가 있었다기보다, 나는 원래 다수가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구든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다고 여기게 되잖나. 대다수의 생각이 정답이 돼버리고. 나도 꽤 내 생각이 맞다고 판단하던 사람인데, 그 고집이 조금 풀어진 것 같다." 배우로서 15년간 살아왔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정동화에게도 소수자의 입장이 되어 본 적 있는지 물었더니, 잠시 고민 후 마지막으로 대답을 미뤘다. 그리고 나중에 들려준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세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소수자의 입장에 선 그의 대처 혹은 대항 방법은 어쩐지 익숙하고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소수자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속상함과 울분이 있지만, 언젠가는 내 목소리가 닿을 거란 기대감이 있다. 그래서 불공정한 상황이 되더라도 참으려고 한다. 갈등이 생기면서 행실에 더 투명해지려고 노력했다. 배우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언제나 성실하게 임하는 것도 있지만,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게 하자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색안경을 끼고 볼만한 상황일지라도 내 언행만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고 생각한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