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팝인터뷰②]고상호가 말한 '보도지침' 기세중·박정원, 그리고 세 주혁

입력 2017-06-02 18: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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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①에 이어)

“무엇이든 처음을 맞이할 때 느껴지는 두려움이 있잖나. 그런데 한 발 내디디고 나면 편해지는 것. 그런 두려움이었다.” 고상호가 연극 첫 도전에서 느낀 것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그 마음은 시도하기 전의 막연한 걱정이었을 뿐이다. 이미 무대에 한 발 내디딘 그에게 두려움은 없다.

고상호는 스스로 밝힌 것처럼 밝고 즐거운 사람이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간간이 성대모사를 던져 주변을 폭소하게 했고, 솔직한 답변으로 집중도 높은 소통의 시간을 만들었다. 무대 위에서 정배로 분한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웃음기 가득하지만, 내면의 무게는 고스란히 말과 표정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의외인 부분도 있었다. 뛰어난 순발력과 장난기를 지녔지만, 온갖 애드리브의 향연으로 무한 에피소드를 탄생시킨 '대학 연극부' 장면에서 고상호는 다른 배우들보다 애드리브를 선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말 없는 그의 행동에서 존재감은 확실히 들어난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애드리브를 잘 안 한다. (정배가 책(금서)들 줄 세우고 있던데...) 책 줄 세우는 이유는 정배의 독특한 캐릭터 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다른 배우들이 내가 어떻게하든 받아 줄 거라는 생각도 있다. 내가 책을 줄 세우고 있으면 형들이 알아서 웃겨준다. 정배가 책에 달려드는 첫 번째 목표는 야한 책을 찾기 위해서다. 매번 똑같은 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야한 책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야한 책 제목은 ‘화려한 정사’다. 전에 그 책을 발견하고 ‘야 우리 이거 하자’고 말했더니, 애드리브 잘 안치는 돈결 역의 남윤호 형이 ‘야 우리가 그걸 할 수는 없잖아’라고 말했다(웃음). 오세혁 연출이 열어준 부분이라 마음대로 하고 있다. 다음에는 책을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왼쪽부터)정배 역 고상호-기세중-박정원
(왼쪽부터)정배 역 고상호-기세중-박정원

김정배 역은 고상호·박정원·기세중, 세 배우가 맡았다. '고상호의 정배'에 대한 자랑을 부탁하자 “내가 그런 걸 잘 못 한다”며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럼 두 사람을 칭찬해달라고 말을 바꾸자, 순간 얼굴에 꽃이 피듯 활짝 펴졌다.

“(기)세중이는 생기가 넘친다. 정말 이 친구는 20대구나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팀 내 유일한 20대이기도 하다(웃음). 법정과 대학생 장면에서 마주했을 때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세중이 성격 자체도 맑고 생기발랄해서 그런 모습이 잘 어울린다. (박)정원이는 정말 자유롭다. 별명이 ‘거지’라고 알고 있는데, 왜인지 알 것 같다. 평소에도 거침없이 다닌다. 그런 부분이 정배와 잘 어울린다. 세 명의 정배 중, 정원이의 정배가 법정 씬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 같다.”

두 사람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던 고상호는 자신의 정배에 대한 자랑도 이어갔다. 요청이 들어왔으니 어떻게든 장점을 찾아 말하던 그는 굉장히 쑥스러워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정배가 대본상 33세다. 딱 내 나이다. 내가 가장 그 나이에 잘 맞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불어 주혁이들과 가장 갭차이가 나지 않는 사람이자, 가장 친밀한 얼굴이 장점이 아닐까 한다. 이것 봐라, 내 이야기를 하니까 귀가 빨개졌다(폭소).”

세 명의 정배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멜빵 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기세중은 연이어 날아오는 멜빵 공격이 정말 아팠던지 멜빵을 벗어버린 적도 있고, 박정원은 엎드려 뻗친 채 옆으로 이동하며 피하기도했다. 고상호는 초반에 열심히 맞다가 이제는 벽에 등을 붙이고 쪼그려 앉아 멜방을 사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 공연마다 다르지만 쫙 소리 나도록 멜빵에 맞는 것이 정말 아파 보였다고 말하자 고상호는 “엄청 아프다”면서 뒷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에는 멜빵 공격이 있는지 몰랐다. 어느 날 공연 전에 봉태규 형이 ‘대곤이 형이랑 공연한 적 있어?’라고 묻더라. 그래서 ‘초반에 해보고 안 해봤다’고 답했더니 ‘조심하라’고 하는 거다. 몰랐으니까 준비도 못한 채 당했다. '이걸 조심하라는 얘기였구나' 생각하면서도 너무 아팠다. (남자 역 김대곤 배우만 하는 디테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동이 형도 하더라. 그런데 대곤이 형만큼 급격하게 죽일 듯이 하지는 않는다. 정말 아프다. 언제나 더 열심히 아프려고 노력 중이다.”

(왼쪽부터)주혁 역 봉태규-김경수-이형훈
(왼쪽부터)주혁 역 봉태규-김경수-이형훈

월간 ‘독백’의 편집장인 김정배와 기자 김주혁. 운명의 길을 함께 걸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고상호가 만나는 김주혁은 봉태규·김경수·이형훈, 이렇게 세 배우다. 그가 함께하는 세 명의 주혁이는 어떤 느낌일까.

“봉태규 형은 체구가 작아서 챙겨주고 싶은 외형이지만, 사실 가장 강단있다. 주혁이가 정배에게 부탁할 때도 다른 주혁이(김경수·이형훈)는 미안한 마음이 반 정도 공존하는데, 봉태규의 주혁은 그냥 ‘해줘’ 라는 식이다. 확고한 자기 신념이 잘 드러난다. 독백 때 그런 성향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정배에게 ‘저 친구와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좋은 시너지를 주는 주혁이다.

(김)경수 형은 따스하다. 그렇지만 불의를 보면 180도 변한다. 가장 측은한 마음이 드는 주혁이다. 세 주혁의 차이가 가장 느껴질 때는, 정배에게 부탁할 때다. 봉태규·이형훈에게는 ‘에이씨~!’하면서 부탁을 들어주는데, 김경수를 보면 측은해서 ‘아이씨..’하면서 들어주고 싶어진다. 경수 형이 섬세하고 감정 표현에 강한 배우라 뒷모습만 봐도 느낌이 오고, 옆에서 내 손을 잡아주거나 토닥여주는 행동으로 전해지는 것들이 많아서 감성적인 주혁이라 생각한다.

(이)형훈이 같은 경우에는 동갑이라 막 할 수 있어서 가장 편하다. '동갑 시너지'가 있다. 셋 중에서는 가장 표준적인 주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일 때는 정말 학생 같고, 몰아붙여 오는 부분에서 편하니까 부탁할 때 장난도 많이 친다. 얼굴도 푸근하게 생겼잖나(웃음). 독백 시간에도 과한 감정은 아니지만 전해지는 것이 있다.”

김주혁이 김정배의 월간 '독백' 사무실에 찾아와 파일을 건네는 장면에서, 고상호는 종이 오징어를 먹는다. 우물우물 먹는 척 하다가 어느 타이밍에는 뱉겠지 생각하며 계속 봤는데, 종이를 씹다가 물을 마셔 삼켰다. 최근에는 거리낌 없이 종이 오징어를 뱉는 고상호지만, 초반에는 정말 종이를 먹었단다.

“연습 때부터 종이 오징어를 먹었다. 본 공연 때는 다음 장면이 법정으로 이어지니까 지저분해질까봐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면에서는 안주 이야기를 하는데, 안주를 안 꺼내는 것이 조금 신경 쓰였다. ‘소주랑 오징어는 준비할 수 있어. 아 그럼 훌륭하지’ 이 흐름에서 소주만 꺼내는 것은 섭섭하잖나. 대본에도 오징어가 있어서 종이를 찢어 표현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종이를 먹는데 종이가 안 씹혔다. 종이가 빡빡해지니까 물로 넘기려고 했는데, 목에 걸릴 뻔한 적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뱉고 있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짐)

(사진=본사DB,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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