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팝업리뷰]'밀사-숨겨진 뜻' 슬프고 원통한 미완성의 이야기

입력 2017-06-09 11: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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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어둠 속이 아니면 아름답게 반짝거릴 수가 없겠지." 김덕남 연출은 '밀사'를 미완성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끝내 독립된 조국에 발을 딛지 못하고 외지에서 차갑게 식어간 이들, 그리고 조국이 사라지자 실종되어버린 독립을 꿈꾸던 열사들. 그 염원이 슬프고 원통하게 다가온다.

지난 5월 1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막을 올린 서울시뮤지컬단(단장 김덕남)의 창작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이하 '밀사')이 오는 11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 '밀사'(연출 김덕남, 극본 오세혁, 작곡 송시현)는 1895년 일본의 낭인들에게 명상황후가 시해당하고 1905년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고종을 위협, 을사늑약을 체결하는 등 일제 침략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파견된 헤이그 특사 이상설, 이준, 이위종의 활약을 그린다.

고종은 을사오적의 강요와 일본의 방해 속에서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하고자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밀사를 파견한다. 만국평화회의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의 주창으로 열리는 회의로 40여 개국 225명이 참석하는 회의로 열강 간의 식민지 쟁탈전에 따르는 분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법 회의다. 고종의 명을 받은 전 평리원검사 이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전 의정부참판 이상설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전 러시아 참서관 이위종을 만나 길을 떠난다.

'밀사'에서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은 인물은 스무 살 청년 밀사였던 이위종이다. 대한제국 시절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비롯해 7가지 언어에 능통했던 유일한 조선인이었던 그는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참가국 대표들에게 조선의 대표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지원을 호소했지만 거절당한다. 이 사실은 각국 신문 기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여 (쿠리에르 드 라콩페랑스) 국제협회 회보에 장서의 전문이 게재된다. 협회에 초대된 이위종은 프랑스어로 '대한제국의 호소'라는 일제 침략을 규탄하는 연설로 주목을 받는다. 그는 헤이그 통역으로 시작해 연해주 독립군을 거쳐 러시아 군사학교에 들어가 일본군과 끝까지 싸운다. 하지만 결국 조국의 품에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 작품에는 고종, 명성황후, 안중근, 이완용 등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주인공 이위종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더불어 국사책은 물론이고 TV드라마, 영화 등에서 자주 다뤄졌던 시대적 배경은 이위종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한다. 설사 역사적 지식이 풍부하지 않다고 해도, 극을 이해하는 것에는 문제없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시작되는 이 공연은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씩 짚어가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전개해 관객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높인다.

역사적 서사가 이토록 탄탄하게 전개될 수 있던 것은 섬세한 인물 묘사와 장면 표현의 힘이 컸다. 이위종을 괴롭히던 명성황후의 죽음에 대한 기억은 관객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895년 경복궁에 침입한 일본 낭인들로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 궁 안, 그 정신없음 속에서 명성황후는 소복을 입고 등장해 칼에 베어진다. 이때 조명은 단순히 죽음을 뜻하는 붉은 빛뿐만 아니라 서늘한 칼날의 베임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장면에 대한 현실감을 높였다. 1905년 을사년 경운궁에서 을사오적 이완용, 이지용, 박제순, 이근택, 권중현은 고종에게 조선의 외교권을 일본제국에 넘기라 강요한다. 이 장면에서 다섯 인물은 비열한 표정으로 관객을 돌아보며 대사 외에도 캐릭터가 어떤 이미지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무대 장치와 조명 등을 탁월하게 활용한 '밀사'는 한국, 러시아, 네덜란드 등 장소적 배경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뛰어넘으며 온전히 조명받아야 할 인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단 한 가지, 반복되는 넘버는 가사가 뇌리에 박혀 기억에는 남지만 다소 템포가 빠르게 흘러가는 스토리 속에서 늘어지는 감각을 준다. 그러나 '밀사'는 흥미로운 소재, 군더더기 없고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는 극본, 풍부한 무대장치, 감성을 자극하는 세련된 음악,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력,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꽉 찬 무대를 선사하는 좋은 작품임이 틀림없다.

오는 11일 폐막하는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에는 이위종 역 허도영, 이상설 역 박성훈, 이준 역 이승재, 엘리자베타 역 이연경·유미가 출연한다.

(사진 제공=서울시뮤지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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