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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인터뷰②]김기리 "제2의 유재석 되라는 말, 부담스러웠다 "

입력 2017-07-07 18: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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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보형 기자
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김은지 기자] "제2의 유재석, 신동엽 되라는 말이 부담스러웠어요. 그렇게 되고 싶지도, 되기도 힘들 것 같아요." 김기리의 연예계 출발은 화려했다. 그는 지난 2010년 KBS 2TV '개그콘서트'로 개그맨 데뷔 후 2012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에서 남자신인상을 수상, '생활의 발견', '뿜엔터테인먼트', '불편한 진실' 등 히트 코너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 김기리 앞에는 꽃길만이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이때 주변인들은 김기리에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2의 유재석, 신동엽이 되라"며 높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는 김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는 "그저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다들 내 의견은 물어보지 않은 채 다음 단계를 이야기했어요"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김기리는 "실제로 바라본 유재석, 신동엽 선배님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세요. 이분들처럼 되기 위한 노력도 못하겠고, 제게는 예능 황태자가 되기 위한 재능도 없어요. 모든 사람이 저에게 '유재석, 신동엽이 되어라'라고 말씀하는 게 스트레스였어요"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김기리는 공개 코미디 무대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는 "'개그콘서트'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인간의 조건'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하게 됐어요. 그런데 정말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짜인 대본을 바탕으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웃음을 창출해내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었어요"라며 "카메라가 앞에 있는데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어우러지는 게 힘들었었죠"라고 했다.

김기리는 자신을 "적응 속도가 더딘 사람"으로 정리, "불구하고 예능에 끊임없이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저는 희극인, 개그맨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아직 서툴지만 예능, 개그 공연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다양한 방면에서의 활동을 예고했다.

사진=서보형 기자
사진=서보형 기자

이런 김기리가 초감성 미니드라마 '초인가족 2017'(이하 '초인가족', 극본 진영/연출 최문석)에서 박대리 역을 맡으며 연기자 신고식을 치뤘다. 그의 배우 도전이 일부에게는 갑작스러운 행보로 보였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김기리는 스무 살 때부터 연기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개그를 하고자 스무 살 때 대학로에 들어갔어요. 그때 연극 극장에서 조명과 음향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됐어요. 연극 극장에 맨날 있다 보니 배우형들이 제게 발음 발성법을 알려주곤 했어요. 저는 이걸 세 달 동안 매일 트레이닝했어요.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라고 입을 열었다.

돈, 명예 등 가진 것 없지만 연극에 헌신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김기리에게 자극제로 작용했다. 김기리는 "다들 돈도 없고 나이도 많은데, 연극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거예요. '저 사람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연기란 대체 뭘까'라며 호기심을 가졌어요. 이 생각이 곧 '나중에 저걸 한 번 해보고 싶다'로 이어졌고요. 언젠간 꼭 해보고 싶은 게 연기였어요"라고 고백했다.

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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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은 좋아 보인다. 김기리는 '초인가족'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그는 박대리라는 역할을 제 옷처럼 소화해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직장 생활을 '초인가족'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해본 김기리는 "살짝 갑갑했다"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김기리는 "저는 사생활을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먼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게 느껴져요. 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요. 물론 저희 개그맨들도 오전 5시까지도 회의를 하지만, 중간중간 웃고 떠드는 시간이 많아요. 그렇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하죠. 그러나 회사에서는 이런 대화를 근무 시간에 나누지 못하잖아요"라며 직장인들의 애환을 짚어냈다.

또한 김기리는 "일반적인 회사 사무실 안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전화 소리 등 기계음으로 가득 찼다고 들었어요. 저의 일상생활에 감정 없는 전화벨 소리만 들린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처럼 김기리는 직장인들의 고충, 고민 등을 파악, 이를 박대리 연기에 접목하는 데 성공했다. '초인가족'으로 배우 인생의 첫 단추를 잘 꿰맨 셈이었다. 실제로 김기리는 자신의 모습을 좋게 봐 준 관계자들이 있었다며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스무 살 때부터 품고 있던 연기의 꿈을 십여 년이 지난 서른세 살에 실현하게 된 그가 선보일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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