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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살인자의 기억법', 원작·상상 넘나드는 스릴러 新역사

입력 2017-08-29 10: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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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의 매력이 극대화돼 스크린에 살아났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문학계에 센세이션을 몰고 온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하며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은퇴한 연쇄 살인범 ‘병수’(설경구 분)가 흰 눈이 떨어지는 날씨에 터널을 걸어가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앞으로 펼쳐칠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17년 전 연쇄 살인을 그만두고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병수’가 사는 마을에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우연히 마주친 남자 ‘태주’(김남길 분)에게서 살인자의 눈빛을 읽어내면서 극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이처럼 ‘살인자의 기억법’은 연쇄 살인범을 소재로 다룬 기존 영화들과 달리 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범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신선하다. 특히 ‘병수’의 기억은 온전히 신뢰할 수 없기에 ‘태주’가 어떤 인물인지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전개에서 조각난 퍼즐을 맞춰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완성도 높은 원작의 영화화에는 원신연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의 공이 컸다. 원작의 큰 틀은 유지하되, 캐릭터들을 더욱 입체화하면서 스토리는 비트는 방식으로 영화에 맞는 장르적 변신을 과감히 시도했기 때문이다. ‘병수’ 캐릭터에 변화를 주는가 하면, 원작에서는 본질이 없는 ‘태주’라는 인물에는 살을 붙였다. 또 원작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병만’(오달수 분) 캐릭터를 추가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설경구가 연기한 ‘병수’의 시선 중심으로 극이 흘러가는 가운데 설경구는 역대급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10살 많은 외형을 위해 극한의 체중감량을 한 것은 물론,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혼돈을 순간적인 눈빛만으로 완벽히 표현해냈다. ‘은희’(설현 분)를 향한 부성애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김남길이 분한 ‘태주’는 원신연 감독의 상상을 통해 또 다른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평범한 경찰이면서도, 속내는 전혀 알 수 없는 인물로, 그가 등장할 때마다 다음 장면이 궁금할 정도다. 이는 김남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가능했다. 설경구와 반대로 체중을 증량한 김남길은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미묘한 표정 연기로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설경구와 김남길의 팽팽한 연기 대결은 ‘살인자의 기억법’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뿐만 아니라 원신연 감독은 원작을 스크린에 옮겨오며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전문의의 도움으로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디테일하게 담는가 하면, 살인 몽타주 역시 실제에 가깝게 구현했다. 과거 차량 전복 사고 장면은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를 직접 제작, 사실감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스릴러임에도 불구 곳곳에 유머러스함도 배치가 돼있다. 심장이 쫄깃쫄깃해질 때 가끔씩 터지는 웃음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다만 스릴러 특유의 반전과 여운을 위한 과한 설정 몇몇이 있어 몰입도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명쾌하지 않게 끝을 맺으며 흘러나오는 ‘봄비’는 영화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든다.

이처럼 원신연 감독은 범죄 스릴러 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깼다. 그는 “원작과 가까우면서도, 먼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스릴러 장르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지길 바란다. 이 장르 역시 재밌을 수 있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물론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 영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으나, 이런 장르 역시 마음 편하게 즐겨보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반가울 듯하다. 개봉은 오는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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