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양익준, 전혜진, 정가람이 제주도 일상에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냈다.
영화 '시인의 사랑'(감독 김양희/제작 영화사진, 미인픽쳐스) 언론배급시사회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김양희 감독과 배우 양익준, 전혜진, 정가람이 참석했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JPM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시인의 사랑'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맞닥뜨린 시인, 그의 아내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 연출을 맡은 김양희 감독은 '우리들' 윤가은 감독, '연애담' 이현주 감독에 이어 주목할 만한 여성 감독의 강렬한 데뷔작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김양희 감독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쓰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될 때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정선이 불분명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어 누가 할지 우려가 많았다. 캐스팅 과정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10년 전 양익준과 인연이 있는 데다, '시인' 역할로 양익준 얼굴이 떠올랐다. 과거에는 강렬한 캐릭터가 아니고 순수한 청년 같은 캐릭터를 소화했었다.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많이 해서 제안했다"고 캐스팅 비화를 공개했다.
이어 "'아내' 역할로는 전혜진이 떠올랐다. 이전부터 좋아했다. 대사를 중요시하는데 대사를 소화하는 맛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맛깔나게 뉘앙스를 살리는 배우다 싶었다"며 "'소년'의 이미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10, 20대 배우들 다 봤다. '4등' 개봉했을 때 정가람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았는데, 캐스팅 과정에서는 활동을 안 해서 안 보였다. 크랭크인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짠 나타나더니 오디션에서 흥미로운 연기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양희 감독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제주도의 색깔을 담지 않은 것에 대해 "6년 전 제주도로 이주해서 제주도 풍경이 일상적이다. 굳이 '여기가 제주도다'라는 강박을 가지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 역시 일상 공간에서 만나지 않나. 실질적인 제주도의 풍경은 자연적인 풍경이 아니라 큰 도넛 가게가 들어선다든지, 번화가로 변화하는 게 현실적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영화의 퀴어적인 면모에 대해 "'시인'은 따뜻한 물에 사는 사람인데 시인이 되려면 삶의 이면도 봐야하지 않나. 하지만 그한테는 슬픔도, 고통도 없다. '소년'을 목적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도 처음에는 있다"며 "실질적으로 빠진 건 육체적인 호기심도 있겠지만, '소년'이 가지고 있는 불우한 환경, 감수성 등에 대한 연민의 감정, 교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 안에 있을 때는 뭔지 모를 때도 많은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는 게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딱 동성애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많은 것을 포함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재능도, 자신감도 심지어 정자도 없는 '시인'으로 변신한 양익준, 철없는 시인을 사랑하는 시인 '아내'의 전혜진 그리고 함부로 아름답고 바람처럼 매서운 '소년'을 정가람이 맡았다. 양익준은 "일본에서 다른 영화를 찍고 있었는데 출연을 제안 받았다. 바로 한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놀라더라. 배우들에게 귀한 시나리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잘 다루지 않은 소재도 있지만, 소재가 이루어지는 환경이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전혜진은 "시나리오를 취중에 봤다. 재밌었는데 기억이 안 났다. 맨정신에 다시 봐도 진짜 좋더라. 시나리오상은 대사도 살아있고, 캐릭터들도, 구성들도 좋은데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영화제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선택을 잘했다 싶었다. 합이 잘 맞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가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세 인물의 감정들이 흔치 않게 느껴졌다. 너무 재밌어서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께 하고 싶은 마음을 눈빛으로 많이 쐈다"고 회상하며 "양익준 선배님께 의지 많이 했다. 잘 이끌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양익준은 "시나리오상 전혜진이 연기한 '강순'이 사랑스러웠는데, 전혜진도 사랑스럽더라. 연기할 때 전혜진한테 달라붙어서 끌어안기도 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강순'에게 푹 빠졌다"며 "전혜진과 촬영할 때 너무 즐거웠다. 결혼한 느낌도 들었다. 캐릭터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의지를 많이 했다. 전혜진이 촬영장에 올 때 든든함을 안고 오는 것 같았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전혜진은 "배우들에게 작품이 쏟아진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아니다. '시인의 사랑'을 만난 건 행운이다.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고, 양익준은 "다양한 영화, 배우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간도 다양해져야 한다 싶다. 제주도가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거기 사시는 분들에게는 일상적인 공간이다. 그런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좋은 소재가 있다. 서울에서 보기 힘든 장점들이 있다.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고, 그 지점에 봉착돼 있는 이야기다. 영화의 시원함, 쾌감에 관심을 많이 갖지만, 우리 영화처럼 스며드는 영화도 기억에 많이 남고 맞아들여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조합으로 완성된 세 배우의 연기 앙상블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과 쓸쓸함을 동시에 머금은 제주도의 풍광들, 그리고 캐릭터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여러 시구들은 아름다운 은유로 다가오며 올 가을 단 하나의 감성 드라마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시인의 사랑'은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