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작품 결과보다 과정이 내 인생서 큰 부분”
‘박하사탕’, ‘오아시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자유의 언덕’, ‘스파이’, ‘아가씨’ 등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명실상부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문소리가 이번에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으로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트로피 개수는 메릴 스트립 부럽지 않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끊긴 지 오래인 데뷔 18년차 중견 여배우의 스크린 밖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작품. 픽션이지만, 진심 100%를 담았다.
“감독이 되면서 개봉과 홍보 등 한국 영화 산업에서 몰랐던 많은 것들에 대해 속속히 공부하게 된 것 같다. 이번에 같이 일했던 배우들 대부분 영화 경험이 많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배우들인데 그 배우들이 개봉을 무척 기뻐하는 걸 보니 아주 엄한 짓 한 건 아닌가보다 싶다. 그들에게 필모로 장편 영화 한 편 생기는 거니 좋은 일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영화 제목에 ‘배우’가 아닌 ‘여배우’라는 단어를 굳이 쓴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이는 문소리의 스크린 밖 일상을 그려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배우로 불리는 삶이고, 그게 현실이다. 여성의 삶에 관한 것이 절반이면, 그 여성이 배우라는 일을 하기 때문에 영화를 하는, 예술을 하려는 고민이 절반이다. 두 가지를 담으면서 ‘많은 이들이 여배우로 부르고 있는데 그렇게 불리는 사람들이 오늘 뭐하는지 봅시다’라는 의도가 컸다. 영화를 보시면 ‘여배우’라는 단어를 굳이 쓴 이유를 아실 것 같았다.”
이어 그렇다고 ‘여배우’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삶에 이런 부분이 있다는 거라면 오히려 못만들었을 거다. 다른 직업이더라도 내 또래 많은 여성들이 같이 갖고 있는 고민이더라. 그래서 개봉하게 된 것 같다. 사실 배우로서의 내 이야기는 친구들, 남편하고만 나눠도 된다. 배우인 걸 떠나 나도 비슷한 고민이 있으니 함께 나눠보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의 고민을 담으면서도 유쾌한 톤 앤 매너를 유지한다. 문소리는 “워낙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러 사람을 같이 웃기기에는 여러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더라. 그런 곳에서 출발을 해야 하니깐 여러 입장을 고려하게 됐다. 웃자고 한 게 남한테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긴 있었지만, 요즘 한국 영화에서 장르적으로 코미디가 약하긴 하지 않나. 내 영화가 코미디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유머스럽게 만들고 싶었다. 앞으로 다양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마지막 3막에서는 문소리의 자기반성이 들어가기도 했다. 극중 그가 오열할 때는 함께 울컥한다. 과거 창작자들을 향한 미안함이란다. “그동안 창작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도, 공격적으로 대한 적도 많다. 내가 다 헤아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들더라. 날이 섰던 건 사실 내가 상처받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상대방을 보다 헤아려줬다면 결과를 떠나 과정 안에서 충분히 행복했을 텐데 싶었다. 흥행하고, 상을 타서 행복한 건 며칠이다. 만들어가는 시간들은 내 인생에서 엄청나게 차지한다.”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연출력까지 인정받게 된 문소리. 하지만 향후 연출 계획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 갖고 있는 욕심만 해도 가랑이가 찢어진다. 감독님들이 하시자는 작품도 해야 하고, 학생들도 가르쳐야 한다. 우리 아이도 있고..여유가 없어서 연출 욕심 부리는 게 지금은 성립이 안 된다. 하하. 혹시나 살면서 다른 틈이 생기고 재밌는 이야기가 빛나 솟아오르면 생긴 거 어쩌겠나. 버릴 수 없으니 소화를 해볼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한편 문소리가 연출, 각본, 주연 모두 맡은 ‘여배우는 오늘도’는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