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인물에 대한 전사 없어 좋았죠” 배우 윤계상이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생애 첫 악역에 도전, 역대급 연기 변신을 꾀했다. 그가 극중 분한 ‘장첸’은 행동의 이유를 알 수 없을 뿐더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라 신선하게 느껴진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윤계상은 악역임에도 심플해서 끌렸고, 자신의 연기에 대한 호평에 기쁘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한테는 악역 시나리오가 잘 안 들어왔었는데 이번에 들어와서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시나리오였다. 무엇보다 인물에 대한 전사가 없었던 게 좋았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고, 난데없이 잔혹스러운데 돈을 크게 얻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심플하게 느껴졌다.”
이어 ‘장첸’을 귀신 같은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배우가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증폭되는 게 관건이었다. 시나리오 자체가 백지 같아서 내가 얼마나 포장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제작사 대표님이 이 캐릭터가 중요한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시길래 귀신 같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윤계상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귀신이었고, 이를 악역에도 적용시켜 장발 아이디어까지 직접 내게 됐다. 파격적인 시도일 수 있었지만, 윤계상은 망설임이 없었다. 말투 역시 감독과 함께 만들어나갔다.
“귀신은 현실적이지 않지 않나.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의 존재다. 전사가 있고, 캐릭터가 확실히 잡혀 있었으면 장발을 시도해보지 못했을 텐데 그런 게 아니었으니 다른 차원의 존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일반적인 조폭과 달리 문신도 없고, 상처만 있다. 밋밋하기 때문에 더 무서울 거다 싶었다.”
그러면서 “머리 연장술을 하니깐 전지현처럼 곱더라. 그 상태로 묶으니 너무 깔끔하기만 했다. 그래서 기름을 떡칠하기로 했다. 말투도 감독님과 같이 만든 거다. 연변 사투리가 너무 세니깐 다른 캐릭터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데다, 그대로 쓰면 보여주기 연기 같았다. 어떻게 나만의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많이 순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윤계상은 연기에 있어서도 이번만큼은 캐릭터에 대한 깊은 분석이 아닌 그때그때 집중했단다. “촬영 전 수만 가지 스토리를 짜봤는데 다 필요 없더라. 촬영 들어가서도 초반에는 이야기에 대한 베이스를 깔아야 설명하기 좋지 않을까 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얘는 알 수 없어야 한다. 그때그때 집중해라’라고 강조하셨다. 그 덕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내가 찍었음에도 어디로 튈지 모르겠더라. 정말 잘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관객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는 반응에 엄청난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윤계상은 “새로운 역할을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는 순수하게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하나씩 편견을 깰 때마다 열정이 증명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그는 최민식, 하정우, 유아인 등 한국 영화의 악역 계보를 잇고 싶은 욕심도 동시에 내비쳤다. “나의 전혀 새로운 모습을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잘해줘서 그런지 내가 봐도 윤계상으로는 안 보이더라. 얻어 걸린 것 같다. 무대인사 때마다 관객들이 내가 나타나면 무서워하더라. 악역 계보를 잇고 싶은 욕심은 물론 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맡기겠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