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감정 앞에서 진실과 거짓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영화 ‘메소드’는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메소드 연기 배우 재하(박성웅 분)와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 분)가 최고의 연기를 위해 서로에게 빠져들면서 시작되는 스캔들을 그리는 작품.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분에 공식 초청되어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작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는 연극 ‘언체인’의 대본 리딩 현장부터 시작된다. 연기를 위해 완벽하게 배역이 되어가는 메소드 연기 배우 재하의 상대역으로 아이돌 스타 영우가 캐스팅된다. 하지만 영우는 첫 대본 리딩부터 지각을 한다. 또한 성의 없는 연기 태도까지 보이며 영우는 재하의 심기를 건드린다. 결국 재하는 그런 영우에게 칼을 빼어든다.
재하가 가진 가장 날선 칼은 연기다. 다짜고짜 실제와 같은 연기를 영우에게 건네는 재하. 영우는 그런 재하의 연기에 충격을 받는다. 그때부터 영우는 자신의 감정을 갉아먹는지도 모르는 채 재하의 연기를 광신도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월터를 사랑하는 싱어가 되어간다. 싱어에 완전히 빠져든 영우 옆에서 재하 역시 감정의 혼동을 느끼며 연기와 실제의 감정을 구분할 수 없는 혼돈의 상태로 빠져든다. 연기는 이때부터 현실과 그 궤를 같이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재하는 현실과 연기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가지려 하지만 영우는 다르다. 영우는 완전히 싱어에 빠져들며 연기를 넘어 집착의 감정을 키워낸다. 미성숙한 배우가 재하라는 신념에 도취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재하가 취했던 뚜렷한 경계는 상대가 내보이는 진심의 연기 앞에서 함께 무너져 내린다. 현실의 재하와 영우는 연극 속 월터, 싱어와 더 이상 구분 짓기 힘들어진다. “오로지 진실할 뿐이다. 거짓을 말할 때조차도”라는 알 파치노의 말처럼 그들의 연기는 거짓된 감정을 현실의 진실로 만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빠르게 변모하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다소 전개가 급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차곡차곡 재하와 영우의 감정은 쌓여져 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감정의 층들은 후에 영화의 절정에서 폭발하며 강렬함을 만들어내는 기제 역할을 톡톡하게 수행해낸다. 그리고 이 절정의 순간, 박성웅과 오승훈이 펼치는 연기는 이 폭발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재하와 영우, 또 그들이 펼치는 연극 ‘언체인’ 속의 월터와 싱어. 한층 더 분화된 연기의 층위에서 박성웅과 오승훈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연극 속 인물과 뒤섞여야 한다. 또 그렇다고 이 둘의 경계가 무너지는 연기를 펼치게 되면 극의 혼돈은 중심을 지킬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배우는 각각 재하와 월터, 영우와 싱어라는 두 층위의 연기를 섬세한 터치로 구분해내는 영리함을 가졌다.
이 지점에서 방은진 감독의 배우 이력 또한 빛을 발했다. 배우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연출은 배우들이 살려놓은 인물의 활기와 자신이 구축해놓은 서사를 함께 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서사에 인물이 끌려가는 것이 아닌 인물 자체의 서사들이 맞붙어 전체 서사구조를 완성해내기까지 하며 영화 ‘메소드’는 작품 그 자체도 중심을 탁월하게 지킨다.
다만 아쉬운 지점이라면 감정의 흐름이 다소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에 있다. 재하와 영우가 느끼는 감정이 관객에게 빠르게 다가와야 했지만 전반부에 숨겨졌던 감정들을 후반부 풀어내기 위한 과정들에서 짧은 러닝타임 탓에 이 과정이 생략되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짧은 촬영 회차와 적은 예산의 한계성이 드러나는 부분이었기에 더 큰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이처럼 영화 ‘메소드’는 전면으로 부각되는 퀴어 요소에 대한 이야기이기보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배역이 되고자 실제의 삶을 벗어던지는 재하와 그런 그에게 무한한 동경심을 보내며 배역과 실제를 혼동하는 영우. 이 인물의 군상을 그려내며 ‘메소드’는 연기가 그려내는 감정 앞에서 진실과 거짓이라는 명제는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 답은 크레딧이 올라갈 때 어렴풋이 떠올라 영화를 다시 곱씹게 만드는 것이다. 오는 11월 2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