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지 기자] 가수 루시드폴이 훗날 악기를 제작해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지난 1998년 미선이 1집 앨범 '드리프팅(Drifting)'으로 가요계에 모습을 드러낸 루시드폴은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불구하고 루시드폴은 여전히 대중에게 신선하다. 심지어 먼 존재로까지 느껴지기도. 이는 루시드폴의 행보가 자랑하는 독특한 성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귤에 이어 레몬 농사에까지 손을 뻗은 그가 미래에는 악기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루시드폴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안테나 사옥에서 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발매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그는 "제주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새, 벌레, 반딧불이와 함께 공존했다. 그러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갔다"며 새 앨범 작업을 위해 음악 인생 처음으로 녹음에서부터 믹싱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해보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9평 남짓의 작은 작업실, 일명 '노래하는 집'이라 불리는 창작 공간을 직접 제작했다고.
이와 관련해 루시드폴은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집 짓기를 시작했다. 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까지 풀타임으로, 비가 안 오는 날이면 계속 일했다. 공연 진행까지 겸하다 보니 눈꺼풀까지 떨리더라. 병원에 갔더니 마그네슘이 부족하다고 했다. 집 짓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그만큼 행복했다.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게 좋았다"라고 밝혔다.
여차저차 지난 3월경 만들어진 '노래하는 집'에서 루시드폴은 곡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보통 음악인들은 밤에 작업하고, 낮에 잔다. 그런데 나는 농장 일을 해야 하니까 낮에 잘 수가 없다. 때문에 오전 3시에 일어나 곡 작업을 하고, 해가 뜨면 농장으로 나갔다. 오후 7, 8시에 일찍 자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다보니 음악 작업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술, 담배 같은 것도 못했다. 이렇게 멀쩡한 정신에서 음악을 해본 건 처음이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녹음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루시드폴은 새 앨범을 통해 꼭 구현하고 싶었던 사운드를 위해 스티브 스왈로우의 베이스 톤을 연구했고, 결국 스티브 스왈로우가 초기에 쓰던 68년형 깁슨 베이스를 구했다. 건조하지만 감칠맛 나고 따뜻한 톤의 드럼 사운드를 위해 2년 가까지 이곳저곳을 헤맸다. 더불어 펜더 로즈 사운드를 담고자 뉴욕에서 로즈를 공수해 오기도 했다. 루시드폴의 말대로 "죽음의 스케줄"이었다.
이와 같은 때문에 루시드폴은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 출연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유희열 형이 '알쓸신잡'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녹음 후 믹싱, 마스터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테나 공연까지 시작되는 바람에 유희열 형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알쓸신잡' 캐스팅 거절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어 "그래도 안테나 공연은 회사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하게 됐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농장 일에서부터 작업실 제작, 자체 녹음, 믹싱, 그리고 악기 공수까지 루시드폴의 이번 앨범은 그의 인생 모토로도 보이는 아날로그와 닮아 있었다. 이런 루시드폴이 악기 제작으로 아날로그 삶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말을 꺼내면 그대로 실현되는 게 없지 않아 있어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다음 앨범 제작을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다. 그때는 악기를 직접 만들어볼까 싶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3년 후부터는 레몬 수확에 나설 것이라고 농업 계획을 고백했다. 루시드폴은 "필름 카메라로 지난 2년의 제주도 일상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는데, 이게 '안녕,'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졌다. 뮤직비디오를 잘 보면 귤꽃에 이어 보라색 꽃이 나오는데, 이게 레몬이다. 2년 전부터 레몬 농사 작업을 시작했다. 빠르면 내년, 늦으면 내후년 정도에 레몬이 나올 것 같다"라고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모든 삶은, 작고 크다'의 타이틀곡은 '안녕,'이다. '안녕'은 친구 이상순의 일렉 기타 연주와 소속사 후배 이진아의 피아노 연주가 그의 노래에 우정 어린 하모니를 선물했다. 지난 1960년대의 세미 할로우 베이스, 1970년대의 드럼, 1980년대의 업라이트 피아노 소리가 루시드폴의 목소리와 합쳐져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음향을 만들었다.
루시드폴은 "이상순은 나의 친구라는 죄로 '안녕,' 작업에 합류했다. '안녕,'에 일렉트로닉 기타 소리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이상순 집에 빈티지 기타 앰프가 있다는 게 생각나 빌리려 했다. 그런데 앰프가 정말 크더라. 집까지 들고 가지 못할 것 같아서 '너가 쳐주면 안 돼?"라고 했더니, 연주해서 보내준다고 했다"라며 이상순과의 작업 과정을 이야기했다.
당시 이상순은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촬영을 마무리 지은 상황이었다. 불구하고 이상순 집 근처에는 관광객들이 즐비했다고. 루시드폴은 "이상순 집에 트럭을 타고 들어갔다. 아마 사람들이 나를 집사나 청소부로 알았을 거다. 이상순-이효리 부부의 보디가드로 보기에는 몸이 부실하니 말이다"라고 했다. 또한 루시드폴은 이상순에게 "얼른 정규 앨범을 내야 하지 않겠나"라며 팬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밝혔다.
이진아와의 작업 역시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루시드폴은 '안녕,'에 피아노 소리를 싣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자신의 피아노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이진아에게 연락을 취했다. 루시드폴은 "이진아에게 '피아노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라고 물었는데, 바로 좋다고 했다. 정말 착한 친구다"라며 "그런데 못 치는 느낌이 나게 해달라고 말하니 미안하더라. 이진아의 피아노 실력은 정말 뛰어나지 않은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렇게 루시드폴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수 있었음에도 수고스러움과 실패의 위험을 감수, 모든 것을 직접 감당해냈다. 여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자신다운 것을 스스로 찾아 나서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로망이 아니다. 이제 이와 같은 소리가 힙한 거다"라고 입을 열었다.
루시드폴은 "요즘 사람들이 왜 필름 카메라, LP를 찾을까 생각해봤다. 현재에는 더 정밀하고 세밀한, 하이퀄리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맹장을 울릴 것 같은 베이스 소리, 완벽하게 튜닝된 드럼 소리 등과 같은 정제된 사운드를 들을 만큼 들은 것 같다. 이제 이런 소리는 재미가 없다. 소리는 결국 감동 받기 위한,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그런데 이제 아날로그스러운 소리는 재현하기 힘들어졌다. 하이퀄리티로만 나오지, 그 이전 단계로 돌아가는 건 안 된다. 마치 우리가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아날로그 필터 효과를 준다고 해서 필름 사진 본래의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모든 삶은, 작고 크다'에 내가 원하는 투박한 사운드를 실리는 데에 시간이 오래걸렸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2년 만에 발표하는 루시드폴의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에세이 뮤직 형태로 특별한 조합을 자랑한다. 이는 안테나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컬래버레이션해 루시드폴의 정규 음반과 수필을 결합시킨 것으로 듣기와 읽기가 동시에 가능한 컨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루시드폴이 육필로 원고지에 직접 쓴 첫 에세이가 될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그의 자연관, 생명관, 그리고 음악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에세이 집필과 관련해 루시드폴은 "가사를 원고지 위에 다시 정리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나는 옛날 사람이라 노트나 A4 용지에 가사를 쓴다. 원고지는 멋있어 보이려고 한 거다"라며 "사실 목 디스크가 있다. 컴퓨터로 작업할 자신이 없더라. 펜 쓸 일이 평소에 정말 없었는데, 팬분들이 선물해준 만년필이 많더라. 이걸 꺼내 글을 쓰게됐다"라고 설명했다.
루디스폴은 오는 11월 4일 정규 8집 음반, 책 발매를 기념해 제주도에서 '읽고 노래한다' 콘서트를 연다. 해당 공연은 제주도를 거쳐 성남, 인천, 전주, 부산, 대구, 서울, 대구에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 안테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