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미옥', 김혜수 우아함은 빛났다…틀에 갇힌 여성느와르

입력 2017-11-07 1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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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옥' 포스터
영화 '미옥'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여성 느와르의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한계를 지녔다.

영화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까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

충무로 독보적인 여배우 김혜수가 범죄조직의 2인자로 거듭났다는 설정만으로도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충분했다. 여성 느와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 느와르 장르는 ‘달콤한 인생’, ‘아저씨’, ‘신세계’ 등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영화 '미옥' 스틸
영화 '미옥' 스틸

역시나 김혜수였다. 외적인 변화부터 파격적으로 감행했다. 은발 반삭머리, 섹시미나 포스 넘치는 패션으로 우아한 카리스마를 한껏 발산한다. 특히 은발 반삭머리는 김혜수 스스로가 제안할 만큼 이번 작품에 열정을 불태웠다. 위협을 가할 때도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서늘하기 그지없다. 이처럼 김혜수를 내세우면서 느와르 장르의 특성인 강렬하면서도 차가운 분위기에 감성까지 더해져 남성 느와르와는 차별점을 뒀다.

차별점이 있는 반면 여성 느와르를 위해 여성이라는 고정 틀에 갇히는 한계에 부딪혔다. 기존 여성 캐릭터와 흔히 연결지어온 모성애와 사랑으로 버무린 것. 이에 올드한 감성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선균이 분한 ‘임상훈’이 주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제목이 ‘미옥’이 아닌 ‘상훈’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전형적인 인물들과 예상 가능한 전개로 특별한 신선함은 없다. 오프닝에서의 성접대 장면은 과하게 들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겉으로는 여성 느와르를 지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남성 느와르에 그치고 말았다.

김혜수의 액션 비중도 생각만큼 크지 않다. 극 말미쯤이나 돼야 볼 수 있다. 좋은 배우 김혜수를 갖다 놓고 왜 이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미옥' 스틸
영화 '미옥' 스틸

하지만 김혜수의 섬세한 감정선은 역시나 일품이다. 감정에 따른 다채로운 눈빛은 몰입도를 높인다. 이는 이안규 감독의 느와르라는 틀 안에서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하려는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 느와르의 힘은 빠졌지만, 인물들 간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지키고자 하는 소중함이 충돌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드라마적 요소는 잘 살았다.

뿐만 아니라 라떼뜨, 개농장 등의 이질적인 장소와 어두운 음악은 ‘미옥’만의 처절한 느낌을 완성하는데 일조했다. 무엇보다 오하늬는 신예임에도 불구 눈부신 존재감을 발휘했다. 반가운 발견이다. 이선균의 경우는 첫 느와르인 만큼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고, 이희준은 찌질하면서도 깐족거리는 캐릭터를 제 옷 입은 마냥 자연스럽게 완성했다.

이안규 감독은 “느와르 장르에서 살아 숨 쉬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면, 그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여성 캐릭터 활용에 대한 고민한 흔적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김혜수의 진가는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개봉은 오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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