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판타지·현실 오가는 모험 같은 영화” ‘명왕성’, ‘마돈나’로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쓴 바 있는 신수원 감독이 신작 ‘유리정원’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전작들과 달리 판타지적인 요소 속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녹혈구라는 독특한 소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의 제작 계기부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상세하게 들려줬다.
“시나리오를 막 쓰다가 안 풀리면 넣어놓고서는 다른 시나리오를 쓰는 스타일이다. 소설가 이야기를 가지고 하려고 했는데 안 풀려서 ‘마돈나’ 먼저 각색하게 됐다. 그때 ‘미나’의 뇌사 상태를 다루면서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식물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토속신앙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 ‘유리정원’에서는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 초록의 피 등 있을 법한 흥미로운 발상들이 대거 등장한다. “나무가 중요한 화두였다. 나무가 광합성으로 생명을 연장한다는 과학적 지식으로 기획할려고 생각했다. 그럴 듯하게 보여야 하니 미생물 연구 교수를 만나 모니터링을 부탁했다. 이야기하던 도중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어 “인간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건 혈액이 돌기 때문이니 엽록체 혈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교수가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한다는 개념과 배합하면 좋지 않냐’라고 말하더라”라며 “그래서 녹혈구라고 명칭하게 됐다. 그러면서 피도 초록피로 확장하게 된 거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영화는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수원 감독이 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았을지 궁금했다.
“되게 모험 같은 영화다. 그래서 모호하다고 느낄 수 있다. 아예 판타지도 아니고, 현실이 있지 않나. 크게 4부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재연’이 떠날 때까지는 ‘재연’ 중심의 리얼한 이야기, 떠난 후 ‘지훈’ 얼굴부터는 2부로 ‘지훈’의 시선에서 ‘재연’을 바라본다. 이때는 소설과 현실이 섞이게끔 일반적인 액자영화처럼 처리 안 했다.”
그러면서 “3부는 ‘지훈’이 숲에서 도망쳐 나오는 순간부터 생각을 해서 그대로 쭉 다시 리얼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 뒤는 ‘지훈이’ 숲으로 돌아왔을 때 일어나는 기적까지 4부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리정원’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공존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타인의 삶에 개입해 망가뜨리기도 하고, 가슴에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 않나.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식물과 달리 살기 위해 뭔가를 착취, 가해야 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공존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말하고 싶었다. 다들 ‘고마워요’, ‘미안해요’를 하고 살면 되는데 안 하고 산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완성본을 보니 그게 핵심임을 깨달았다.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