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저글러스’는 이제 다시 ‘오피스’로 돌아와야 한다.
“절대 안 보낸다.” 이 대사 한 마디에 여태 받아온 좌윤이(백진희 분)의 상처들이 사르르 녹아 없어졌듯, 사람의 감정에 있어 조심스럽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오로지 직진뿐인 남자 남치원(최다니엘 분)의 매력은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저글러스: 비서들’(연출 김정현/ 극본 조용) 13회 속 이야기다.
앞서 조심스럽게 사내연애를 이어오던 보스 남치원과 비서 좌윤이. 누가 볼 새라 회사에서는 감정을 애써 숨기고, 함께 세입자와 집주인으로 사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알콩달콩한 사랑을 나누던 둘의 모습은 그야말로 달달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남치원과 좌윤이의 사내연애는 금방 들통이 나고 말았다. 이때 모든 비난의 여론은 좌윤이에게로 쏟아졌다. 과거 봉 상무(최대철 분) 사건이 도화선이 된 것.
회사 인트라넷의 익명 게시판에는 좌윤이에 대한 비난의 시선이 쏟아졌고, 좌윤이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이에 결국 남치원이 직접 나선 것. 좌윤이의 상처를 보듬고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회사 내 자신의 힘을 더 키워나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조상무 전무(인교진 분)가 남치원을 향한 칼을 제대로 세운 것. 앞서 둘의 사내연애를 공개한 것도 조 전무의 협잡이었기에, 그는 남치원을 향한 공격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에 결국 남치원은 도태근 부사장(김창완 분)의 조언을 들어 좌윤이의 집에서 나오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허나 비가 오면 땅이 더 단단하게 굳듯이 남치원과 좌윤이의 사랑은 더 달달해졌다. 매일같이 집에서 보던 상황이 되지 않자, 둘은 함께 있는 시간에 있어서는 최대한 더 많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본격적인 공개 사내연애의 시작이었다. 허나 조 전무의 공격이 나날이 심해지는 지금, 이런 둘의 상황이 또 어떻게 변화할 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제 종영까지 단 3회 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저글러스’의 핑크빛 사랑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이들의 애정이 너무 반복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번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등장하지만 남치원과 좌윤이는 너무나 쉽게 이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넘어버린다. 비록 이러한 전개가 그간의 로맨스 드라마들이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며 지루함을 줬던 구조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해도 큰 사건이 존재하지 않으니 극이 다소 심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저글러스’가 그저 남치원과 좌윤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상정했을 때는 극의 구조가 왜 이렇게 흘러가는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글러스’가 진정으로 그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사회에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풍자하는 것. 사내 연애에서 언제나 권력이 낮은 이들이 피해를 보고, 암투를 위해서 한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는 작태 등 ‘저글러스’는 달달한 로맨스 이면에 날카로운 시선을 숨기고 있다. 이 부분이 뚜렷이 드러내기 위해서 극의 구조를 단조롭게 구성한 것.
너무 큰 사건이 등장하면 이들의 현실적 이야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글러스’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가지고 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냉정하게 바라보자면 그 큰 이야기가 단 3회를 남겨둔 지금의 시점에서 너무 늦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둘의 오피스 로맨스가 너무 사무실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느낌 또한 피할 수 없게 만든다.
과연 마지막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의 시점에서 ‘저글러스’는 이 우려와 느낌을 종식 시킬 신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을까. 남치원과 좌윤이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는 달콤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진짜 '오피스 로맨스'로 끝내고 싶다면 '저글러스'는 이제 ‘사무실’로 돌아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