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게이트', 웃음 하나만 믿고 덤비기에는 너무 무거웠던

입력 2018-02-24 14: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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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게이트' 포스터
영화 '게이트'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풍자와 재연 사이, 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2016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조그마한 테블릿PC에서 출발한 사건은 점점 살을 붙어나가더니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어 많은 인물들이 검찰에 소환됐고, 여전히 이 인물들은 재판정에서 판결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끝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진행형의 이러한 사건을 영화 속에 녹여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코미디 영화에서는 사뭇 사건의 중압감 탓에 웃음이 묻혀버릴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게이트’에 대한 걱정이 바로 이 점이었다. 과연 웃음을 살려내면서 이 무거운 사건을 어떻게 영화 속에 녹여낼까. 이 지점에서 ‘게이트’는 아주 영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 바로 저 무거운 사건은 그저 배경으로만 두고 사건과 거리가 먼 인물들을 데려와 새로운 이야기를 짜는 것. 이를 위해 ‘게이트’는 케이퍼 무비라는 장르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온다. 그러면서도 코미디 영화의 웃음은 포기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풀이하자면 ‘게이트’는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을 배경으로 녹여낸 케이퍼 무비 장르의 코미디 영화다. 사뭇 예상이 가지 않는 설정이다.

영화 '게이트' 스틸
영화 '게이트' 스틸

보기보다 영화 속 사건은 단순하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던 검사 규철(임창정 분)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게 되고 바보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규철의 옆집에는 금고털이 기술자 장춘(이경영 분)의 딸인 소은(정려원 분)이 살고 있다. 소은은 자신이 연대보증을 서 준 친구가 빌린 돈을 갚기 그토록 도둑임을 원망했던 아버지와 손을 잡고 한탕을 노린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 한탕이 VIP의 숨겨진 비밀 금고를 터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의 형식을 띠는 서사다. 단순한 형식이 기본이 돼야 하는 코미디 장르이기에 ‘게이트’는 전형성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하지만 전형성은 곧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기 마련이다. ‘게이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각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또한 이들이 하는 행동들 또한 다소 예측 가능한 지점들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게이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패러디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인물들이 가지는 단조로움에 새로운 변주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 변주는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가 겹쳐지며 영화 속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낸다.

영화 '게이트' 스틸
영화 '게이트' 스틸

긍정적인 효과는 곧 웃음으로 이어진다. 이미 코미디 연기로는 정평이 나있는 임창정과 새로운 코믹 연기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정상훈의 연기 호흡은 매끄럽다. 2012년 이후 약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정려원의 연기 또한 극을 이끌어 가는 데 손색이 없다. 이경영과 이문식은 탄탄한 필모그래피에 걸맞는 연기를 펼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의외의 팀플레이도 ‘게이트’의 매력을 높인다. 하지만 이러한 배우들의 코믹 열연에도 불구하고 ‘게이트’는 후반부 다소 찝찝한 느낌을 남기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배경으로 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영향 탓이 크다. 사건의 무게도 무게거니와, 다소 극의 설정과 패러디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패러디가 비유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 직접적인 이미지로 전달되기에 관객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커지는 것도 큰 이유다. 풍자는 비판적 웃음에 가깝다. 하지만 직접적 이미지가 주는 느낌은 비판적이라는 주관성이 드러나기보다는 사실적인 재연에 가깝다. 그렇기에 영화가 주는 대리만족은 이루어내지만 풍자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가 현실에 비해서 시시해졌다”며 “지금 사회 현상들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던 신재호 감독.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던 신재호 감독의 바람대로 ‘게이트’는 무거운 현실의 짊을 덜고 맘껏 웃을 수 있는 블랙코미디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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