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문화계 전반이 #미투 운동으로 들썩이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 이후 국내 ‘#MeToo'(미투, 나도 당했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리고 이 불은 연극계로 옮겨 붙더니 영화계, 방송계까지 잡아 삼켰다. 문화계 전반에 더 이상 성폭력 사각지대는 존재하지 않게 됐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가해자들이 지목됐다.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연극연출가 윤호진, 영화감독 조근현, 배우 조민기, 조재현, 오동식, 이명행, 한명구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굵직한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몇 이들은 사과문을 직접 발표하거나 사건에 대해 해명했고, 또 어떤 이들은 추가되는 폭로들에 결국 침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로들은 멈출 기세가 없다. #미투 운동의 파급력은 나날이 커져만 갔고, 문화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성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사회 권력구조에 기인한 성폭력들은 만연해 있었고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인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배우 곽도원이었다. 앞서 지난 25일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는 ‘나도 미투-연희단 출신 배우 ㄱㄷㅇ'이라는 글이 게시됐다가 한 시간 여만에 삭제됐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던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예전엔 연희단거리패에 있었고 영화판에서 잘 나가는 ㄱㄷㅇ”이라며 배우의 이름은 직접 거론하지 않고 초성만 언급하며, 해당 배우가 여러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이력과 내용은 이름만 언급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 곽도원을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글은 허위였다. 폭로글에서 언급됐던 시기가 곽도원의 활동시기와 달랐던 것. 이에 대해 곽도원의 소속사 측은 활동시기와 더불어 “연희단 거리패에서 나와 몇 편의 연극을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연희단에서 2007년에 나왔고, 그 이후 연극 ‘리어왕’ 한 편만 했는데 게시자와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장을 제기한 인물은 종적을 감췄고, 곽도원의 이미지에만 실추가 왔다. 이러한 사태가 되자 미투 폭로글에 대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를 구체적으로 판별할 수 없게 됐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선의의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 거짓 폭로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폭로 이후 섣부른 가해자 낙인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시민혁명의 산물인 권리선언 제9조에는 ‘누구든지 범죄인으로 선고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선언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27조 4항에도 마찬가지로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되어있다. 허나 최근의 상황에는 폭로 이후 지목된 인물들은 우선적으로 가해자 취급을 받고 있다. 해당 글의 진위 여부를 따져보기도 전에도 말이다. 이는 분명히 후에 되어 해당 글이 허위라고 밝혀졌을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다.
앞서 지난 2016년, 문단 내 성추문 논란이 빚어졌을 때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존재했다. 당시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는 박진성 시인이 강간 및 강제추행을 했다고 주장하며, 박진성 시인을 관련 사건에 대해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는 허위였다. A씨는 검찰로부터 지난해 10월 31일 무고죄를 선고받았다. 허나 가해자로 지목 당했던 박진성 시인은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오다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회에 숨겨진 폭력에 대해 폭로하는 것은 옳고 정의로운 행위다. 하지만 그런 행위에 거짓을 고하고, 너무 쉽사리 판단해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정의의 칼날이 양날의 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가 자정되지 않는다면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른 피해자들만 만들어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