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마냥 밝은 캐릭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세상 그 누구보다 슬픔을 껴안은 존재가 됐다. 배우 양진성이 지난 20일 종영한 tvN '크로스' 후반부의 키로 등극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양진성은 "무엇보다 잘 마무리가 돼서 감사드리고 촬영 내내 배우 분들 모두가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으쌰으쌰 해주셔서 감사하다. 끝까지 지켜봐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제일 전하고 싶다"며 '크로스' 종영 소감을 전했다.
양진성은 '크로스'를 통해 처음으로 의사 역할에 도전했다. 배우들이 소화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으로 뽑는 의사 연기를 맡은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하긴 했었는데 가장 전문적인 분야로 뽑히는 응급의학과 의사 역할을 해야 해 사실 걱정이 많았다. 응급의학과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더 다급하고 위급한 상황을 많이 접해야 했다. 또한 어려운 의학용어를 빠르고 익숙하게 내뱉어야 해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양진성은 "초반에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직업적인 면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한순간에 세상 모든 고통을 껴안는 캐릭터가 됐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며 "초반에는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밝은 캐릭터였는데 후반부에 제 심장이 강인규의 아버지 심장을 불법적으로 받은 것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며 종류별로 울었다. 밤샘 촬영도 많이 하는데 감정적으로 폭풍 오열을 하며 많이 힘들었다. 특히 다른 분들의 이야기는 쭉 흘러왔는데 저는 망치로 맞은 듯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어서 그 감정 연기를 표현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을 이었다.
'크로스'는 여타 다른 의학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요소가 많았다. 장기 이식을 소재로 한다는 점도 독특했으며 단순히 병원 내 환자와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복수극이라는 설정이 얽혀있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가 무거웠던 것은 사실.
이에 대해 양진성은 "소재도 그렇고 병원과 교도소를 오가는 이야기라 무거운 드라마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감독님께서 전작도 그렇고 사실적이고 영화같은 작품을 만드신 걸로 유명하고 작가님도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좋았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분들도 연기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사로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응급실 상황이 적게 비춰졌다는 부분이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녀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서도 극찬을 이었다.
"경표와는 '시카고 타자기'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1살 동생이긴 한데 연기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경표가 워낙 살인적인 스케줄이라 초반부터 바빠 하루에 2~3시간 이상 잔 적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데도 연기적으로 같이 고민해줬다. 원래 성격은 천진하고 밝은데 연기할 때에는 멋있고 진지한 친구다. 장광 선생님도 너무 좋으시다. 처음에는 악역을 많이 하시고 대선배셔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편하게 해주셔서 진짜 아빠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아빠와의 케미도 잘 살았던 것 같다."
이렇듯 양진성은 손연희 역할에 몰입하며 한층 더 완성도 있는 '크로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주연 배우였던 조재현이 성추문에 휩싸이며 하차하게 된 것.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도 놀랐지만 함께 촬영을 하던 배우로서 받은 충격은 더욱 컸을 터였다.
양진성은 이에 대해 "그 사건으로 인해 대본도 늦게 나오고 촬영도 다시 해야하는 부분도 있었다.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는 찰나에 터진 일이라 분위기가 처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다들 으쌰으쌰 집중감 있게 잘 해주셨다. 감독님도 그 사건에 영향을 받지 않게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하차 전까지 며칠 촬영한다고 했을 때 사실 '어떻게 뵙지', '현장이 처지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랬지만 붙는 신이 많이 없었고 다른 분들도 그냥 자연스럽게 집중해 촬영에 임하셨다."
또한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당연스럽게 여겼던 문제들이었던 것 같다. 문제라고 생각 못하기도 했다. 똑같은 여자로서 용기있게 고백하신 거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고쳐나가야 할 것 같다. 이 기회를 통해 더 이상 상처받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전했다.
양진성은 '크로스'를 통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고 배운 점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장기 이식에 대해 관심 갖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다시금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또한 이국종 교수님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사명감을 가지고 의사 일을 하시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정말 귀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시청자분들께서도 장기 기증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진=민은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