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신선한 도전과 공포. '곤지암'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최근 할리우드 호러 장르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호러 영화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고괴담’, ‘장화, 홍련’, ‘알포인트’ 등 국내 호러 영화들 또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극장에서 한국 호러 영화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한국 호러 영화들이 그간 너무나 내러티브 중심의 공포에 집착한 나머지 형식적인 측면에서 큰 성취를 못 가져간 것은 사실. 장르적 변주와 형식의 변주를 이어가면서 나름의 발전을 이어온 할리우드와 유럽 호러 영화들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점점 한국 호러 영화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잃어갈 때, 충무로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정범식 감독이다. 데뷔작 ‘기담’을 통해 한국 호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어젖힌 정범식 감독은 이후에도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해와 달’, ‘탈출’ 등으로 자신만의 장르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해갔다. 그런 정범식 감독이 영화 ‘곤지암’으로 돌아왔다. 그간 한국 호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체험 공포’라는 장르와 함께다.
‘곤지암’은 그간의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둔다. 내러티브 중심의 호러 영화들은 이야기 구성 자체는 영화적일 수밖에 없고, 공포 자체도 이미 정형화된 도식 자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이에 ‘곤지암’은 관객들이 직접 영화 속 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형식적 실험을 꾀한다. 1인칭 시점의 카메라가 주를 이루는 파운드 푸티지(모큐멘터리) 형식이 그 예다. 물론 영화 ‘블레어 윗치’ 이후 많은 영화들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차용했지만 ‘곤지암’은 거기서 더 발전한다. 기본적으로 파운드 푸티지라고 한다면 ‘누군가에게 발견된’ 형식의 작품들이다. 영상은 존재하나 영상을 찍은 이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과거형’의 형식을 띤다. 허나 ‘곤지암’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작품이다.
소재로 차용된 1인 방송 생중계가 이를 뚜렷하게 나타낸다. 초반부를 제외하고 정신병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영화 속에서는 모두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곤지암’의 영화적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동일하다. 영화와 관객이 평행 시간선에 놓여있기에 ‘곤지암’은 관객들이 마치 영화 속, 인물들의 체험에 동조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1인 방송이 대중화 된 지점에서 이러한 방식의 시도는 신선함 그 자체다. 물론 기존의 영화 형식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이 지점에 있어 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컷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느슨한 탓에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
그럼에도 ‘곤지암’은 후반부 몰아치는 전개에서 공포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며 충분히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곤지암’은 기존에 존재하는 괴담을 바탕으로 만든 허구이기에 리얼리티를 구성하는 것에 큰 이점을 보인다. 현실 이야기와 적절하게 교합해놓은 허구의 이야기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날 것 그대로의 생동감을 전해주며 공포심 그 자체만을 자극한다. 비록 내러티브에서 약세를 보이지만 장르적으로 본다면 큰 성취를 이룬다. 또한 ‘기담’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 정신병원’이라는 건물을 하나의 인격체와 같이 구성, 공간 자체가 내뿜는 아우라로 영화 분위기를 잘 형성해낸다.
이처럼 ‘곤지암’은 한국 호러 영화에 있어 가장 신선한 도전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신선한 형식의 비틀기가 대중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정범식 감독은 “공포에 대한 표준을 찾는 게 힘들었다. (이 영화의) 목표는 어떤 분들은 너무 무섭고, 어떤 분들은 조금 무섭다 할 수 있는데, 그저 많은 분들이 즐기게 하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정범식 감독의 이러한 바람과 신선한 도전은 한국 호러 영화의 부흥에 큰 몫을 할 수 있을까. 영화 ‘곤지암’, 오는 28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