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바람의 색', 기적처럼 다가오는 사랑이라는 마술

입력 2018-04-05 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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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색' 포스터
영화 '바람의 색'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사랑은 그 무엇보다 기적 같은 마술이다.

너무나도 똑같이 닮은 두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천재 마술사 ‘류’와 사랑했던 연인에게서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 받은 ‘료’. 세상은 이들을 도플갱어라고 부른다.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라는 의미의 도플갱어는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류’와 ‘료’ 중 진정한 ‘자신’은 누구일까. 누가 상대에 대해 자신과 똑같은 인물이 돌아다닌다고 말할 수 있는 진짜일까. 당연히 두 인물 모두가 각자의 진짜다. 그렇다면 이들의 사랑 또한 닮아있을까. 사랑까지 닮아있다면 그 사랑에 우위를 정할 수 있는가. 영화 ‘바람의 색’은 이런 특별한 이야기 속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얘기한다.

멜로 영화에서 도플갱어라니. 다소 의아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도플갱어는 호러 영화에서 주로 사용되어왔던 소재. 멜로 영화에서 어떻게 이 소재를 풀어낼 수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한 배우가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기에 비주얼적으로나 연기적으로 큰 차이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관객들에게 쉽게 혼동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따른다. 여러모로 도플갱어라는 소재는 까다롭다. 여기에 이름도 ‘류’와 ‘료’, 모음으로만 구분되니 혼동의 위험은 더 커진다. 후루카와 유우키의 섬세한 연기가 이 지점에서 빛이 난다. 바로 감정만으로 이들의 구분지점을 명확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영화 '바람의 색' 스틸
영화 '바람의 색' 스틸

‘류’와 ‘료’는 외형이 닮아 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내면까지 닮아있는 인물들은 아니다. 또한 그들이 가지는 사랑의 대상도 닮아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가지는 감정은 ‘똑같지’ 않다. 그렇기에 후루카와 유우키는 단순히 외형만으로 이들을 구분 지으려 하기 보다는 이들의 감정이 묻어나오는 행동, 표정 등으로 인물들의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그런 지점에서 ‘유리’와 ‘아야’를 연기하는 후지이 타케미의 연기 또한 탁월하다. ‘류’를 사랑하는 ‘아야’와 ‘료’를 사랑하는 ‘유리’. 후지이 타케미는 이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비주얼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풍성한 표현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런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1인 2역’을 연기하는 인물이 2명이다 보니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 복잡하다. 또한 도플갱어, 마술 등의 소재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과 로맨스가 섞이다보니 소재들 자체로 산만해질 요소가 너무 많다. 담담해야 할 부분들이 흥미로만 넘쳐나니 로맨스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적어진다. 또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전개들이 산재되어 클라이맥스에서 오롯하게 전달되는 감동이 부족하다.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마술”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랑의 감정을 말하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영화 '바람의 색' 스틸
영화 '바람의 색' 스틸

그러나 영화 ‘바람의 색’은 감성 그 자체로는 만족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홋카이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특히나 아바시리에서 펼쳐지는 유빙 장면은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빛낸다. OST 또한 영화의 맛을 살리는데 크게 일조한다. 김준성 음악 감독이 참여한 영화의 OST는 스토리 적재적소에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몽타주 장면에서 사용된 The Chainsmokers(체인스모커스)의 ‘Paris’와 Passenger(패신저)의 ‘Let Her Go’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큰 여운을 남기게 만든다.

그렇기에 영화 ‘바람의 색’은 감성에 있어서는 흠이 없다. 판타지적인 색채를 담고 있기도 하기에 영화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힘을 기울인다. 그간 곽재용 감독이 뚜렷하게 나타내고자 했던 멜로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곽재용 감독 스스로도 이 영화에 대해 “일본영화도 아니고 한국영화도 아닌 느낌의 영화다. 하지만 저 곽재용의 색만은 뚜렷한 영화다”라고 말했을 정도. 전작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에서 펼쳐보였던 곽재용 감독 특유의 담담하지만 강렬한 감성은 오롯하게 영화에 담겨있다. 복잡다단한 영화의 스토리 끝에서 이 감성의 단초를 발견하는 순간만큼은 빛이 난다.

극 중 ‘료’는 ‘아야’를 끌어안으며 이런 말을 남긴다. “그녀에게 나는 류고, 나에게 그녀는 유리다.” 사랑에 있어서 억지로 존재의 가치를 끌어내기보다 당장의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영화. ‘바람의 색’은 사랑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올 봄, 촉촉한 멜로 감성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오늘(5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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