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홈', 혼자로 성장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

입력 2018-05-29 1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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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홈' 포스터
사진=영화 '홈'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혼자로 성장하는 소년의 눈물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긴다.

성장에는 항상 통증이 수반된다. 고난이 있어야 그것을 뛰어넘게 되고, 편안함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그것은 성장이 아닌 머무르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떤 성장들은 대개 그 통증이 너무나 지루하게 지속되는 탓에 계속해서 상황에 머무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지루한 고통 속에서 삶은 성장하기보다 퇴행하고, 고난을 뛰어넘기보다 억눌려버린다고 느껴지는 것. 영화 ‘홈’의 소년은 희망보다는 좌절밖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순간들의 연속에서도 성장의 공간을 찾는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소년에게는 죽도록 가지기 힘든 ‘가족’이라는 공간을.

열네 살 준호(이효제 분)에게 가족이란 함께 한다는 이상의 의미임이 분명하다. 철없이 행동하는 엄마와, 아빠가 다른 동생 성호(임태풍 분). 가난하고 어찌 보면 복잡한 가정사를 가졌음에도 준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한다는 것이 행복했다. 하지만 사고로 엄마가 혼수상태에 빠져버리며 이야기는 달라진다. 준호에게 울타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 원재가 성호를 데려가겠다고 말하지만 준호에게는 더 이상 머무를 곳이 없다. 가족이 없는 집은 준호에게 울타리 없는 마당과 같은 곳일 뿐이다.

사진=영화 '홈' 스틸
사진=영화 '홈' 스틸

그렇게 준호는 홀로 남는다. 후에 원재가 쓸쓸히 남은 준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지만 여전히 준호는 외톨이다. 허나 함께의 의미는 강하다. 남이라고 해도 무방할 원재의 집에서 왜인지 모르게 준호는 성호, 원재, 그의 딸 지영(김하나 분)과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 그렇게 준호는 가족이 혈연(血緣)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닌 인연(因緣)으로 맺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준호를 울타리 밖의 외톨이라고 바라본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나 끝까지 속을 내보이지 않는 사춘기의 소년이니 준호의 마음은 더욱 읽기가 힘들다.

이처럼 영화 ‘홈’은 근대적인 가족의 의미를 해체하고 영화 나름의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정립해 나간다. 그 속에서 인물들의 감정들은 얽히고설켜 묘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긴장감은 오롯하게 근대적인 사고의 가족 개념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의 시선에서 나오는 장력이다. 그렇게 관객들의 시선에 따라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변모한다. 허나 ‘홈’은 서사를 방치해두지 않고 계속해서 이끌어가는 힘을 가진다. 우연을 가장한 인위가 아닌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이 만들어내는 필연의 결과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풍성한 감정 연기가 큰 몫을 해낸다. 그중 가장 빛이 나는 배우는 역시 극의 중심에 서는 준호 역의 이효제다.

사진=영화 '홈' 스틸
사진=영화 '홈' 스틸

열네 살 소년이 가지는 불안정한 감정을 눈빛과 행동만으로 나타내는 이효제는 성인배우들보다 더 강렬하게 감정을 밀어붙인다. 특히나 철이 들어 보이지만 여전히 여린 순수함을 가진 준호의 내면은 더없이 섬세한 이효제의 연기로 더욱 빛난다. 여기에 연출에 의해 철저하게 객관화될 수밖에 없지만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변화를 밀도 높게 그려내는 원재 역의 배우 허준석이 연기가 어우러지니 영화의 맛은 더 깊어진다. 이처럼 영화 ‘홈’은 큰 기교 없이도 배우들이 그리는 감정선 만으로도 풍성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결국 소년이 혼자로써 성장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홀로는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울타리가 될 수 있다는 인물들이 함께 가족을 이룬다.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조그마한 울타리라도 소년에게는 위안이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영화 ‘홈’(home)은 작지만 큰 의미(HOME)로 관객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과연 관객들은 그 손을 잡고 소년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오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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