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익숙함은 단조로움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사랑하는 연인을 남기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한 남자가 천국으로 향하지 못하고 연인의 곁에 남는다. 하지만 여자는 육체가 없는 남자의 존재를 느낄 수 없고,. 이에 남자는 유일하게 자신을 알아보는 영매를 통해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해내려 고군분투한다. 어딘가 익숙한 이 이야기는 지난 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의 전반적인 스토리구성이다. 데미 무어의 뒤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함께 손을 겹쳐 도자기를 빗는 명장면으로 유명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코미디 영화로 28년이 지나 한국의 코미디 영화로 새롭게 태어났다.
언제나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 태진(김영광 분)이 ‘사랑과 영혼’의 패트릭 스웨이지와 같이 귀신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남의 일에는 하나도 관심을 두지 않는 유도 관장 장수(마동석 분)가 유일하게 그를 알아보는 영매가 된다. 원작 속 우피 골드버그의 역할과 동일하다. 너무나 동일한 나머지 캐릭터의 성격 또한 똑같이 닮아있다. 태진에게는 사랑하는 연인 현지(이유영 분)가 존재하고, 그녀를 위험에 빠트리는 인물 또한 등장한다. 물론, ‘사랑과 영혼’의 이야기와는 달리 주인공이 경찰로 설정되면서 ‘원더풀 고스트’는 이야기의 차별성을 만들어낸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태진과 누구의 일도 신경쓰지 않는 장수의 대비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인물들이 펼치는 대립과 갈등, 해소를 통해 어떠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하지만 원작에 대한 패러디들이 중심을 이루는 과정에서 과연 이 영화가 자신만의 온전한 매력을 갖췄다고 보기에는 다소 이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너무나도 쉽게 도식화 되어있는 인물들 간의 관계는 영화의 전개를 가볍게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또한 웃음을 이끌어내야 하는 장수와 태진의 호흡에서도 원작의 유머 코드를 너무나 쉽게 끌어오는 나머지 매력이 반감된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충분히 눈길을 끌만한 요소다. 큰 덩치에 비해 콩알만 한 담력을 가진 장수 역을 연기하는 마동석은 그간의 영화들에서 내보였던 모습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고, 전작 ‘너의 결혼식’에서 달달한 첫사랑 로맨스를 펼쳤던 김영광 또한 연인 현지를 향한 사랑을 표출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십분 발휘한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너무나 도식화되어 있기에 오히려 두 사람의 호흡을 이끌어내야 하는 장면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이유영의 존재감이다.
사고로 병상에 누워있는 태진의 곁을 지키며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이유영은 탁월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태진과 현지의 서사를 풀어내는 장면에서 부족한 틈을 이유영의 연기가 메운다. 과거 ‘사랑과 영혼’에서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펼쳤던 애틋한 멜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중반부부터 현지가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하면서는 다소 이야기의 결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웃음과 슬픔이 계속돼서 반복되는 구조이다 보니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구석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간 ‘부산행’, ‘부라더’, ‘범죄도시’, ‘챔피언’ 등에서 선보여졌던 마동석의 매력은 ‘원더풀 고스트’에서도 어김없이 적확한 시점에서 관전 포인트로 작용한다. 하지만 마동석의 캐릭터성에 기댄 장면들이 다소 많이 등장하다보니 그가 가진 이미지의 희소성 보다 익숙함이 중점적으로 부각된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추석 극장가 유일한 코미디영화로 큰 부담 없이 웃음을 즐기고자 한다면 ‘원더풀 고스트’도 좋은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원더풀 고스트’에 대해 “사람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섞이려고 하지 않고 벽을 쌓는다”며 “정반대의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한 조원희 감독. 서로 다른 색채를 가진 마동석과 김영광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익숙하지만 색다른 매력의 영화 ‘원더풀 고스트’는 과연 추석 연휴 극장가 말미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26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