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뛰어난 사극의 장점 부각하되, 관성은 배제” ‘관상’, ‘궁합’에 이어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인 영화 ‘명당’이 올 추석 극장가에 선보이게 됐다. ‘명당’의 메가폰은 ‘인사동 스캔들’, ‘퍼펙트게임’의 박희곤 감독이 잡았다. 박희곤 감독은 처음 ‘명당’ 제작사 대표의 부탁으로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하다가 부탁을 받고 본격적으로 연출을 맡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박희곤 감독은 소재상 땅도 중요하지만, 캐릭터들을 살리고자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기존 사극의 장점은 부각시키되, 너무 관성에 젖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대표님이 ‘명당’을 10년 넘게 준비하셨더라. ‘관상’ 전 기획을 했는데, 시나리오 단계에서 ‘관상’이 완성도 높게 나와서 먼저 선보이게 된 거다. 어느 날 모니터링을 부탁하셔서 몇 번 의견을 주고받다 연출을 제안하셨다. 모니터링할 때는 다소 무책임했다면, 연출은 그렇지 못하니 고민하다가 캐릭터들을 보강하는 각색을 허락 받고 연출을 맡게 됐다.”
이어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땅이 1번 주인공 같았다. 1년 반 정도 각색하는 과정을 통해 8명의 캐릭터가 살았다고 자부한다. 주요 배역들이 한 달 사이 한 번에 결정을 해줬다. 캐스팅 보드에 첫 번째 있는 분들이 다 됐다. 운이 닿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박재상’(조승우), ‘흥선’(지성), ‘김좌근’(백윤식), ‘김병기’(김성균), ‘초선’(문채원), ‘구용식’(유재명), ‘헌종’(이원근), ‘정만인’(박충선) 등 여덟 캐릭터 중심으로 흘러간다. 중심 소재는 땅이지만, 박희곤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었다. 이에 박희곤 감독은 땅을 바탕으로 캐릭터 콘셉트를 잡았다.
“땅을 가지는 자, 땅을 사고 파는 자, 땅을 잃은 자로 콘셉트를 잡았다. ‘박재상’만 유일하게 한 번도 자신의 땅을 가진 적이 없는 설정이다. 지관이라서가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이길 바랐다. 그래야 관객들이 동일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박재상’을 따라가야 한다. ‘박재상’이 터를 계속 만들어주면 나머지 7명의 배우는 뛰어다녀도 되겠다 싶었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역사적 사건과 영화의 극적인 장치가 조화를 이룬다.
“역사라는 게 사진, 동영상이 아닌 몇 줄 글인데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럼에도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살리고자 했다. ‘흥선’에 대한 해석도 어떤 사료에는 반듯하게 묘사돼있고, 다른 사료에는 파락호처럼 살았다고 적혀있더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이 가능했다 싶어 그런 부분을 담았다.”
이러한 가운데 역학 3부작의 시작인 ‘관상’이 91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큰 흥행을 이룬 만큼 부담스러울 밖에 없었을 터. 하지만 박희곤 감독은 특별하게 닮으려고도, 차별화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관상’뿐만 아니라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사도’ 등 뛰어난 사극이 많았다. 그대로 만드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무조건 피해가는 것도 어리석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점이 있으면 부각시키고, 너무 관성에 젖어서 보여줬던 건 배제 후 나의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면 좋을 것 같았다. 촬영, 조명에 신경을 많이 썼다. 현대물 찍을 때 기법 역시 적극 활용했다. 땅이 중요한 영화인데 그저 아름답고 수려한 곳은 뭔가 공허하더라. 우리 캐릭터들과 맞는 장소면 그게 명당 같아서 장소는 그렇게 섭외했다.”
‘명당’을 통해 욕심과 욕망은 결국 허상이고,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지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박희곤 감독. 그는 ‘명당’이 관객들 사이 소통의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무리 욕심을 부리고, 욕망과 야망을 가져도 결국은 허상이다. 그 이치를 알게 되면 소유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박재상’이 사람 묻을 땅이 아닌 살릴 땅을 찾고 싶다고 하는데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석 같다. 땅에 매몰되는 게 아닌, 데리고 살며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가 있어서 공감하면서 대화의 소재가 되는, 접착제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란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