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지켜줄게”vs“나도 지켜줄게요”
영화 ‘미쓰백’이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소리가 함축된 대화다.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
이 영화는 이지원 감독이 직접 겪은 일화로부터 출발했다. 몇 년 전 옆집에 살고 있던 아이가 도움이 필요해 보였지만, 오랜 기간 준비한 영화가 엎어지고 좌절한 상황 때문에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보고 미안한 마음에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된 것.
아동 학대를 소재로 삼되, 기존 동일 소재를 다룬 작품들과 달리 모성애가 아닌 우정과 연대로 풀어냈다. 더욱이 폭력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고민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각심을 일깨워주되, 또 다른 폭력으로 다가가면 안 되니 최대한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배려심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쓰백’은 한지민의 파격 변신이 도드라진다. 투명한 피부와는 상반되는 거친 피부 연출, 짧은 탈색 머리, 짙은 립스틱 등 강한 분장부터 검은 가죽 재킷, 딱 붙는 스커트, 버건디 색 힐 등 포스 넘치는 의상까지 장착하며 와일드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뿐만 아니라 한지민은 거침없는 욕설을 내뱉는 것은 물론 주저앉아 담배를 피우는 등 ‘백상아’라는 캐릭터의 세상과 등지고 척박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인생을 보여주기 위해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은 완전히 걷어냈다.
그렇다고 변신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의미가 있다. 한지민의 변신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단순히 센 여자처럼 보이는 게 중점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아픔을 깊이 표현함으로써 공감대를 이끌어내려고 한 것. 나아가 단순히 한 여성이 아동 폭력 피해자 아이를 구하고 지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성장하는 과정까지 담아냈다. 한지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지민과의 우정, 연대를 그려내야 한 김시아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5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뽑힌 김시아는 ‘미쓰백’이 본격적인 첫 작품임에도 불구 많은 감정들을 담아낸 듯한 눈빛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캐릭터의 입장으로 일기를 썼을 뿐아니라, 머리를 감지 않거나 밥을 조금 먹는 등 어린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열정을 쏟아 부었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이희준, 권소현, 백수장, 장영남, 김선영이 총출동해 서사를 빈틈없이 꽉 채운다. 특히 권소현, 백수장은 아동 학대 가해자로서 실감 넘치는 연기로 분노를 자아내기도 한다.
아동 학대라는 가슴 아픈 소재로 만든 ‘미쓰백’이지만 아동 학대 외 다양한 사회문제를 녹여내며 결국은 이 시대 ‘미쓰백’, ‘지은’(김시아)에게 손길을 건네고, 안아주고 싶은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이처럼 경각심이라는 또렷한 메시지를 위해 겉멋은 다 빼고 감정에만 밀착, 클로즈업 촬영 방식을 주로 이루어내 소외된 이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음악 역시 웅장함 대신 바람, 발자국, 숨소리 등을 맞물리게 함으로써 전체와 조화를 이루게 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어디에서 본 듯해 뻔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시대 꼭 한 번 짚어줘야 할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이지원 감독은 “주변에 관심이 없었거나 용기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보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을 ‘지은’ 같은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참혹해 아프지만 알아야 하는, 외면해서는 안 되는 감성 드라마가 가을 극장가에 묵직한 울림과 함께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