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군산에서 길어올린 장률 감독의 또 다른 일상이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그간 장률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부드러운 유머로 가득 차있다. 전작 ‘춘몽’(2016)과 비교했을 때도 그 흐름이 꽤 부드럽고, 이야기 자체도 더욱 쉽게 다가온다. ‘경주’(2014)의 아름다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간 많은 작품들을 통해 공간의 숨결을 이야기해온 장률 감독. 그렇게 장률 감독은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통해서는 군산이라는 공간에서 길어 올린 시간들을 노래한다. 공간의 아름다운 소리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화다.
사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배경은 목포였다. 하지만 촬영을 준비하던 기간에 장률 감독은 목포보다 더 자신을 매력적으로 이끄는 군산으로 빠져들었다. 공간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장률 감독이다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가 탄생할 뻔했다.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을 만난 장률 감독은 이에 대해 “목포에서 이야기할 적에는 남녀 사랑과는 지금 보다는 거리가 있게 그리려고 했다”며 “(영화의 배경이) 군산으로 오면서 많이 이야기가 부드러워졌다”고 얘기했다.
목포에서 군산으로. 공간의 이동이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률 감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다. 특히 초기의 영화들과 달리 점점 공간성이 더 크게 장률 감독의 영화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전면적으로 영화의 제목에 지명이 등장하기 시작한 ‘이리’가 그 대표적인 경우였다. 이후 ‘경주’, ‘춘몽’과 같은 작품 등에서 장률 감독은 공간이 어떻게 인물과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얘기해왔다. 공간에 기울였던 귀를 더 크게 연 것이었다.
“나 스스로 공간에 많이 의지한다. 공간이 주는 시간의 흔적을 빠뜨리지 않고 거기에 의지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다보니 그게 저절로 더 커지는 것 같다. 공간에서 시간의 흔적들은 지금의 흔적과 섞인다. 그런 게 나에게 많이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리는 그 시간의 흔적들이 되게 순서 있게 쌓이는 것처럼 얘기한다. 결국 영화는 감정을 다루는 거다. 산업의 순서를 완전히 따르지 않아도 같이 그러한 감정을 공유할 사람은 있을 것 같다.”
특히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공간 뿐 만이 아니라 배우들 역시도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친 영화였다. 장률 감독 스스로도 박해일과 문소리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이야기가 이렇게 부드러워질 수 있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을 정도. 그렇다면 장률 감독은 어떻게 해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 박해일과 문소리를 캐스팅하게 됐을까.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문소리 씨는 이전부터 알면서 사석에서도 자주 만났었다”며 “그러다가 ‘필름 시대의 사랑’에서 잠깐 함께 했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장률 감독은 “그리고 박해일 씨와 문소리 씨가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한 번도 같이 연기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저한테는 오래 같이 일한 익숙한 감이 있었다. 사석에서 봐도 저건 뭘까 싶고, 그러면서 영화 속 인물에 저 둘이 나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본 두 사람을 영화 안에 대입하니깐 예측이 맞더라. 전혀 불편한 것이 없었다. 둘이 너무 자연스럽고 그랬다”고 얘기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또한 장률 감독은 배우를 캐릭터에 맞추려 하는 것보다 캐릭터를 배우에 맞추려 한다고. “배우들과 현장에서 캐릭터에 대해서 말하기 싫어하는 쪽이다. 왜 그런가하면 내 캐릭터에 대해서 말하면 그 안에서 배우들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어떤 캐릭터라면 그 캐릭터에 맞추는 것보다 배우에게 맞춘다. 배우의 몸동작이 편하게. 몸에 맞지 않으면 어딘지 불편해 한다. 몸에 맞는 그쪽을 찾아간다.”
장률 감독의 영화에서 인물과 공간 외에도 중요한 또 하나의 감각이 있다. 바로 청각이다.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영화에서 시각 언어는 꽤나 중요한 도구. 하지만 장률 감독은 “시각보다 청각을 더 중요시 한다”고. 이에 장률 감독은 “항상 영화 현장에서도 소리를 중시한다. 보통 감독들이 촬영을 우선시하는데 저는 소리부터다”라며 “그래서 녹음 기사들이 저를 좋아한다”고 얘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시각보다 청각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사람의 감각에서는 시각보다 청각이 더 깊게 들어온다”며 “소리가 있으면 시각보다 더 오래 감정이 남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도 권력구조처럼 시각적으로 가버리더라. 시각과 청각, 흐름에 맞춰서 가야하는데 눈에만 충족시키려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장률 감독은 “제가 시골에서 태어나서 디테일한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며 “소리의 순서들에 그때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군산이라는 곳을 가보니깐 거기 역시도 소리들의 순서가 보였다. 물론 그 순서가 깨질 때도 있었다. 전투기가 날아갈 때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영화 안에 전투기 소리를 고의적으로 넣은 게 아니었다. 그게 일상이었다. 그 공간에 있는 소리니 함께 쓰자라고 생각했다.”
일상이 곧 영화가 되는 순간. 장률 감독의 영화가 더없이 모든 이들에게 편하게 다가와 큰 감정의 울림을 주는 이유였다.
([팝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