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니다.”
래퍼 산이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곡 ‘페미니스트’에 대한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또 다른 방향으로 설전이 번져간다.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오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굳이 본인이 가사를 해석하는 것에서 곡이 의도하고자 했던 바를 성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곡이 의도하고자 했던 바를 왜곡하니 그 스스로 해석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옹호를 보낸다. 상황이 어떻게 됐든 적극적으로 화두를 던지고자 했던 산이의 의도는 완벽하게 성공한 모습이다.
시작은 지난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폭행사건이 일어났다. 남녀 간의 폭행 사건이었기에 젠더 이슈가 민감한 현 시국에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사건의 전말에 대해 수많은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한 논란이 커져가고 있던 시점에서 산이가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동영상을 공유했다. 해당 폭행사건이 벌어지기 전 상황 중 일부가 담겨있는 영상이었다. 사건이 시작되고 이틀 후인 15일의 일이었다. 이후 산이는 16일 “‘F E M I N I S T' COMINGN SOON"이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이는 곧 그가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발표할 신곡의 제목이었다. 이날 오후 산이는 유튜브를 통해 ‘페미니스트’란 곡을 공개했다. 전체적인 곡의 구성은 겉은 페미니스트인 척하는 남성이 오히려 여성에게 폭압적인 모습을 취하는 모순적인 행동에 대한 비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가사의 부분, 부분들만 발췌했을 경우 여혐적 요소를 가진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지적이었다. 결국 산이의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디스곡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제리케이. 17일 발표된 'NO YOU ARE NOT(노 유 아 낫)'이라는 곡이었다.
해당 곡에서 제리케이는 산이의 가사 하나하나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제리케이는 ‘페미니스트’에서 등장하는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 가냐”라는 가사에 대해 “없는 건 없는 거야 마치 면제자의 군부심”이라는 논조의 비판을 펼치기도. 또한 제리케이는 “왜 데이트 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라는 가사에 대해 ”한마디로 식상한 이 표현만큼 무가치 /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라고 표현하며 대응했다. 이에 마치 기다린 듯이 산이의 디스곡이 업로드됐다.
18일 새벽, 문제의 ‘6.9cm’라는 곡이었다. 해당 곡을 통해 산이는 “어찌 그 노래가 혐오를 부추겨 / 이해력 딸려 곡 전체를 못보고 가사나 봤겟지 / 선입견 듣고픈 대로 좀 더 깊게 봤다면 / 화자로 등장한 남자의 겉과 속 다른 / 위선과 모순 또 지금껏 억눌린 여성에 관한 내용 ”이라고 앞서 제리케이가 비판한 ‘페미니스트’라는 곡의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산이는 ‘6.9cm’를 통해 남녀 문제에 대한 정확한 비판들이 등장하지 않고 혐오적 표현으로만 상대를 깎아내리고자 하는 현재 우리 사회의 젠더 이슈에 대한 비판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논란은 식지 않았고, 결국 그는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페미니스트’를 해석한 글과 함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타겟이 되는 세상”에 대한 비판을 내세웠다. 또한 그는 “하지만 그게 모든 남성을 공격해야하는 타장한 이유는 결코 되지 않습니다”라며 단순히 성을 경계로 나눠 혐오적 표현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결국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혐오를 그만두고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노력해야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설전은 멈추지 않았다. 논란은 또 다른 곳으로 번져갔다. 결국 다시 양극단으로 나눠져 비판이 이어졌다. 물론, 사회적 이슈가 뜨거운 시점에서 ‘페미니스트’가 오해 가능한 가사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또 그것을 해석하지 못하고 곧장 비판만 했다고 지금에 와 이를 또다시 힐난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라는 의문도 든다. 비판과 혐오가 뒤섞인 설전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혐오를 비판하고자 했던 노래가 오해를 낳고 또다시 혐오 대상 혹은 혐오의 주체가 됐다. 그러는 사이 노래가 전하고자 했던 본래 메시지는 퇴색됐다.
화두를 던지고자 했던 산이의 의도는 성공했으나 이를 긍정적으로 이끌었는가는 의문이다. 또한 그 책임이 산이 개인에게만 있는가도 의문이다. 곡을 해석하는 건 대중의 몫이니 말이다.

